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토남? 에겐녀? ‘테토-에겐’ 테스트가 유행하는 이유 👫

나는 테토남? 에겐녀? ‘테토-에겐’ 테스트가 유행하는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나는 테토남? 에겐녀? ‘테토-에겐’ 테스트가 유행하는 이유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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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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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내쪼

테토녀와 에겐남, 테토남과 에겐녀. 최근 들어 자주 보이는 표현이죠. ‘테토’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에겐’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줄인 말인데요. 두 호르몬의 비율에 따라 성격부터 연애 스타일, 가치관까지 알 수 있다는 일명 ‘테토-에겐 이론’이 새로운 ‘유형 트렌드’가 됐어요. 타입스(types)에 올라온 에겐/테토 테스트는 벌써 7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죠. 배우 한가인은 유튜브에서 “나는 테토녀고, 우리 남편은 전형적인 에겐남”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어요. SNS에서도 연예인들의 에겐/테토 유형 추리하기, 유형별 실제 성격 알아보기 같은 콘텐츠들이 인기고요. 혈액형과 별자리, MBTI의 뒤를 이어 나타난 테토-에겐 이론은 왜 지금 이 정도로 주목받는 걸까요?


훑어보기 👀: 테토-에겐 유행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에 따른 유형을 처음 체계화(?)한 사람은 다이어트 콘텐츠로 유명한 블로거 ‘수성일기’였어요. 2021년 6월, ‘연애 먹이사슬 호르몬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성 호르몬에 따라 매력의 수준이 나눠진다는 콘텐츠를 공유했죠. 테스토스테론은 활기차고 강인한 에너지를, 에스트로겐은 감성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테토-에겐 이론’을 활용해 인디 뮤지션과 아이돌, 배우들의 캐릭터를 분석하는 시리즈도 관심을 모았어요. 

시간이 흘러 2024년 3월, 테토-에겐 이론은 인스타툰 작가 ‘내쪼’의 콘텐츠를 통해 트렌드로 발전했어요. 구체적인 호르몬별 성격 및 행동 특징, 연애 스타일, 패션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선보인 게 인기 비결이었어요. 작가 특유의 직설적인 문장들과 그림체도 인기에 한몫했고요. 특히 유형별 특징을 정리한 체크리스트 릴스는 조회수 260만 회 이상을 기록했는데요. 이런 관심에 힘입어 테토-에겐 이론은 유명인들도 자신을 표현하는 데 쓸 정도로 대중적인 유행이자 밈이 됐어요. 

사실 성호르몬이 우리 성격과 행동을 좌우한다는 아이디어는 오래 전부터 있었어요. 1997년에도 “호르몬이 성격을 좌우”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을 정도로요. 여기에 ‘~한 식으로 행동한다’, ‘~한 가치를 중시한다’ 등의 공감가는 디테일을 더한 게 테토-에겐 이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최근에는 한의학적인 관점을 더한 ‘태음에겐’ 같은 파생형도 만들어지는 중이죠.

물론 이런 흐름을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싱가포르 경영대학(SMU)은 “개인의 성격은 유전자와 성장 환경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며, 호르몬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연구 분석 결과를 발표했죠. 전문가들도 “한 사람 안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데, 이런 분류는 지나치게 이분법적이고 다양성을 외면한다”라는 점을 지적하고요. 하지만 테토-에겐 테스트를 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요. 그렇다면 Z세대는 왜 이런 ‘호르몬 이론’에 흥미를 느끼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까요?


자세히 보기 🔎: 유형 테스트, 힌트는 될 수 있지만 공식은 될 수 없어요

테토-에겐 이론은 유형 테스트 트렌드의 최신판이라고 볼 수 있어요. 혈액형, 별자리, 에니어그램, MBTI, 사주팔자 등 주제는 계속 바뀌었지만, 나와 타인의 유형을 알고 싶은 욕구는 계속 존재해 왔죠.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호르몬 정도에 따라 성격 유형을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가 존재하고, 우리나라에 MBTI 열풍을 불러 온 16Personalities 같은 콘텐츠도 있죠.

간단한 테스트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파악하려는 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니에요. 정신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 파악하고 싶은 본능에 가깝죠. 유형 테스트는 나만의 독특함을 발견하고 싶으면서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두 가지 마음을 같이 충족시켜 주는 거고요. 

하지만 유형 테스트 결과만으로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건 위험해요. 같은 사람을 만나도 상황, 컨디션, 타이밍 같은 변수에 따라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같은 테스트를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우리가 테스트만으로 사람을 파악할 수 없는 이유에요. 우리가 재미로 하는 테스트들은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라고 생각할 만한, 보편적인 표현을 사용하니까요. 

AI와 SNS의 시대,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도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 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 내가 속한 유형과 잘 맞는지 빠르게 파악하길 원하죠. 그래야 불필요한 시간 낭비, 감정 소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으니까요. 자연스럽게 나를 이해할 때도 보다 쉽고 간편한 도구를 활용하고 싶어지죠. 유형 테스트는 그런 마음을 잘 알아주는 도구고요.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유형 테스트는 한 사람의 아주 작은 일부만 보여줄 수 있다는 거예요.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모두 입체적인 존재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성격 검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화하고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할 거예요. 시간도 걸리고 어렵지만,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는 나와 타인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뉴니커는 테토-에겐 테스트를 해 본 적 있나요? 결과가 나왔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요? 다양한 성격 검사가 유행하는 것에 대한 뉴니커의 생각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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