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 더 이상 할머니 취미가 아니라고? MZ세대의 취미가 된 뜨개 🧶

뜨개, 더 이상 할머니 취미가 아니라고? MZ세대의 취미가 된 뜨개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뜨개, 더 이상 할머니 취미가 아니라고? MZ세대의 취미가 된 뜨개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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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 혹시 요즘 주위에 뜨개를 시작한 친구가 늘지 않았나요? 뉴닉 사무실만 해도 뜨개 취미를 갖고 있는 팀원이 5명으로 늘어서, 얼마 전 점심 먹고 함께 카페에 가서 뜨개를 하는 ‘뜨개 모임’을 가졌어요. 각자 자신이 뜨고 있는 편물과 기구, 색색깔의 아이템들을 들고 와서 자랑하며 함께 뜨개를 했는데, 집에서 혼자 뜨개할 때와는 느낌이 달라서 재미있더라고요. 

‘뜨개’ 하면 소수의 금손들만 할 수 있는 취미라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뜨개는 2030 젊은 세대의 대중적인 취미로 떠오르는 중이에요. 목도리나 옷은 물론 여름용 블랭킷, 가방, 파우치, 가방에 달 수 있는 깜찍한 키링까지, 뜨개 아이템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요. 뜨개는 왜 갑자기 2030세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걸까요?


훑어보기 👀: ‘할머니 취미’에서 ‘힙한 취미’로, 확장하는 뜨개의 세계 🧓🧑‍🎤

이미지 출처: 바늘이야기 인스타그램

트렌드 좀 관심 있는 뉴니커라면 아마 소식 들었을 거예요. 얼마 전 CGV에서 열렸던 ‘뜨개상영회’ 소식 말이죠. CGV 서울 강변점은 올해 초 기본 관람료만 내면 뜨개를 하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뒤로 누울 수 있는 좌석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벤트라, “영화를 보며 편안하게 뜨개할 수 있어 너무 좋다”는 후기가 쏟아졌어요. 결과는 전석 매진이었고요. 그러자 CGV는 이벤트 진행 영화관을 전국 10개 지점으로 확대하고,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주기적으로 뜨개상영회를 열고 있는데요. 2030세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중노년 여성, 간혹 젊은 남성들도 참여하는 이색 영화관 이벤트로 완전히 자리 잡았어요 🍿. 

‘카페 뜨개’ 문화가 떠오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에요 ☕. 동네 뜨개방이나 집 안에서 주로 뜨개를 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2030세대 니터(knitter)들은 오픈된 공간에서 뜨개를 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이에 따라 카페에서 뜨개를 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는 건 물론, 아예 ‘뜨개 카페’를 컨셉으로 내세운 카페도 등장하고 있다고. 음료를 시키면 자리에서 마음껏 뜨개를 할 수 있고, 주위 다른 니터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등 뜨개에 진심인 공간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거예요.

국내 최대 규모의 온오프라인 뜨개 상점, ‘바늘이야기’는 얼마 전 대규모 팝업스토어 소식을 알려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어요 🛍️. 장소는 바로 팝업스토어의 성지, 서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이었는데요. 100평 규모의 공간 가득 각종 뜨개실과 의류, 뜨개 관련 소품들을 채워 수많은 뜨개인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유명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이 팝업을 열던 장소에서 뜨개 관련 팝업스토어가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화제가 된 거예요.

‘뜨개’하면 백발 할머니가 흔들의자에 앉아 스웨터를 뜨는 모습을 떠올리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뜨개는 MZ세대 젊은 여성 사이에서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여요. 바늘이야기의 매출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가 32%, 20대가 25%로 2030세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주요 소비층이 젊은 층으로 내려오면서 뜨개 문화가 풍성해지고 있다는 말도 나와요. 목도리나 숄, 스웨터 등 겨울철 의류가 중심이 됐던 예전과 달리 여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소품이나 헤어밴드, 키링류 도안도 많아지고, 자신만의 도안과 감성을 내세우는 ‘뜨개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며 뜨개 문화가 더욱 넓게, 깊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 ✨. 

인스타그램에 ‘뜨개’, ‘뜨개가방’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각각 48.4만 개, 36.8만 개의 결과물이 나오는데요(5월 19일 기준). 이 해시태그를 타고 들어가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 계정이나 뜨개 전용 계정에서 뜨개와 관련된 일상을 공유하는 걸 볼 수 있어요. 현재 자신이 뜨고 있는 도안이나, 실의 이름을 해시태그로 걸어 같은 도안·실을 사용하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기도 하고요. (저도 뜨고 있던 도안이 너무 어려워 해시태그를 붙여 올렸더니, 도안 원작자가 직접 제 피드에 와서 질문에 답해준 적이 있답니다 😉.)


자세히 보기 🔎: 뜨개는 어떻게 MZ세대의 취미가 됐을까

이미지 출처: (좌)바늘이야기, (우) jimmybeanswool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뜨개 문화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해요. 팬데믹으로 마음대로 외출할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지자,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뜨개 등 핸드메이드 관련 취미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것. 뱅크샐러드 2021년 데이터 리포트에 의하면 클래스101 등 온라인 클래스 서비스 이용자는 2019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1년 5월에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3.5배나 늘었다고. 전체 이용자의 결제 건수 역시 늘었고요. 온라인 강좌 등을 통해 뜨개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로 확 많아진 거예요.

하지만 뜨개가 본격적인 2030세대의 취미로 자리 잡은 건 그 이후의 일이에요. 팬데믹이 끝나 사람들이 자유롭게 바깥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뒤에도 뜨개 유행이 한 순간의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더욱 커지고 있는 건데요.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 등을 중심으로 퍼진 ‘핸드메이드 감성’ 유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걸로 보여요. 직접 만든 비즈발이나 헤드폰 커버, 코바늘 키링 도안이 SNS를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이전에는 뜨개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흥미를 갖게 된 것. 

비슷한 시기 패션계에서도 사람이 직접 손으로 짠 듯한 디테일의 니트, 크로셰 아이템 등이 함께 유행하기도 했어요. 레트로 패션 유행이 돌아오며 아날로그 감성의 아이템들도 함께 주목을 받게 된 건데요. 편물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니트 스웨터, 오밀조밀한 모티브가 반복되는 가디건과 탑 등이 주목을 받으며 뜨개 편물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거예요. 이런 흐름은 그대로 이어져, ‘크로셰’는 올해 여름 가장 핫한 키워드가 될 예정이라고. 여기에 르세라핌 사쿠라 등 유명 아이돌이 직접 뜬 뜨개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등, 뜨개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도 뜨개 유행에 한몫했고요.

한편으로, 이런 흐름 속에서 뜨개가 ‘나 혼자 하는 취미’를 넘어 ‘사람들과 함께하는 취미’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워요. 그동안 뜨개는 집콕을 사랑하는 내향인들의 취미로 주로 얘기됐는데요. 뜨개방 등에 모여 뜨개를 하더라도 서너 명 정도의 소규모 모임으로만 만나고, 여러 사람들과 왁자지껄하며 뜨개를 하는 모습은 상상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최근의 뜨개 유행은 예전과는 다른,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취미를 적극적으로 나누고 함께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지역을 기반으로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만나 주기적으로 뜨개를 하는 모임을 만들거나, 영화관에 모여 다 함께 ‘뜨개 나잇(Knitting night)’을 하거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도안을 추천하고, 실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뜨개 꿀템’을 소개하는 식으로 말이죠. 뜨개라는 ‘조용한’ 취미를 통해서도 새로운 커뮤니티에 소속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거예요.

뜨개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손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져서, 혹은 한 줄 한 줄 눈에 보이는 성취가 있다는 게 좋아서 뜨개를 한다고 말해요. 저 역시 머리가 복잡할 때 편물을 잡고 같은 무늬를 반복해 뜨다 보면 찾아오는 차분한 감각을 사랑하고요. 

가끔은 일상 속 모든 것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는 지금 같은 시대에 굳이 실을 사고, 맞는 사이즈의 바늘을 고르고, 오랜 시간을 들여 편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도 하는데요. 어쩌면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쳐 얻는 새삼스러운 기쁨과 행복이야말로 어쩌면 취미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는 잡생각을 남기고, 이만 마무리해 볼게요.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요!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드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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