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 유행이 지나간 뒤에는 무엇이 올까? 2024년 주류 트렌드 총정리 🥃

하이볼 유행이 지나간 뒤에는 무엇이 올까? 2024년 주류 트렌드 총정리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하이볼 유행이 지나간 뒤에는 무엇이 올까? 2024년 주류 트렌드 총정리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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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는 술 좋아하나요? 시작부터 대뜸 고백하자면, 저는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요. 강렬한 향과 질감의 IPA와 흑맥주, 가벼운 화이트 와인, 리치한 맛의 위스키 등을 두루 즐긴답니다. 가향되지 않은 깔끔한 맛의 증류주도 아주 좋아하고요 🫶. 그냥 모든 술을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거 아니냐고요? 사실 맞아요 😉. 

최근에 어떤 술이 뜨는지, 어떤 주류 유행이 새로 생겨나고 바뀌어가는지를 지켜보는 것 역시 저의 큰 즐거움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연말을 맞아 2024년 한 해 동안의 주류 트렌드를 톺아보고, 그 안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변화들을 짚어보겠어요.


훑어보기 👀: 2024년 주류 시장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술에 좀 관심 있는 뉴니커라면 아마 알 거예요. 올 한 해는 ‘하이볼의 해’였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요. 하이볼은 위스키·데킬라 등 고도수 증류주에 탄산수 등을 섞어서 만드는 술인데요. 소셜미디어·예능 등에서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힙한’ 이미지의 술로 자리 잡았어요. 다양한 버전의 하이볼 캔 제품이 출시되면서 인기가 한층 높아졌고요. 

올해 5월까지의 CU 하이볼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약 93% 급증했고, 하이볼이 포함된 ‘기타 주류’ 카테고리 매출 비중도 지난해 3.7%에서 올해 8.4%로 2배 가까이 뛰며 와인·양주·막걸리 등 다른 주류를 모두 제쳤다고. GS25의 올해 1분기 하이볼 매출액 역시 작년 대비 약 500%나 늘었어요. 캔을 따면 레몬이 떠오르는 생레몬 하이볼 제품이 출시돼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다고 🍋. 이런 하이볼 유행의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어요.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CU 하이볼 구매 고객의 연령대별 비중은 20대가 44%, 30대가 35.9%로 2030세대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했거든요. 

위스키 소비도 크게 늘었어요 🥃. 하이볼 등 고도수 술을 음료와 섞어 마시는 술이 유행하자, 그 원료인 위스키의 인기 또한 오르기 시작한 것.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021년 1만 5662톤, 2022년 2만 7038톤, 2023년 3만 586톤으로 매년 최대치를 경신했는데요. 산토리·히비키 위스키 등 일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위스키 품절’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위스키 구매를 위해 일본·제주 등 가까운 여행지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퀵턴 여행’ 트렌드가 나타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런 위스키 유행은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어요. 올해 3분기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약 244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7%나 감소했어요. 수입량 역시 약 1만 9500여 톤으로 작년 대비 21%나 줄었고요. 앞으로도 이전의 인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동안 주류 시장 트렌드를 이끌었던 와인의 쇠락이 본격화됐다는 말도 나와요. 와인 시장은 엔데믹 이후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요.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21년 7만 6575톤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어요. 작년 와인 수입량은 5만 6542톤으로, 2년 전에 비하면 2만 톤 가까이 줄었다고.

수제맥주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요. 2014년 약 160억 원 규모였던 수제맥주 시장은 2021년 약 2000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요. 오비맥주·롯데칠성 등 대기업들도 수제맥주 양조장과 콜라보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위탁생산(OEM) 사업을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 수제맥주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대표적인 수제맥주 기업인 제주맥주·세븐브로이는 지난해 각각 110억, 62억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거든요.


자세히 보기 🔎: 소버 라이프, 가성비, 그리고...

주류 이미지 위에 '소버 라이프(sober life) & 가성비' 텍스트가 있는 이미지

전문가들은 주류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원인을 ‘소버 라이프(sober life)’ ‘가성비’라는 2가지 키워드로부터 찾아요. 사람들이 술을 즐기는 방식이 전반적으로 바뀌고, 우리 사회의 경제적 상황 또한 바뀌면서 주류 트렌드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거예요. 우선 소버 라이프란 ‘취하지 않은’을 뜻하는 ‘sober’라는 단어에서 나온 개념인데요. 말 그대로 취하지 않을 만큼만 술을 가볍게 즐기는 트렌드를 뜻해요. ‘소맥’, ‘폭탄주’로 대표되는 예전의 음주 문화가 취할 때까지 진탕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면, 최근 2030세대 주류 트렌드는 맛있는 술을 조금씩만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거예요.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다양한 저도수 칵테일 유행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 도수가 높은 술을 그 자체로 마시기보다는 다른 가벼운 술·음료와 섞어 마시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고도수 위스키 유행이 사그라드는 가운데 위스키 등을 섞은 하이볼 유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센 술’의 대명사였던 데킬라가 저도수 칵테일 형태로 유행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이전의 데킬라가 클럽이나 라이브 바 등에서 샷으로 소비되는 술이었다면, 최근에는 도수 낮은 칵테일의 형태로 다이닝 레스토랑 등에서 가볍게 마시는 술이 되었다는 거예요.

무알콜 주류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처음 무알콜 맥주가 출시됐을 때만 해도 “술은 마시면 취해야지, 누가 저걸 마시겠어 🤷?” 하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이후 몇 년 사이 무알콜 주류 시장은 몰라볼 만큼 성장했어요. 국내 무·논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 원에서 작년 644억 원으로 50%가 넘게 커졌고, GS25의 논알콜 맥주 매출 역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0% 가까이 성장했거든요. 이런 흐름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 한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유럽의 무알콜 주류 시장이 올해부터 연간 6.5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2년에는 약 22조 41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거라고 전망하기도 했다고. 

한편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주류가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요. 한 마디로 술을 마실 때도 점점 ‘가성비’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 전체 와인 시장은 줄어드는 와중에도 9900원짜리 초저가 와인이 큰 인기를 끈다거나, 일부 저렴한 가격대의 화이트와인의 수입량은 오히려 느는 등 가성비 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거예요.

비싼 수제맥주·수입맥주에 밀려 몇 년간 주목받지 못했던 국내맥주가 다시 약진을 시작한 것 역시 ‘가성비 주류 트렌드’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어요. 이마트가 지난 11월 6일까지의 주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국산맥주 매출 비중은 전체의 25%로 조사됐는데요. 와인(22.3%)과 위스키(16.6%), 수입맥주(13.4%) 등을 모두 따돌리고 주류 매출 비중 1위를 차지했어요. 작년에는 와인의 비중이 국산맥주보다 높았는데, 순위를 뒤집고 1위를 재탈환하는 데에 성공한 것.

전문가들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비교적 가성비 좋은 국산맥주도 함께 주목받고 있는 거라고 분석해요.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비싼 수입맥주·수입 주류 대신 국산맥주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고물가 상황이 단기간 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걸로 보이고요.

주류 유행의 텀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에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힙’하게 여겨지는 술이 빠르게 바뀌면서, 주류 트렌드 역시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것. 수제맥주 다음에 와인, 와인 다음에 위스키, 위스키 다음에 또 데킬라 유행이 몇 년 새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는 것처럼요. 아마도 여기에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섬세해지는 소비자들의 취향도 영향을 미쳤을 거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많은 사람들이 소주와 맥주, 그리고 소맥의 3지선다 선택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술을 즐기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아주 기쁜데요. (오해하지 마세요 여러분. 저는 소문난 소맥 러버랍니다 🫶.)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주류 트렌드가 찾아올까 상상하니 기쁨이 두 배가 되더라고요. 뉴니커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앞으로 어떤 술이 유행할 것 같은지, 사심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팍팍 추천해 주세요. 좋아하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그 자체로 항상 즐거운 일이니까요.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드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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