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역대급 인기라고? ‘노잼’이었던 K리그 인기에 불이 붙은 이유 🏟️

K리그가 역대급 인기라고? ‘노잼’이었던 K리그 인기에 불이 붙은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K리그가 역대급 인기라고? ‘노잼’이었던 K리그 인기에 불이 붙은 이유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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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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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스포츠가 뭐냐고 묻는다면, 답은 프로야구일 거예요. 20대가 야구에 푹 빠지면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도 흥행을 이어가며 국내 No.1 스포츠로 자리 잡았는데요. 하지만 요즘 가장 빠른 속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프로스포츠는 따로 있어요. 바로 프로축구 ‘K리그’예요.

‘프로축구가 인기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예요. K리그는 오랫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거든요. 하지만 요즘 프로축구의 인기는 심상치 않아요. 20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팬이 유입되면서 관중이 확 늘어났기 때문. 프로야구와 해외축구에 밀려 관심을 끌지 못했던 K리그가 전례 없는 부흥기를 맞이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훑어보기 👀: K리그 붐은 온다 ⚽

그동안 딱히 축구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요즘 K리그가 인기라는 말은 주위에서 꽤 들어봤을 거예요. 제 SNS에는 언젠가부터 직관 영상 등이 꾸준히 올라오기 시작했는데요. 부쩍 높아진 K리그의 인기는 여러 숫자로 증명돼요. 

2023년 K리그(1·2부리그 합계) 유료관중은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300만 명을 돌파했어요. 2024년에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100만 관중200만 관중 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300만 관중을 돌파하더니 약 343만 명으로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2년 연속으로 새로 썼고요.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늘다 보니 입장권 수입도 크게 늘었어요. 2023년 K리그 입장권 수입은 2022년(약 16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344억 원을 찍었어요. 관중 1인당 입장 수입을 뜻하는 객단가도 역대 가장 높은 1만 1980원을 기록했고요. 그리고 이 기록은 불과 1년 만에 새로 쓰였어요. 2024년 입장권 수입은 전년보다 23% 넘게 증가한 약 425억 원을 기록했고, 객단가도 1만 2710원으로 뛴 것. 경기당 평균 관중 수로 따지면 프로야구에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이번 시즌에도 K리그의 인기는 이어지는 중이에요. 지난 2월 개막 이후 평균 관중 수 추이를 봤을 때, 올해에도 최다 관중 기록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번 시즌 FC서울의 홈 개막전이었던 FC서울 vs. FC안양 경기에는 4만 명 넘는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어요. 이는 역대 K리그 홈 개막전 최다 관중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대구FC는 개막 이후 4번의 홈경기 중 3번이나 매진을 기록했고요. 2부리그인 K리그2도 역대급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1983년 출범한 K리그는 1982년에 시작된 프로야구와 함께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데요. 흥행 돌풍을 이어가며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없었어요. 구글 검색창에 ‘K리그’를 넣으면 ‘K리그 인기 없는 이유’가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였거든요. 꽤 오래전부터 모든 경기를 TV 중계로 볼 수 있게 된 프로야구와는 달리, K리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 중계를 보기가 쉽지 않았고요. 보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광고 수입이 많이 나오기 어렵고, 방송사들도 중계를 꺼렸던 거예요.

K리그의 인기가 저조했던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어요. 우선 프로야구의 인기가 워낙 막강했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거예요. 흔히 우리나라의 4대 프로스포츠로 야구, 축구, 농구(남자·여자), 배구(남자·여자)를 꼽는데요. 실내 스포츠인 농구·배구를 빼면 관중 규모에서는 프로야구가 압도적 1위 자리를 지켜왔어요. 반면 프로축구는 오랜 시간 ‘보는 사람만 보는’ 리그에 머물렀고요.

해외축구 열풍도 영향을 미쳤어요. 2005년 박지성 선수가 잉글랜드 프로축구(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뛰기 시작하는 등 국내 선수들의 해외 ‘빅리그’ 진출이 잇따르자, 사람들의 관심이 해외축구로 쏠린 것. 수준 높은 해외축구를 보며 눈이 높아진 국내 축구팬들을 K리그가 만족시키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고요.

그밖에 승부조작 스캔들, 잦은 연고지 이전과 인기 구단들의 해체·추락 등도 원인으로 꼽혀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4강 진출에 힘입어 축구 열기에 불이 크게 붙었는데요. 그 인기를 K리그로 이어가자는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훌쩍 시간이 흐른 지금, K리그가 역대급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자세히 보기 🔎: 다시는 K리그를 무시하지 마라: K리그 인기를 만든 것들 🔥

‘축구 불모지’였던 대구는 2002년 창단된 시민구단 대구FC 덕분에 축구의 도시로 떠올랐어요. 사실 대구FC는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새로 지은 거대한 규모의 대구월드컵경기장을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해 대구시 주도로 창단됐는데요. 오랜 침체기 끝에 부활하며 새로운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중이에요. 특히 2019년부터 규모는 훨씬 작지만 다이나믹한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축구전용구장으로 옮겼는데요. 경기장의 분위기 만큼은 해외축구 명문팀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K리그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바로 ‘스타 플레이어’예요. 그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건 바로 FC서울의 제시 린가드 선수고요. 린가드는 박지성의 소속팀이었던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카데미(맨유 유스) 출신인데요. 맨유에서 149경기를 뛴 걸 포함해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EPL에서 182경기나 뛰었어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대표팀 소속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하기도 했고요.

린가드는 K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중 역대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수로 꼽혀요. K리그 40년 역사상 린가드만큼 화려한 이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는 없었기 때문. 2024 시즌을 앞두고 처음 이적설이 나왔을 때만 해도 ‘린가드가 K리그에 온다고? 왜?’ 하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축구는 핑계고, 한국에서 다른 사업을 하러 오는 거 아냐?’ 하는 의심도 있었고요.

해외축구에서 TV 중계로만 보던 스타급 선수가 K리그에 왔다는 소식에 FC서울 경기에는 관중이 모여들었어요. FC서울은 린가드 영입 첫 시즌에 K리그 최초로 한 시즌 50만 관중을 돌파했는데요. 구단에 따르면, FC서울 홈 경기장을 처음으로 찾은 사람의 77%는 린가드를 보러 왔다고 답했다고. 축구에 관심은 있지만 K리그는 본 적 없던 사람들이 새로운 팬층으로 유입된 거예요. 의외로 K리그에 ‘진심’인 린가드의 모습에 더해 ‘클래스가 다른’ 경기력에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고요.

K리그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점도 이유로 꼽을 수 있어요. 다른 OTT들이 구독자 확보를 위해 스포츠 경기 생중계에 뛰어든 것처럼, 쿠팡플레이 역시 2022년부터 K리그의 모든 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는데요.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축구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의 대성공을 계기로 해외에서 축구 다큐가 쏟아지던 흐름에 맞춰 K리그 구단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연달아 독점 공개하는 등, 축구 관련 콘텐츠도 계속 공급했어요. 이전에 비해 관객들이 K리그 경기와 구단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 늘어난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팬들은 경기 자체가 재밌어진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해요. 어떤 종목이든 스포츠에서는 ‘스토리’가 중요한데요. 어린 시절부터 국내 최고 명문 구단 중 하나인 수원삼성의 팬이었다는 뉴닉 에디터 하비 🤖는 “K리그 인기가 높아진 게 확실히 느껴진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 “FC서울의 김기동 감독처럼 팀 컬러와 팀의 스타일을 만드는 감독이 점점 늘었어요. 쿠팡플레이 다큐에도 그런 팀 컬러나 스토리가 잘 드러나는데요. 한 팀의 스토리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어요. 경기를 보는 다양한 재미가 생긴 거죠. 10년 전과 비교하면 경기 수준도 확실히 높아졌어요. 강원FC나 광주FC처럼 팀 컬러가 확실한 팀들이 다른 팀에 비해 얇은 선수층으로도 뛰어난 성적을 낸 ‘언더독의 반란’이 늘어나면서 경기를 보는 재미도 훨씬 커졌고요.”

K리그의 역사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라이벌 구도도 스토리의 풍성함을 더하는 요소예요. 전통의 라이벌 경기(더비)로 꼽히는 FC서울 vs. 수원삼성의 ‘슈퍼매치’, FC서울 vs. FC안양의 ‘연고지 더비’, 전북현대 vs. 울산현대의 ‘현대가 더비’, 수원삼성 vs. 대전하나시티즌의 ‘축구수도 더비’ 등이 대표적이라고. 

FC서울과 FC안양의 경기는 ‘연고지 더비’로 불려요. 경기도 안양을 연고지로 삼았던 FC서울의 전신 안양 LG 치타스가 2004년 서울로 옮겨간 이후 생긴 감정적 앙금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두 팀의 경기가 펼쳐질 때마다 엄청난 야유와 신경전이 벌어진다고.

각 구단과 연맹 차원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어요. 대구FC는 비교적 역사가 짧은 시민 구단임에도 성공적인 스토리를 써 내려간 구단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훨씬 큰 대구의 다른 경기장 대신 ‘아담한’ 축구전용구장을 쓰기로 한 게 ‘대박’을 쳤다고.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며 ‘야구 도시’로만 알려졌던 대구에서 축구 붐이 일어난 거예요. 다른 구단들도 SNS와 자체 콘텐츠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는 데 열심이고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3년 하위 팀을 하부리그로 강등시키는 승강제를 도입하고, 경기장 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등 K리그 흥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어요. 누구나 경기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배리어프리’ 환경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했고요. 최근에는 산리오와 협업한 캐릭터 굿즈를 출시했는데, 오픈런이 벌어지며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고.

최근 K리그가 산리오와 협업해 출시한 K리그(1부·2부리그) 전 구단 굿즈. 팝업스토어 대기시간이 16시간을 찍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중이에요. 서울에 이어 대구에서도 2차 팝업스토어가 열린다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K리그의 인기가 무척 솔깃해요. 저는 10년 넘게 해외축구를 챙겨 보고 있고 여러 차례 ‘직관’도 다녀왔지만, 정작 가까이에 있는 K리그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는데요. 요즘 K리그가 인기라는 소식에 관심이 생겨서 조만간 경기를 보러 갈 예정이에요. 

에디터 하비는 “해외축구와는 달리 직접 경기를 보러 갈 수 있다는 게 바로 K리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해요. 🗣️: “경기장에 가서 보면 TV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바로 눈앞에서 선수들을 보고 경기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어떤가요? 마침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이니까, 사방이 탁 트인 경기장에서 수만 명의 관중과 함께 한목소리로 ‘우리 팀’을 응원하는 짜릿한 쾌감을 느껴봐도 좋을 것 같지 않나요? K리그는 ‘노잼’이라는 편견을 깨고 나면 미처 몰랐던 재미를 느끼게 될지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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