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최애 영화 회사는? 브랜드로 진화하는 영화 스튜디오들 🎞️

당신의 최애 영화 회사는? 브랜드로 진화하는 영화 스튜디오들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당신의 최애 영화 회사는? 브랜드로 진화하는 영화 스튜디오들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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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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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미친 영화”. 작년 12월 개봉한 ‘서브스턴스’ 포스터에 적힌 문구인데요. 등장인물들의 신체가 기괴하게 변한다는 스토리, 강렬하고 호불호 갈리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큰 화제를 모았어요. 흥행 성적도 놀라워요. 개봉 58일 만에 누적 관객 40만 명을 넘겼거든요. 지금도 관객 수가 계속 늘고 있고요.

이처럼 독특한 소재와 참신한 연출로 무장한 독립·예술영화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젊은 세대의 ‘스페셜티 무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왔죠. 이런 변화에는 남다른 작품에 투자하고 배급한 인디 스튜디오들의 역할이 컸어요. 이번에 화제가 된 ‘서브스턴스’도 인디 영화 배급사 ‘무비’가 판권을 갖고 있었거든요. 극장은 물론 스트리밍 시장에도 신선한 파도를 가져온 대표 인디 스튜디오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왜, 이들의 작품을 믿고 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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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4, 네온(NEON), 무비(MUBI). 영화에 관심 있는 뉴니커라면 이 회사들의 로고를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거예요. 지금 가장 잘나가는 영화 배급사들이거든요. 셋 중 맏형 격인 무비(MUBI)는 ‘서브스턴스’ 외에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판권을 어마어마한 금액에 구매해 주목받았어요. 요즘 소셜 미디어에서 많이 보이는 A24는 아카데미 7관왕에 오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미나리’로 유명하고요. 막내인 네온(NEON)도 2019년 ‘기생충’을 시작으로 5번 연속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배출해 급성장 중이죠.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1. A24: 스튜디오에서 문화현상으로 발전한 영화업계의 혜성

2012년 8월 출범한 A24는 구겐하임 파트너스 투자회사에서 영화 산업을 담당하던 다니엘 카츠, 빅 비치 필름의 제작본부장 존 호지스, 영화배급사 오실로스코프 대표 데이비드 펜켈이 설립했어요. “신선한 콘텐츠를 원하는 젊은 관객들과 재능있는 작가들을 연결한다”는 모토로 영화 배급 사업에 뛰어들었죠. 그러다 2016년, 처음으로 제작까지 맡은 ‘문라이트’가 ‘라라랜드’를 제치고 아카데미를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유포리아’와 ‘동조자’ 같은 드라마도 만들고, 매거진과 한정판 굿즈 등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도 운영 중이죠.

이제 A24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가 됐다는 평가를 받아요. 소재가 낯설거나 파격적이어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작품이면 과감하게 투자했거든요. 덕분에 ‘대낮의 섬뜩함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받은 ‘미드소마’, 한인 교포 사회를 극사실주의로 묘사한 ‘성난 사람들’ 같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었죠. A24는 ‘마케팅 맛집’으로도 유명한데요. 영화 속 주인공의 틴더 앱 계정을 만들거나, 좀비가 된 등장인물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2층 버스에 태우기도 했죠. 이런 점에 힘입어 A24는 트렌디하고 색다른 영화를 잘 고르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어요.

2. Neon: 칸 황금종려상을 5번 들어 올린 슈퍼스타

한국 영화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기생충’의 북미 배급, 바로 이 회사가 맡았어요. 거대 영화사인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임원으로 일한 톰 퀸, 텍사스 예술영화관 체인점을 운영하던 팀 리그가 2017년 함께 창업했죠. 설립과 동시에 ‘아이, 토냐’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2019년 ‘기생충’을 시작으로 2024년 ‘아노라’까지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어요. 미국 비즈니스 및 미디어 월간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2020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 TOP10에 네온을 선정하기도 했고요.

네온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다큐멘터리·논픽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발굴해요. 기준도 굉장히 구체적이죠. “45세 미만이고, 외국어 영화나 논픽션에 거부감이 없으며, 작품 속 폭력을 수용할 수 있는 관객에게 어필할 작품”인데요. 이런 조건에 맞고 작품성도 좋다면, 네온은 기존 스튜디오들이 주저했던 콘텐츠도 과감하게 선보여요. 덴마크 난민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나의 집은 어디인가’, 기후변화로 인해 무너지는 마케도니아 가족의 일상을 소재로 한 ‘허니랜드’ 등이 대표적이죠. 오랫동안 업계에서 쌓은 내공과 독창적인 작품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네온은 A24의 뒤를 이어 가장 주목받는 영화사로 떠오르고 있어요.

3. MUBI: 독립·예술영화 애호가들을 위한 큐레이션 전문가

2007년 영국에서 설립된 무비는 고전 명작과 독립·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선보이는 스트리밍 서비스예요. 매일 새로운 작품이 ‘지금 상영 중(Now Showing)’에 올라와 30일만 서비스되는 점이 독특하죠. 무비를 창업한 에페 카카렐은 MIT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투자 은행가로 일했는데요. 2006년 일본 출장 중 왕가위의 ‘화양연화’를 온라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에 놀랐고,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해요. 

이제 무비는 190여 개 나라에서 1,200만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정도로 성장했어요. 2022년 초에는 독일 배급 전문 회사를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도 넓히는 중이죠. 영화 평론과 의견 등을 담은 자체 매거진 ‘Notebook’ 등도 발간 중이고요. 이를 통해 무비는 영화의 세계를 더 넓게, 깊게 탐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로 발전하고 있어요.

위의 세 회사 이외에도 ‘인시디어스’ 시리즈 등 호러영화로 유명한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실험정신 강한 작품들을 다루는 안나푸르나 픽처스 등 다양한 인디 스튜디오들이 성장 중인데요. 한국에서도 ‘악마와의 토크쇼’,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을 수입한 배급사 찬란이 주목받고 있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독립 스튜디오들의 영화를 이전보다 더 선호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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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앱을 열고도 ‘뭘 볼까…’ 하면서 작품들을 훑어본 경험, 뉴니커도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어디서 본 것 같은 스토리, 비슷한 작품에 많이 나온 배우들, 예고편만 봐도 결말을 알 것 같은 식상함까지.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영화와 드라마를 훨씬 까다롭게 고르게 됐어요. 유튜브나 숏폼처럼 빠르게 즐길 거리가 많은 지금은 더더욱 그렇죠. 

이렇게 관객의 기준은 높아졌지만, 기존 대형 스튜디오들은 변화를 잘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물론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부분만 신경쓰다 보니 검증된 배우, 검증된 소재로만 영화를 만들게 된 거죠. 그래서 ‘영화는 많은데 볼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거고요.

하지만 A24와 네온, 무비는 기존의 ‘흥행 공식’에 의존하지 않았어요. A24에 아카데미를 안겨준 ‘문라이트’의 감독은 당시 신인이었어요. ‘흑인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며 성장한다’는 소재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죠. 하지만 A24는 전적으로 감독을 믿어줬고 제작까지 맡았어요. 또 네온을 창업한 톰 퀸은 이전 직장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 ‘마더’를 배급하며 봉 감독과 인연을 이어왔어요. 봉 감독의 매력에 확신을 가진 톰은 ‘기생충’ 판권을 시나리오 단계에서 구매했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흥행을 이끌었죠. 

무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요. AI 추천이 대세인 지금도 큐레이터들이 직접 작품을 엄선하죠. 자체 매거진에는 무비의 어떤 스태프가, 어떤 작품을, 왜 추천하는지 적어둬요. 관객들이 궁금해할 만한 감독이나 배우와의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도 상세하게 소개하죠. 2021년부터는 브랜드 이름을 건 자체 극장까지 만드는 중이에요. 

결국 사람들이 인디 스튜디오에 열광하고, 브랜드처럼 지지하는 건 모두에게 선택받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를 지켜왔기 때문일 거예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이런 이야기를 정말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새롭고 남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관객들은 바로 그 지점에 끌렸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뉴니커는 팬으로 응원하는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가 있나요? A24나 네온, 무비 같은 브랜드가 한국에서도 등장할 수 있을까요? 시네마를 사랑하는 뉴니커의 의견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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