사람들은 왜 친구 대신 챗GPT한테 고민상담을 할까?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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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친구 대신 챗GPT한테 고민상담을 할까? 🧠


뉴니커는 뭔가 고민되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주위 친구나 동료, 가족에게 고민상담을 잘하는 편인가요? 주위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보통 마음이 가벼워지지만, 때로는 너무 가까운 사이일수록 편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실제 사람이 아닌 새로운 대상에게 고민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해요. 그 대상은 바로 생성형 AI(인공지능)인 챗GPT라고. 사람들은 어쩌다 챗GPT와 하는 고민상담에 빠져들게 된 걸까요?

훑어보기 👀: 사람들이 챗GPT한테 상담을 받는다고요?
얼마 전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한 동료가 찾아와서는 조용히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진, 챗GPT한테 고민상담 해 봤어요?” 본인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 챗GPT한테 상담을 받았는데, 결과가 너무 만족스러웠다는 거예요. 무난하게 좋은 대답만 해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조언을 해 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 상대방과 나의 성향이 어떻게 다른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진지하게 조언해 줬다고.
“그래? 신기하네...”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더라고요. 챗GPT를 디지털 상담소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최근 10대~30대 사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거든요. 언젠가부터 블로그·인스타그램·X(트위터, 엑스) 등에 ‘심리상담용 챗GPT 프롬프트 작성법’ 등이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보 검색이나 업무·학업 보조를 위해서가 아닌 고민상담용으로 챗GPT를 사용하고 있는 거예요. 해몽이나 사주풀이 등 무속 관련 상담을 받는 경우도 늘면서, ‘챗GPT로 사주 보는 법’이 유행하기도 했어요.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영국의 AI 기반 학습 기술 회사인 ‘필터드닷컴’은 지난 3월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서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지 조사한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여기서 ‘심리 상담 및 감정적 동반자’ 분야가 1위를 차지했고, ‘삶의 목적 찾기(3위)’, ‘자신감 향상(18위)’ 등 심리적·감정적 지지와 관련된 분야가 활발하게 사용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또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미디어랩과 최근 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사용자는 하루 평균 30분 이상 챗GPT와 감정이 중심이 되는 대화를 나눴다고 해요. 캐릭터AI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심리학자(Psychologist)’ 챗봇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이미 1억 건 이상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고.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챗GPT를 감정적인 지지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
뉴닉이 진행한 간단한 설문조사 결과, 뉴니커들도 챗GPT 고민상담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어요. 지난 9일 뉴닉 인스타그램 공지 채널에 올린 ‘챗GPT에게 고민상담을 해본 적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총 515명이 응답했는데요. 그중 약 73%인 375명이 ‘고민상담을 해본 적 있다’고 답했어요. 상담의 주제도 연애·부부관계 상담부터 진로나 커리어에 대한 고민,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의학적 증상에 대한 고민(?)까지 굉장히 다양했고요.
아무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라지만, 고민상담처럼 공감이 중요한 문제는 여전히 사람의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AI가 인간 감정에 대해 뭘 알겠어? 🤷” 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사람도 많을 거고요. 사람들은, 특히 젊은 세대 사람들은 왜 사람이 아닌 AI에게 고민상담을 하기 시작한 걸까요?
자세히 보기 🔎: 사람들은 왜 현실 친구가 아닌 챗GPT와 고민상담을 할까?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실제 사람 대신 챗GPT 상담을 이용한다고 말해요. 가까운 지인에게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속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고, 고민상담으로 인한 인간관계의 변화 같은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는 말도 있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평소 어떤 성격과 말투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입장에서 해주는 객관적인 평가, 해결책 제시가 뜻밖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뉴니커들도 챗GPT 상담을 사용하는 이유가 뭔지 자세한 응답을 남겨 줬는데요. 애인이나 배우자, 친구와 싸운 뒤 챗GPT에 문제 상황을 설명하거나, 실제 메신저 대화 기록 등을 올리면 자세한 분석과 해결책을 제시해 줘서 좋다는 후기가 가장 많았어요. 이성 연인 간의 싸움인 경우 성별에 대한 편견 없이 상담을 해 줘서 더 믿음직하고 좋았다는 후기도 있었고요. “무조건적인 공감 말고,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해결책을 제시해 줘!” 하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상황 정리와 감정 분석, 해결책 제시까지 딱딱 나눠서 해 주니까 좋다는 말도 많았어요. 직장 상사에게 혼날 때마다 챗GPT에 고민을 털어놓고, 앞으로의 이직 계획을 같이 세운다는 뉴니커도 있었는데요. 나의 커리어와 방향성, 현재 재정 상태(!)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대답을 줘서 믿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심리상담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챗GPT 등 AI 상담 서비스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거라고 분석해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는 약 54만 원이었는데요. 상담을 위해 선뜻 비싼 돈을 내기엔 망설여지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AI를 이용하고 있다는 거예요. 챗GPT의 유료 버전 이용료는 한 달에 3만 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

한편 챗GPT 상담을 할 때 조심해야 하는 점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해요. 첫 번째로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는 거예요. 진지한 상담을 받으려면 나의 내밀한 이야기를 입력해야 하는 만큼, 내 개인정보가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
AI가 전문 심리상담 역할을 하는 게 위험하다는 말도 있어요. AI는 어디까지나 데이터와 로직에 기반한 대답을 내놓는 대상일 뿐, 심리학적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 AI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정확하지 않은 답변이나 잘못된 조언으로 사용자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고, 예기치 못한 트라우마를 건드릴 수도 있다는 거예요. AI가 출시 초기에 비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전문적인 정신과적 치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AI를 통한 상담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현실 인간관계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거라는 걱정도 있어요. 최근 현실 속 사람에게는 쉽게 할 수 없는 하소연, 외로움, 자존감 하락 등 감정적인 문제를 쏟아내며 챗GPT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런 과정에 익숙해지다 보면, 인간관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자체가 퇴화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고립이나, 사고 능력의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고요.
특히 최근에는 AI 챗봇에 말투, 성격, 대답 양상 등을 미리 지정하는 페르소나 AI를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조언하기보단, 무조건적인 공감과 위로만 뱉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는 일시적인 만족감은 줄 수 있겠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현실 인간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요. 현실 속 인간은 내가 설정한 AI와 달리 정해진 대답만 출력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런 변화는 생성형AI를 단순한 도구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한 단면인 것 같아요. 업무나 학업을 보조하는 단순한 ‘수단’이기보다는, 일상적으로 삶의 고민을 나누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데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과 기술이 맺는 관계는 점점 다양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나중에는 사람보다 AI와 더 많이 접촉하고, 교류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야가 새롭게 생겨날지도 모르고요.
그러니 중요한 건 이런 흐름을 무조건 찬양하거나 거부하기보단, 사람과 기술이 맺는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그 안에서 무엇이 진짜 달라지고 또 그대로 유지되는지를 찬찬히 살펴보는 일일 거예요. 그런 이후에야 AI 같은 최신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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