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세대 걸그룹이 온다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지금, 2세대 걸그룹이 온다 🎤

지난 1월 18~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여자친구’의 데뷔 10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연초에 스페셜 앨범 ‘Season of Memories’를 발표, ‘제39회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신곡을 최초 공개한 후, 오랫동안 그들을 기다려온 팬들을 공연장에서 만난 것이죠. 반가운 소식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에는 ‘2NE1’이 국내를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 'WELCOME BACK’을 시작했고, 12월에 ‘베이비복스’가 ‘KBS 가요대축제’ 무대에 섰으니까요.
짧게는 4년, 길게는 14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케이팝 걸그룹의 움직임, 그리고 그 맥락에 대해 살펴봅니다.
걸그룹은 돈이 안 되고 대중성과 화제성만 있다고?
베이비복스, 2NE1, 여자친구의 귀환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간단히 ‘케이팝 세대론’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3세대 아이돌에 관한 언급은 약 2018년부터, 4세대는 2023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최근 1~2년 사이에 데뷔하는 아이돌들에게는 ‘5세대 대표 주자’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세대 갈음이 빨라도 너무 빠른 것 아닐까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한 칼럼에서 ‘4세대 아이돌’이라는 용어가 “마치 ‘4차 산업혁명’이나 ‘뉴노멀’처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어딘가 이전과는 다른 지금을 이끄는 선봉에 서 있다는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쓰이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미디어스’ 윤광은 기자 또한 한 칼럼에서 세대라는 명명은 기본적으로 자의적이라는 점과 함께 5세대 걸그룹 마케팅이 지닌 허구성을 지적한 바 있고요.
적어도 3세대 아이돌까지는 음악적 색깔과 콘셉트에 이전 세대와의 명확한 구분점이 있다는 걸 전제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2세대 아이돌 타이틀곡 모음’을 검색해보신 적이 있나요? 그럼, ‘디지털 풍화’에 의해 조금 답답한 화면 비율과 저화질인 그 시절 아이돌의 음악방송 무대를 쉽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상은 당시 아이돌을 덕질했던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현재 활동중인 아이돌들과의 차별점을 곱씹어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대 자체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네티즌의 댓글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댓글들은 2024년과 2025년에 걸친 1~2세대 걸그룹의 컴백을 마주한 대중의 반응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가장 흔한 반응은 ‘OOO가 케이팝의 기강을 잡으러 돌아왔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그들은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준비해서 등장합니다. 연일 밤샘 연습을 하며 안무와 동선을 맞춰보고, 본 무대에서는 ‘엔딩 요정’이 되기 위해 숨 가쁜 퍼포먼스가 끝난 후에도 호흡을 차분히 가다듬으며 몇 초간 카메라와 시선을 맞춥니다. 충분한 연습량과 자기관리에 지난 활동 시간의 연륜이 더해지면, 어느 누구도 지금 눈앞에 있는 아티스트의 전성기가 이미 지나갔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이재용 회계사와 토스가 공동 집필한 ‘B주류경제학’(오리지널스, 2024)에서는 케이팝의 역사 속에서 “대체로 보이그룹이 걸그룹에 비해 2~3배 정도 큰 재무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예로부터 대중성과 화제성은 걸그룹이 더 좋았지만 (앨범 판매량과 월드 투어 관객 동원력 등을 통한) 수익성은 보이그룹이 더 높았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죠.
하지만 완전체로 컴백한 여성 아이돌의 성과는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2NE1의 경우 지난해 10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콘서트가 전석 매진 되었죠. 오는 4월에는 지난 콘서트 대비 수용할 수 있는 관객 수를 3배 이상 늘려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앵콜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고요.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는 온라인 지표도 월등히 눈에 띄는 수준입니다. 베이비복스의 KBS 가요대축제 컴백 무대 영상 뷰 수는 무려 624만 회에 달하고, 여자친구의 10주년 컴백 프로모션의 첫 타자였던 딩고뮤직 킬링보이스는 영상 공개 하루 만에 200만 명 이상이 시청하며 유튜브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최근 일련의 여성 아이돌 귀환 현상이 일어나기 전, 2022년에 이미 전조가 있었습니다. ‘소녀시대’와 ‘카라’가 나란히 데뷔 15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하며 돌아온 것인데요. 소녀시대 멤버들은 솔로 앨범 발매, 연기, DJ 등으로 각기 개인 활동을 활발히 하며 입지를 다지다가 다시 한 팀으로 모였습니다. 카라는 기존 멤버들에 2014년부로 팀 탈퇴를 선언했던 니콜, 강지영까지 합류한 완전체로 등장해 더 반가움을 자아냈죠. 같은 해 CL은 자신의 단독 무대였던 코첼라 스테이지에 2NE1 멤버 네 명과 함께 깜짝 무대에 오르는 행보를 보였고요.
레전드 걸그룹의 ‘귀환 전 서사 쌓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그룹들은 흐지부지한 마무리 이후의 서사를 스스로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흐지부지한 마무리란, 대표적으로 케이팝 아이돌의 전속계약기간인 ‘마의 7년’을 넘지 못하고 소속사와 재계약이 불발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대표적인 예는 쏘스뮤직이 하이브에 인수된 후 돌연 여자친구의 해체가 발표되었던 일입니다. 2020년에 발매한 여자친구 정규 3집 ‘회: 송 오브 더 세이렌(回: Song of the Sirens)’은 데뷔 후 역대 가장 높은 앨범 초동(첫 주 판매량) 기록을 세웠음에도 최종적으로는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의아함을 자아냈습니다.
마찬가지로, CL은 솔로 아티스트 활동 당시 한 인터뷰에서 ‘2NE1 해체 소식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라고 밝히면서 YG엔터테인먼트를 향한 대중의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코첼라 완전체 무대 이후에는 SNS에서 “너무 늦어지기 전에 나와 우리의 힘으로 모이고 싶었다”라는 코멘트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팬들을 향한 제대로 된 인사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에 대한 암시이기도 했는데요. 한 번 스스로의 힘으로 컴백을 멋지게 이룬 2NE1은 이제 YG엔터테인먼트의 조력에 힘입어 아시아 투어를 진행중입니다.
혼성 그룹 ‘샵’ 출신 이지혜의 유튜브 ‘밉지않은 관종언니’는 2024년 연초, 근황이 궁금한 그 시절 연예인을 만나는 코너를 만들어 첫 게스트로 베이비복스 김이지를 초대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이지는 ‘핑클’, ‘S.E.S’처럼 청순함이 주류 걸그룹 문화였던 당시, ‘걸크러시’ 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활동하는 난감함과 그에 얽힌 추억을 들려주었는데요. 이 시간을 통해서도 무대에 대한 의지를 조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KBS 가요대축제 무대 이후 윤은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3주간의 준비기간을 담은 비하인드 콘텐츠를 공개했는데요. 오랜만에 단장의 지도하에 안무 연습을 하는 멤버들은 “목에서 피맛이 난다”거나, “(너무 춤이 안 외워지니까) 집에 가고 싶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영상 말미에 담긴 팬들과의 미니 팬미팅에서 윤은혜는 활동 당시의 팀 내 불화설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어른이 되어서 각자 변해진 모습 가운데 만들어지는 (새로운) 사이가 생기더라고요”라며 지금 베이비복스로 다시 만나는 시간이 팬들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있음을 전했죠.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1~2세대 레전드 걸그룹들은 이제 보다 큰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서사를 쌓고, 널리 공유합니다. 상대적으로 그 시절 아이돌의 미덕이었던 신비주의는 줄어들지만, 덕분에 팬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죠. 여러분도 기다리고 있는 걸그룹이 있나요?오랜 시간을 지나 우리 곁으로 돌아온 걸그룹들의 행보가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을 가능하게 할지 궁금한데요. 뉴니커 여러분들의 의견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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