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보다 가품이 힙하다고? Z세대의 놀이가 된 ‘듀프’ 트렌드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오리지널보다 가품이 힙하다고? Z세대의 놀이가 된 ‘듀프’ 트렌드 🛍️
요즘 한창 세일 시즌이어서, SNS를 둘러보다 재밌는 걸 발견했어요. ‘~맛 제품 추천’ 같은 글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포터맛 유니클로’, ‘샤넬맛 저렴이’처럼요. 동네 다이소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방문할 때마다 화장품 매대가 커지고 있거든요. 인터넷에서도 ‘저렴이 화장품’이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고요.
이런 현상을 ‘듀프(Dupe)’ 트렌드라고 해요. 듀프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짝퉁과는 달리,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이나 기능, 특징을 비슷하게 구현해 ‘느낌’을 살린 게 특징인데요. 해외에서는 듀프를 구매하고 인증하는 게 새로운 놀이로 자리 잡기도 했다고 해요. 왜 Z세대는 듀프를 ‘힙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훑어보기 👀: 짭 아닙니다. 듀프입니다(진지)
‘듀프(Dupe)’라는 단어는 17세기 프랑스어에서 왔어요. ‘누군가를 속이다’, ‘누군가에게 속은 사람’이라는 뜻의 ‘duper’가 어원이죠. 지금은 복제품(duplicate)의 줄임말로 사용되는 중이에요. 주목할 점은 기존 브랜드 제품이나 상품을 있는 그대로 베낀 모조품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거예요. 가짜 로고를 박아 넣거나 그대로 베낀 게 아니라 명품 고유의 특징을 잘 표현한 것들이 듀프로 인정받죠.
올해 6월 기준 #dupe 해시태그는 틱톡에서 43억 회, 인스타그램에서 31만 5000회 조회됐어요. 명품 주얼리 듀프를 판매하는 기업 중에는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곳도 있을 정도고요. 중국에서도 ‘핑티(平提)’라는 키워드로 빠르게 확산 중인데요. 이와 함께 핑티 브랜드들도 급성장 중이죠.
브랜드들은 듀프 트렌드에 다양하게 반응하고 있어요. 법적 분쟁을 벌이기도 하고, 재치 있게 유행에 올라타기도 하죠. 프리미엄 주방 기구 브랜드 윌리엄스-소노마(Williams-Sonoma)는 지난 9월 듀프닷컴(dupe.co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요. 듀프닷컴은 유명 브랜드 오리지널 제품의 듀프 제품을 검색해주는 사이트인데요. 자사 디자인을 무단 복제한 제품을 노출시켜 저작권과 브랜드 이미지를 침해한다는 이유였죠.
반면 요가복으로 유명한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은 듀프 제품을 자사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듀프 스왑(Dupe Swap) 이벤트를 펼쳤어요. 오리지널의 자신감, 고객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센스 있게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죠.
듀프 소비에 대한 분석도 각양각색이에요. 가장 많이 나오는 언급은 경기침체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Z세대가 대안으로 듀프를 찾는다는 거예요. 코로나19 이후 극심해진 취업난, 물가 상승 등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거죠. 오리지널 제품을 사기에는 부담스러우니, 대체품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거예요.
복제품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게 듀프의 유행에 큰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있어요. 예전에는 ‘국민템’처럼 하나의 아이템이 뜨면 모두가 똑같은 아이템을 사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하지만 Z세대는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복제품에 대한 인식도 달라요. 소비의 목적이 과시에서 자기만족으로 옮겨오면서, 듀프는 저렴한 가격에 오리지널 제품의 가치를 소유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됐다는 거예요.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으로 듀프 찾기가 게임처럼 자리 잡았다는 시선도 있어요. 디자인과 성능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최고의 듀프 제품 찾기’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 그만큼 안목 있는 소비자라는 걸 과시하는 의미도 있다고 하고요.
한쪽에서는 비슷한 제품을 빠르게 찍어내는 듀프 트렌드가 환경 파괴를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와요. 가격이 조금 비싸도 질 좋은 제품을 하나 구입해 오래 사용하는 게 환경에는 좋다는 거죠. 듀프 제품은 패스트패션 제품이 그렇듯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버려지기 쉽다는 것.
자세히 보기 🔎: 듀프는 고객이 브랜드에 던지는 질문이다
듀프에 대한 여러 분석이 있지만, 저는 예전부터 있었던 현상이 이름과 모습만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상황에 맞춰 나만의 매력을 찾으려는 노력’은 시대를 불문하고 계속 이어져 왔잖아요. Z세대도 명품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들의 헤리티지를 모르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브랜드의 메시지나 행보에 그 어느 세대보다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Z세대가 처한 현실은 빠듯해요. 갈수록 취업은 힘들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SNS로 타인과 실시간으로 비교되는 시대죠. 듀프는 그런 현실 속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을 갖추고, 내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제품을 찾으려는 노력 아닐까요?
실제로 듀프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브랜딩,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두고 다양한 얘기가 나오는데요.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이자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는지 고객에게 확인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점이 많아요.
듀프는 그동안 말로만 ‘가치’와 ‘프리미엄’을 외치던 브랜드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될지도 몰라요. 가디언은 듀프 트렌드를 다룬 기사에서 “미국 성인의 3분의 1은 의도적으로 듀프를 구매하고, 17%는 진품을 살 여유가 있어도 듀프가 여전히 훌륭한 대안이라고 응답했다”라고 보도했는데요. 그만큼 고객들이 이전보다 훨씬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내가 지불한 금액만큼의 가치를 하는가?’를 꼼꼼하게 따진다고 볼 수 있어요.
물론 듀프 트렌드도 문제가 없지는 않아요.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기업들이 빠르게 듀프 제품을 찍어내면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에요. 독창성으로 성장하려는 소규모 브랜드들의 발전을 방해한다는 관점도 있고요. 젊은 고객들이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듀프 트렌드에 ‘휩쓸린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죠. 모두 심각한 문제들인 만큼,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해요.
하지만 브랜드들도 왜 고객들이 굳이 듀프를 구매하는지, 한 번쯤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은 예전보다 오히려 더 브랜드의 메시지와 행보에 관심이 많아요. 명품이라면 왜 명품인지, 어떤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는지 깊이 따져보고 의견을 나누죠. 그래서 듀프 트렌드에는 ‘브랜드들이 정말 자기들이 말하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나?’라는, 시대의 질문이 담겨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뉴니커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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