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헤리티지 마케팅에 진심이 된 이유

브랜드가 헤리티지 마케팅에 진심이 된 이유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브랜드가 헤리티지 마케팅에 진심이 된 이유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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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빙그레

뉴니커, 요즘 브랜드들이 “라떼는..” 마케팅에 열심인 것 알고 있나요? ‘옛날 이야기’를 끌고 와서 브랜드나 제품·서비스의 역사와 가치를 강조하는 건데요. 이런 걸 ‘헤리티지(heritage) 마케팅’이라고 해요. 헤리티지 마케팅은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의 차별화된 가치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두는데, 소비자들은 오래된 이야기에서 그 브랜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해요. 오늘은 헤리티지 마케팅에 진심인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살펴봤어요.


오래된 것도 힙할 수 있다? 헤리티지에 진심인 브랜드들 

하루 평균 80만 개, 누적 95억 개 이상 판매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최근 50주년 기념 브랜드북 ‘단지, 50년의 이야기’를 발간했어요. 1974년 탄생한 바나나맛우유의 탄생 배경부터 개발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임직원의 일화 등 출시 이후 50년 간의 역사가 담겨있죠.

바나나맛우유는 사람들에게 제품에 얽힌 옛이야기와 브랜드의 역사를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북을 출간하고, 출간을 기념한 팝업스토어도 운영했어요. 이런 단발성 이벤트뿐만 아니라 바나나맛우유는 단지 모양 용기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까지 추진할 정도로 헤리티지 마케팅에 ‘진심’이에요.

빙그레만 있는 건 아니에요. 2023년 현대자동차는 최초 독자 생산 모델인 ‘포니’를 복원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포니의 시간’이라는 전시를 기획했어요. 관람객이 몰려 전시를 2개월 연장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호응을 받았죠. 현대차는 ‘브랜드 헤리티지팀’을 만들어 기업의 역사를 제품에 녹여내고 이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2024년 페리카나는 42주년을 기념하며 소비자와의 관계를 풀어낸 ‘페리티지 타임리스 사진전’을 열었어요. 치킨과 한국인의 일상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보여주자는 취지의 기획이었는데요. 1980년대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소품으로 장식한 전시 공간이 화제를 모으며 주목받았어요. 

헤리티지를 내세운 ‘칠성사이다’의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레트로 트렌드에 맞춰 옛 로고 등을 살린 ‘진로’ 소주 등도 헤리티지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로 꼽혀요.

이런 흐름은 이전의 마케팅 트렌드와는 상당히 달라요. 지금까지는 NFT, 가상현실 등의 신기술을 활용하면서 ‘미래’에 더 집중했던 마케팅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했던 빙그레현대자동차 모두 가상현실 플랫폼인 ‘제페토’를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했으며, 현대자동차는 NFT를 직접 발행하기까지 했죠. 하지만 이제 브랜드들은 자사의 옛이야기, 역사를 담은 ‘헤리티지’를 내세운 마케팅을 확대해 나가고 있어요.

2024년 오픈 이후 호평을 받았던 아디다스 서울 북촌 신규 매장은 ‘헤리티지’를 아예 매장 이름으로 내걸었어요. 매장 내의 콘텐츠와 제품들도 아디다스의 헤리티지가 드러나도록 배치함으로써 아디다스의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고객들이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했죠.

빠르게 변화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현대 사회에서 왜 브랜드들은 역설적으로 ‘헤리티지’에 집중하는 걸까요? 또 헤리티지 마케팅은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을까요?


헤리티지가 대체 뭐길래?

이미지 출처: 코카콜라

‘헤리티지’의 사전적 의미는 유산(상속)으로, 보통 브랜드에서 이야기하는 헤리티지는 자사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축적된 물질적, 정신적인 유산들을 지칭해요. 쉽게 말하면 ‘브랜드의 역사와 그 부산물들’인 것이죠.

‘콜라’하면 떠오르는 코카콜라의 유리병도 헤리티지의 하나예요. 코카콜라는 1915년 최초의 코카콜라 병이 탄생한 이후 변함없이 똑같은 모양을 유지해왔어요. 특허가 만료될 위협이 있었음에도 특허청에 병 디자인을 상표권으로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죠. 

그 결과 코카콜라 병 모양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국인은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코카콜라 병은 그 자체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됐어요. 코카콜라는 별도의 광고, 팝업스토어 같은 마케팅 활동 없이도 독특한 병의 모양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거예요.
이처럼 헤리티지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우고,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역할을 해요. 브랜드들이 헤리티지를 내세우는 게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에요. 오래된 브랜드들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브랜드의 역사와 이야기를 강조하며 이를 마케팅에 활용해왔기 때문. 

하지만 요즘처럼 헤리티지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건 분명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왜 브랜드들은 헤리티지에 집중하기 시작했을까요?


다른 브랜드에는 없는 ‘한 끗’, 헤리티지

현대 사회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과거와는 달리, 신생 브랜드가 순식간에 유서 깊은 브랜드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경우도 많고요. 애플워치 출시로 대격변을 겪은 시계 산업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시계 산업의 판도는 2014년 애플워치의 등장으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시계 브랜드가 아닌 테크 브랜드의 스마트워치가 시계 시장의 파이를 잡아먹었기 때문이죠. 2022년에는 애플워치 판매량(5000만 대 이상)이 전체 스위스 시계 수출 물량(1580만 대)보다 무려 3배나 많았을 정도예요. 이 여파로 세계 최대 패션 시계 업체인 Fossil(파슬) 그룹은 점차 매출이 감소해 2022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기존 브랜드들은 신생 브랜드의 위협에 맞서 나름의 전략을 마련해야만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것 중 하나가 바로 ‘헤리티지’였어요. 기술은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브랜드의 역사와 유산, 축적된 신뢰는 신생 브랜드가 쉽게 따라할 수 없기 때문이죠.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올림픽 헤리티지 마케팅은 이 효과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오메가는 1932년에 첫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가 된 이후 수많은 경쟁자들의 위협에도 계속해서 이를 지켜냈어요. 최근에는 2032년까지 타임키퍼 계약을 맺으며 무려 100여 년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역사를 써나가고 있습니다다. 이런 역사가 수년간 누적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도전 정신, 시간의 정확함 등 올림픽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오메가의 브랜드로 연상하게 되죠.

오메가는 이 헤리티지를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1976년 올림픽에서 활용했던 오메가 스톱워치에서 영감받은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고, 올해 열렸던 파리 올림픽 팝업스토어에서도 그동안의 역사와 유산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전시하며 헤리티지를 고객에게 열심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오메가의 진심은 고객이 오메가를 소유할 때 ‘헤리티지를 공유하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브랜드만의 역사와 유산은 타 브랜드가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 덕분일까요? 스마트워치 열풍에도 오메가는 2020년 17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에서 2023년 26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앞서가는 브랜드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히려 자신들의 옛이야기, 역사를 보여주는 헤리티지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결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 브랜드만 가지고 있는 진솔한 이야기, 본질의 가치이기 때문이죠. 무작정 트렌드를 쫓기보다 자신만의 특색과 정체성을 지키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이를 풀어내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브랜딩이 아닐까요?

* 이 콘텐츠는 ‘디깅빌보’ 에디터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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