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센추리 모던 유행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

미드 센추리 모던 유행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미드 센추리 모던 유행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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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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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은 라이프스타일 신에서 너무나도 자주 나오는 용어입니다.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떠오른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죠. 20세기에 비해 21세기에는 디자인 트렌드가 다극화되면서 절대강자가 없다고 말하는데요. 유독 미드 센추리 모던은 유행을 비켜난 듯 화제의 중심부에 존재해요. 혹자는 지겨울 정도라고 말하죠. 그래서 매년 사람들은 궁금해한답니다. “올해도 미드 센추리 모던이 계속 유행할까?” 


미드 센추리 모던, 정리 한번 해볼까요

이미지 출처: Eames Office, LLC

미드 센추리 모던은 그 유명세에 비해 딱 떨어지는 용어는 아니에요. 미니멀리즘 디자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등 이름만 들어도 유추할 수 있는 경우와는 상당히 대비되죠. 그래도 본질에 가깝게 정리를 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에 등장한 새로운 중산층이 향유한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이라고 하는 게 적당하겠어요.

1945년 전쟁이 끝나고 군인들이 일상에 복귀하면서 미국 사회는 전례 없는 변화를 겪습니다. 퇴역 군인 지원 법안에 따라 교육, 주택, 보험, 의료, 직업 훈련의 기회를 제공받은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고 베이비붐이 시작됐어요. 초호황에 발맞춰 가구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미국 역사상 보기 드문 중산층의 낙원이 펼쳐졌습니다. 도시 교외 주택 단지에 모여 사는 현대적인 가정을 둘러싼 풍요로운 디자인이 바로 미드 센추리 모던의 본질입니다.

미드 센추리 모던은 많은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뛰어나고 좋은 디자인을 목표로 삼았어요. 그래서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실용성을 중시한 기능주의를 추구했죠. 하지만 예전처럼 딱딱한 직선형이 아니라 직선과 곡선이 조화롭게 섞인 유기적인 디자인이 특징이었어요. 낙관적인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면서 집은 개방적으로 바뀌었어요. 커다란 유리창을 설치해 자연광을 흠뻑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마당과 실내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녹음이 집으로 연장됐어요. 내부의 복잡한 벽이 없어지며 시원시원하게 뻥 뚫린 거실에는 이런 분위기를 북돋는 가구들로 채워졌죠. 

전쟁 때문에 급속도로 발전한 신소재 기술이 적극적으로 쓰이면서 가구의 재료 또한 플라스틱, 합판, 금속 등으로 다양해졌습니다. 공간 활용을 돕는 모듈형 가구를 시작으로 현대적 의미의 오피스 디자인도 이때 탄생했어요. 허먼 밀러, 놀을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에서는 찰스 & 레이 임스 부부, 조지 넬슨, 에로 사리넨 등이 디자인한 걸작을 미친 듯이 쏟아냈죠. 임스 부부는 연예인 못지않은 셀러브리티가 되었답니다. 미드 센추리 모던은 유럽으로 넘어가 덴마크를 중심으로 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발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어요. 듣도 보도 못한 풍요로움과 낙관주의 아래에서, 아르네 야콥센, 한스 베그너, 핀 율 등이 디자인한 의자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클래식 디자인으로 자리매김했어요.

미드 센추리 모던은 그 이름처럼 기간이 정해져 있어요. 시작은 당연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이고요. 끝나는 시점은 크게 1960년대 말, 혹은 1970년대 초로 잡아요. 전자의 경우는 1969년으로, 이때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면서 1960년대부터 알음알음 유행하던 미래적인 이미지의 ‘우주 시대(Space Age)’ 디자인이 최고조에 달하며 주도권이 넘어가 버렸어요. 후자의 경우, 1973년을 기점으로 삼아요. 제1차 오일쇼크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미국과 유럽에 전례 없이 지속된 풍요로움의 시간이 급속도로 막을 내리게 되고, 디자인 또한 퇴조하기 시작했죠.


미드 센추리 모던, 21세기에 소환되다

옛 영광에 가까운 미드 센추리 모던이 21세기에 다시 나타나게 된 것은 복잡한 우연의 산물입니다. 미드 센추리 모던의 재유행을 알아보려면 21세기 들어 변화한 주거 환경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어요. 21세기는 수축의 시대입니다. 경제 발전이 더뎌지면서 사회에 진출한 젊은 세대의 일자리가 부족해졌어요. 직업의 안정성과 수입이 불안해지자 결혼과 출산율도 덩달아 떨어졌고요. 거대해지는 도시 중심부에서 원룸 혹은 투룸 정도의 작은 공간을 점유하는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했어요. 

이때 사람들의 관심을 끈 공간 해결사가 바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입니다. 해가 짧고 날씨가 추운 북유럽의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집을 포근하고 밝게 유지하는 데 집중합니다. 조명을 효과적으로 쓰고, 지역에 풍부한 나무를 활용한 유기적인 형태의 실용적인 가구가 발전했죠. 21세기에 맞춰 진화한 컨템퍼러리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좁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집은 곧 쉼터라는 공식도 생겼고요.

이런 상황에서 반세기 전에 유행한 미드 센추리 디자인이 21세기에 부활하는 데에는 여러 계기가 있었어요. 먼저 매스미디어의 역할을 무시하지 못해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방영하며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TV 드라마 ‘매드 맨(Mad Men)’이 대표적인데요. 1960년대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터라 오피스와 주거 공간을 모두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와 가구로 재현했는데,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폭증할수록 미드 센추리 모던 디자인 또한 매우 ‘핫’한 존재로 인식됐죠. 게다가 2010년대 초 레트로 디자인이 디자인 전 영역에 걸쳐 유행할 때,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 분야에서 미드 센추리 모던이 대대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지금 유행하는 미드 센추리 모던은 현대 주거 환경 변화에 맞춰 21세기형으로 변형된 버전입니다.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자연과 연계되던 특성은 공간에 식물을 들이는 것으로 대체됐어요. ‘플랜테리어(플랜드 + 인테리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드 센추리 모던의 개방적인 느낌을 활용한 가구는 좁은 공간을 넓게 보이게 돕고요. 게다가 전체적으로 깔맞춤하지 않고 몇 점만 집안에 들여놓기만 해도 포인트 아이템으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어요. 한 마디로 가성비가 뛰어나죠.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으로 전 세계의 디자인 트렌드가 개인 단위로 연결되는 흐름을 타고 미드 센추리 모던 디자인은 완전히 대세가 됐어요.

미드 센추리 모던의 장기 유행에 쐐기를 박은 결정적 계기는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입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주거 공간의 오피스화가 진행됐는데요. 앞서 말한 대로 미드 센추리 모던은 주거 공간뿐 아니라 오피스 공간의 디자인 문법을 확립하는 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가구와 인테리어는 삶과 일이 양립하는 터전에 아주 찰떡이었어요.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미드 센추리 모던이 계속 트렌드를 쥐고 있는 이유입니다.


뉴노멀로서의 미드 센추리 모던의 미래

미드 센추리 모던은 이제 ‘뉴노멀(New Mormal)’로 격상했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파편화된 트렌드가 동시에 존재하는 다극화 시대입니다. 맥시멀리즘, 미니멀리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등 극과 극을 달리는 트렌드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바탕으로 떠오른 게 미드 센추리 모던이에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 있는 디자인, 가구 디자인 역사상 가장 황금기에 탄생한 헤리티지, 주거 공간과 오피스 공간 모두에 어울리는 합리적인 기능성을 잡은 덕분입니다.

그래서 미드 센추리 모던을 중심으로 다른 디자인 트렌드가 결합해서 분화하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 사태로 주목받은 ‘바이오필릭(biophilic)’ 디자인은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와 지속가능한 재료의 사용을 중시하는데요. 미드 센추리 모던의 기본 콘셉트에 무난히 녹아들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유행한 ‘재팬디(Japandi)’ 또한 마찬가지예요. 일본과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결합한 재팬디는 차분한 색조와 간결하고 명상적인 미니멀리즘, 매끈하지 않은 자연 소재의 활용과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데요. 이런 재팬디와 미드 센추리 모던을 합친 ‘미드 재팬디(Mid-Janandi)’가 요새 주목받고 있답니다.

21세기에 다시 호출된 미드 센추리 모던은 기능성과 심미성이 조화되어 다양한 트렌드와 결합하는 유연성을 갖췄어요. 게다가 현대의 컴팩트한 도시 주거 환경에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표준화됐고요. 게다가 팬데믹 이후 다기능적 공간 활용에 최적화된 뉴노멀이라는 점에서, 아마 앞으로도 다극화된 디자인 트렌드의 코어로 오래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미드 센추리 모던이 언제까지 유행할까?”가 아니라, “미드 센추리 모던이 어떻게 분화할까?”처럼 말이죠.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드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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