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 거울 앞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트 큐레이션
'서브스턴스', 거울 앞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

뉴니커는 거울 앞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본 적 있나요?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다 보면, 별생각 없던 내 얼굴이 갑자기 하나씩 클로즈업돼서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잖아요. 내 눈은 너무 작고 째진 것 같고, 코는 뭉툭하고, 입가의 팔자주름이 소름 끼치도록 보기 싫어지는, 그런 순간이요.
영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는 과거 잘 나가는 배우였지만, 지금은 촌스러운 에어로빅 쇼의 진행자로 연예계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다뤄요. 프로듀서로부터 “당신은 너무 나이가 많아 매력적이지 않다”며 하차를 통보받은 어느 날,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접하게 되는데요. 약물을 주사한 엘리자베스의 척추에서 젊고 아름다운 클론이 태어나고, 이후 영화는 한 명의 인간이었던 여성이 늙고 추한 ‘엘리자베스’와 젊고 아름다운 ‘수’로 분열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담아내요.
서브스턴스에 의존하게 된 엘리자베스가 몰락해가는 과정은 기괴하지만, 그 밑바탕에 있는 건 사실 외모 강박을 조금이라도 겪어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이에요. 타인의 시선으로 내 몸과 얼굴을 강박적으로 샅샅이 뜯어볼 때 느껴지던 감정,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가치인 것처럼 느껴질 때 들던 감정 같은 것들 말이죠. 거기에는 아무리 애써도 닿을 수 없는 ‘이상적인 나’에 대한 선망과 질투, 증오 같은 감정 역시 포함되어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을 함께 살피면서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코미디언 강유미 씨의 ‘유미스턴스’를 함께 보길 추천해요. 여성의 몸과 거기 덧씌워진 기준들, 나이듦,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