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할인에 갑자기 진심이 된 이유, 메가커피 때문이라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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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할인에 갑자기 진심이 된 이유, 메가커피 때문이라고? ☕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 거예요. 세상에는 두 가지 커피가 있다는 걸요.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커피와 ‘생존’을 위해 들이키는 커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피부터 내리는 저에게 커피는 나름의 취향이 가득 담긴 기호품이자, 하루라도 없으면 안 될 생명줄이기도 해요. 어떨 땐 근사한 공간에서 차분히 원두의 고유한 향미를 즐기고, 어떨 땐 ‘빅사이즈’ 아이스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황급히 쭉 흡입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커피 시장도 정확히 이렇게 두 방향으로 양극화되는 중이에요.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고가 커피 체인이 한쪽에 있다면, 반대편에는 ‘노란 간판 3사’로 불리는 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이 주도하는 저가 커피 체인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것. 스타벅스는 저가 커피 체인의 공세에 대응해 할인을 늘리는 한편, 새로운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흥미진진한 커피 시장 이야기,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봐요.

훑어보기 👀: 1500원짜리 커피 팔아서 스타벅스 추월한 메가커피 🥤

요즘에는 어디서나 ‘아메리카노 1500원’ 간판을 내건 커피 체인점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빠르게 카페인을 ‘충전’해야 할 때면 자주 찾게 되는 게 바로 이런 저가 커피 체인이에요.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인 경우가 많은 데다 가격도 부담 없는 수준이니까요. 한 끼에 1만 원은 줘야 먹을 수 있는 고물가 시대에 이런 저가 커피 체인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얇아진 지갑을 메워주는 구세주나 다름없어요.
길어지는 고물가와 경기 불황 때문인지 저가 커피 체인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중이에요.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대형·고가 커피 체인과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커피 체인으로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쉽게 말해 시간 여유가 있고 기분을 좀 내고 싶을 땐 스타벅스에 가고, 사무실이나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커피가 급하게 필요할 땐 메가커피에 간다는 거예요. 그 중간에 낀 ‘이디야’ 같은 중저가 커피 체인은 상대적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고요.
메가커피를 비롯해 콤포즈커피, 빽다방 등 저가 커피 체인이 지난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는 건 숫자로도 나타나는데요. 국내 저가 커피 체인 1위인 메가커피의 경우, 2015년 서울 홍대점을 시작으로 2020년에 1000호점을 돌파하더니 2년 만인 2022년에는 2000호점을, 2024년에는 3000호점을 돌파했어요. 올해 3월에는 3500호점을 돌파했고요. 콤포즈커피와 빽다방도 전국에 각각 2900여 개, 17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어요.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 보여주는 영업이익률인데요. 메가커피를 운영하는 앤하우스는 지난해 4600억 원 넘는 매출에 영업이익 1076억 원을 기록했어요. 1년 전보다 각각 34.6%, 55.2%나 늘어난 것. 영업이익률은 21.7%에 달했는데요.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가 같은 기간 3조 원 넘는 매출에 영업이익 1908억 원으로 6.2%의 영업이익률을 찍은 것과 비교했을 때, 스타벅스의 3배가 넘는 수익성을 보인 거예요.
스타벅스가 위기에 빠졌다는 말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나오는 중이에요.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하고 매장 수가 어느덧 1900개를 넘어섰을 정도로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 2021년 10%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은 이듬해 4.7%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좀처럼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2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찍으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저가 커피 브랜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거예요.
이런 위기에 맞서 최근 스타벅스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요. 저가 커피의 공세에 대응하는 한편, 새로운 차별화 전략을 찾아 나선 것.
자세히 보기 🔎: 메가커피 인기에 대처하는 스타벅스의 자세 💸

최근 화제가 된 소식이 하나 있어요. 스타벅스 커피를 절반 이하의 가격에 마실 수 있게 됐다는 것. 4월 말부터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라떼·오늘의 커피·아이스커피 등 커피 메뉴 4가지 중 하나를 주문하면 30분 뒤부터 쓸 수 있는 쿠폰을 주는데요. 이 쿠폰으로 오늘의 커피·아이스커피는 1800원,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1/2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는 2000원에 살 수 있어요(톨 사이즈 기준). 당일에만 쓸 수 있다는 제한이 있지만, 60%나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거라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고요.
스타벅스의 할인 정책은 그뿐만이 아니에요. 오후 5시 이후 디카페인 커피나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주문하면 최대 50% 할인해주는 ‘이브닝 이벤트’를 최근까지 약 한 달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했어요.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원두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하나둘씩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스타벅스는 정반대로 가격 할인 정책을 꺼내고 있는 거예요.
다른 부분에서의 변화도 있어요. 스타벅스는 작년부터 일부 매장에 진동벨을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브랜드 철학에 따라 지금까지는 음료가 완성되면 고객의 닉네임을 부르고 음료를 직접 전달해왔는데요. 이 철칙이 깨진 거예요. 조만간 서울 중구 명동점에 키오스크를 도입할 거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키오스크가 설치되는 건 전 세계 스타벅스 중 처음이라고. 최근에는 전체 매장 중 80%에 달하는 매장의 운영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스타벅스는 이런 변화들이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거라고 말해요. 진동벨이나 키오스크는 일부 매장에 한해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거라 기존의 브랜드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고요. 하지만 이런 조치가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분석이 많아요. 할인 정책이나 매장의 변화 모두 저가 커피 체인의 공세로부터 고객을 지켜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도 나오고요.

“스타벅스 특유의 감성 다 사라지는 거 아냐?”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스타벅스는 또 다른 변화도 모색 중이에요.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특화 매장인데요. 매장 자체를 명소처럼 만든 스타벅스의 ‘더(THE)’ 매장은 ‘지나가다 들르는 게 아니라 목적지로 찍고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컨셉으로 해요. 그만큼 공간 설계나 디자인, 스토리텔링 소재까지 고려해 까다롭게 선정한다고.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R점’으로 부르는 리저브 전문 매장이 핵심인데요. 2024년 서울시 중구에 문을 연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은 한 재벌가의 50년 된 저택을 리모델링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어요.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나상진이 무려 3년에 걸쳐 지은 집으로 알려졌는데, 어느덧 ‘너무 흔해진’ 스타벅스가 특별한 공간을 선보이려고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지난 4월에 오픈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타벅스 리저브 도산점은 칵테일바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예쁘고 독특한 인테리어로 인기를 끄는 중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벅스의 변화에서 저의 커피 라이프(?) 변천사가 겹쳐 보여요. 성인이 된 뒤 우유가 섞인 편의점 커피로 카페인을 처음 받아들인 이후, 대학생 때 스타벅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커피의 ‘맛’에 처음 눈을 떴어요. 이후 한동안 스타벅스를 제집 드나들듯 하다가 낡고 지친 n년차 직장인이 됐을 때 즈음에는 본격적인 이중생활이 시작됐고요. 주중에는 생존을 위한 커피를 들이켜고, 주말에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에 가거나 근사한 공간·독특한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
스타벅스가 ‘고급’ 커피의 대명사였던 시절은 사실 끝난 지 오래됐잖아요. 그 사이 여러 프리미엄·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했고, 각각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살린 독립 로스터리·커피 브랜드도 많아졌고요. 스타벅스는 오히려 조금은 ‘대중화’된 느낌마저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스타벅스의 변신은 저가 커피 체인의 공세에 맞서면서도 동시에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읽혀요. 스타벅스의 변화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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