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원 생맥주’ 초저가 이자카야의 인기, 언제까지 갈까?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1900원 생맥주’ 초저가 이자카야의 인기, 언제까지 갈까? 🍻
우리나라는 뭐든 ‘빨리빨리’가 익숙하잖아요.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나 집 근처, 사무실 앞 가게가 바뀌는 모습을 조금만 유심히 지켜봐도 알 거예요. 어떤 가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다음 금세 그 자리에 다른 가게가 생기고 얼마 못 가서 다시 없어졌다가 또 다른 가게가 들어서는 일은 꽤 흔하니까요.
평소 저는 그런 거리 풍경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는 편인데요. 최근 눈에 띈 하나의 트렌드가 있어요. 바로 ‘1900원 생맥주’라고 간판에 큼지막하게 써 붙인 이자카야예요. 작년 봄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던 김밥천국이 사라진 자리에 이런 곳이 하나 생겼고, 작년 가을에는 사무실 근처 설렁탕집이 떠난 후 한동안 비어 있던 자리에 1900원 생맥주 이자카야가 들어섰어요.
1900원 이자카야는 작년 초부터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나오는데요. 오늘은 빠른 속도로 전국을 휩쓸고 있는 ‘초저가 이자카야’가 왜 이렇게 뜨고 있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뜯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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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1900원’과 ‘닭날개튀김 900원’을 내건 초저가 이자카야는 요즘 외식업계에서 가장 뜨는 트렌드 중 하나예요. 생맥주의 ‘표준’인 500cc보다 양을 줄인 300cc 생맥주를 1900원에 팔고, 닭날개 튀김인 ‘테바나카’ 10조각을 9000원(1개당 900원)에 판매하는 게 ‘국룰’이라고.
국내에서 초저가 이자카야의 ‘표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브랜드 ‘생(生)마차’는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100호점을 돌파했어요. 약 1년 만에 전국 가맹점은 180개를 넘어섰고요(2025년 2월 기준). 똑같은 가격과 비슷한 컨셉을 내건 ‘쏘시지요’, ‘단토리’, ‘다다하다’, ‘간빠이’, ‘치마이생’ 등의 10여 개 브랜드도 빠르게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어요.
1900원 생맥주가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생맥주를 취급하는 다른 식당·술집 중 1900원짜리 생맥주를 메뉴에 추가한 경우도 많아요. 500cc 생맥주 한 잔이 보통 50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양은 조금 적지만) 절반 가격도 안 되는데요. 500cc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3200원이 채 안 되는 1900원짜리 맥주가 어느새 대세가 된 거예요.
초저가 이자카야의 또 다른 특징은 ‘일본 감성’을 살린 인테리어예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자카야는 비교적 가격대가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았는데요. ‘신지다이(新時代)’ 등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 유행 중인 저가 이자카야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게 바로 우리나라의 초저가 이자카야예요. 메뉴는 물론 간판과 실내 인테리어, 비좁은 공간까지 컨셉을 제대로 살렸다고.
‘1900원 생맥주’ 간판을 맨 처음 봤을 때 누구나 “그 가격에 팔아서 남는 돈이 있어?” 생각했을 텐데요. 초저가 이자카야는 메뉴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요. 프랜차이즈 본사가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해 비용을 낮추는 건 기본이에요. 맥주 용량을 500cc에서 300cc로 줄이고, 닭날개를 반으로 잘라 양을 줄이기도 하고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안주의 평균 조리 시간을 3~4분대로 줄인 것도 특징이에요. 반조리 상태로 가맹점에 공급되는 안주를 튀기거나 굽기만 하면 되기 때문.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간단한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쉽게 매장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필요 없다고 홍보하고 있고요. 메뉴당 가격은 낮지만, 빨리 많이 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인 거예요.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부담 없이 이것저것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서 의외로 고객 1인당 매출은 꽤 높은 편이라고 하는데요.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초저가 이자카야는 2024년에 가장 핫한 창업 아이템 중 하나로 주목받았어요. 하지만 “이 유행이 언제까지 갈까?” 하는 말도 슬슬 나오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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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이자카야가 인기를 끈 이유는 따지고 보면 단 하나, 바로 저렴한 가격이에요. 요즘은 1만 원은 줘야 점심 한 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외식 물가가 많이 올랐잖아요.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지갑도 얇아졌고요. 초저가 이자카야는 이런 ‘불황 트렌드’에 올라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은 보통 먹는 데 쓰는 돈부터 줄이기 시작하는데요. 간판에 큼지막하게 적힌 ‘생맥주 한 잔 1900원’이라는 문구로 잔뜩 위축된 소비자들을 제대로 끌어들인 거예요.
그런데 “초저가 이자카야 유행, 오래 못 갈 거야” 하는 말이 나오는 이유 역시 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사람들은 브랜드나 품질보다는 가격에 끌려 초저가 이자카야 매장을 찾게 되는데요. 비슷한 메뉴·가격을 내건 브랜드가 우후죽순 등장하며 차별 포인트가 사라졌어요. 반면 엇비슷한 브랜드끼리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졌고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초저가 이자카야는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으로 꼽혀요. 메뉴가 비교적 단순해 특별한 노하우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창업 비용도 적은 편이거든요. 그게 바로 초저가 이자카야 매장이 빠른 속도로 전국 곳곳에 퍼질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프랜차이즈 본사는 30%대에 달하는 꽤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며 가맹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이미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이 대목에서 과거의 ‘스몰비어’ 유행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아요. 스몰비어는 2010년대 초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외식 업계의 트렌드로 떠올랐는데요. 부담 없는 가격대의 맥주와 안주가 핵심으로, ‘생맥주 3000원’과 ‘5000원 감자튀김’으로 유명했어요. ‘스몰’이라는 이름답게 동네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할 수 있는 호프집이 컨셉이었던 것.
스몰비어의 원조로 꼽히는 ‘봉구비어’는 한때 전국에 700개 넘는 가맹점을 오픈하기도 했는데요. 똑같은 컨셉의 유사 브랜드가 수십 개나 생겨나며 경쟁이 치열해졌고, 결국 몇 년 만에 인기가 크게 꺾였어요. 가맹점 수는 불과 몇 년 사이 절반 넘게 줄었고요.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외식 업계에서 ‘트렌드’가 소비되는 공식은 알고 보면 단순해요. 하나의 창업 아이템이 뜨면 → 발 빠르게 브랜드·서비스를 기획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생겨나고 → 공격적으로 가맹점 모집과 홍보에 나서며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린 다음 → 성장세가 정점을 찍을 때쯤 브랜드를 매각해 손을 떼고 → 포화 상태에 이르러 줄어든 수익만큼 늘어나는 손실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의 몫으로 남는 것.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 속에서 “요즘 이게 유행이래!” 하는 말에 한 걸음 늦게 창업에 뛰어든 가맹점주들이 가장 큰 손해를 입는다고 말해요. 투자한 돈을 미처 회수하기도 전에 인기가 꺾일 수 있기 때문.
초저가 이자카야가 이런 ‘K-프랜차이즈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1년 안에 대부분의 브랜드가 사라질 거라고 말하기도 해요. 만약 그렇게 되면 저희 동네에 생겼던 곳도, 회사 앞에 새로 문을 연 곳도 사라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자리에는 또 다른 ‘핫한’ 프랜차이즈 매장이 생길지도 모르고요. 1900원짜리 생맥주의 거품이 꺼지면, 그 자리에는 뭐가 남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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