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끝없이 ‘나’를 궁금해할까?” HSP 테스트와 ‘셀프 분석’ 트렌드의 모든 것 🤔

“우리는 왜 끝없이 ‘나’를 궁금해할까?” HSP 테스트와 ‘셀프 분석’ 트렌드의 모든 것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우리는 왜 끝없이 ‘나’를 궁금해할까?” HSP 테스트와 ‘셀프 분석’ 트렌드의 모든 것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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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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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 얼마 전부터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예민한 사람 테스트’ 본 적 있나요? 내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알아보는 테스트인데, 한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뒤 바이럴되기 시작했어요. 제 주위에도 이 테스트를 해봤다며 결과를 공유하는 지인들이 한가득이었고요.

오늘 ‘비욘드 트렌드’는 예민한 사람 테스트를 둘러싼 이야기와, 그 밑에 흐르고 있는 ‘셀프 분석’ 트렌드라는 큰 흐름을 함께 살펴봤어요.


훑어보기 👀: “나는 왜 항상 이렇게 지치고 힘들까?”

이상하게 그런 날이 있잖아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마냥 피곤하고, 축축 처지고, 눈과 귀와 코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자극이 평소보다 더욱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날. 그럴 땐 조용히 침대에 콕 박혀서 세상으로부터 나를 고립시키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지는데요. 그런데 그런 날이 계속 이어져서 나의 일상이 된다면? 혹은 이미 평생을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면?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저격한 테스트가 있어요. 바로 얼마 전부터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예민한 사람 테스트’예요. 정식 명칭은 ‘과민한 사람(HSP, Highly Sensitive Person) 테스트’로, 일상에서 발생하는 자극에 내가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는 테스트인데요. 테스트는 큰 소리나 빛, 냄새 같은 감각적 자극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일이 과도하게 많거나 부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주위의 미미한 변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캐치하는지 등을 질문해요. 🗣️: “큰 소리나 자극은 나를 힘들게 한다.”, “바쁘고 힘들었던 날은 침대로 숨어들어가 스스로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건 이 테스트를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었어요. 그동안 남에게 쉽게 얘기할 수 없었던 나의 ‘예민한’ 면과 일상생활에서 항상 겪는 피로감을 영상 댓글로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 슬프고 무서운 소식을 다룬 뉴스를 보고 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괴롭다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한 명이 조금이라도 소외되는 것 같으면 신경이 쓰인다거나 하는 경험들 말이에요. 심지어는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왔는데, 남들은 아니었다고?” 하며 새로운 진실(?)을 깨닫고 경악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이런 성격테스트가 유행하는 게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나의 타고난 기질 테스트, 자기애 테스트, 유리멘탈 테스트 등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유형의 성격테스트들이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니까요.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나누는 대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버린 MBTI 테스트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요.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아예 다양한 심리테스트/성격테스트를 모아서 제공하는 심리테스트 플랫폼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다양한 유형의 성격테스트 결과를 친구들과 공유하며 노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은 거예요.

몇 년 전에는 ‘방어기제 테스트’가 소소하게 유행하기도 했어요. 내외부적 압박을 느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알 수 있는 테스트인데요. ‘부정’, ‘분리’, ‘해리’, ‘억압’ 등 8개의 방어기제 중 무엇을 주로 사용하는지, 성숙·미성숙한 방어기제 중 어떤 것의 비중이 더 높은지 알려줘요. 예를 들어 ‘부정’은 질병이나 실패 등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되는 외부의 사건을 아예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불안에서 도피하려는 기제를 뜻하고, ‘분리’는 자신과 타인의 이미지를 ‘좋은 것’, ‘나쁜 것’으로 구분하고,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기제를 뜻한다고. (참고로 제가 이 테스트를 처음 했을 때는 취준생 시기였는데, 부정 기제가 엄청 높게 나왔답니다 😊.)

성격테스트가 재미있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런 흐름은 ‘나만의 핑 테스트’처럼 상대적으로 가볍고 귀여운 심리테스트가 유행하는 것과는 구분돼요. 보통의 심리테스트들이 장난스러운 몇 개의 질문과 귀여운 캐릭터, 아기자기한 결과 공유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최근 유행하는 HSP 테스트 등은 나름대로의 심리학적인 베이스를 갖춘 ‘전문적’인 성격의 테스트이기 때문. 이런 성격테스트 유행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자세히 보기 🔎: 사람들이 셀프 분석에 빠져드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성격테스트가 유행하는 이유를 ‘셀프 분석(Self-analysis)’ 트렌드에서부터 찾아요. 스스로를 다양한 시각에서 세세하게 분석하고, 유형화하는 데에 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트렌드를 말하는데요. 성격 분석에서부터 체형·퍼스널컬러 등 외형 분석, 체질·유전자 등 신체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해요. 이 셀프 분석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

실제 한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전국의 만 13세~69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60%가 ‘스스로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에 대해 깊이 탐구하며 알아가고 싶다’고 답한 사람도 약 57%나 됐고요. 수고스럽더라도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적극적인 욕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거예요.

셀프 분석 트렌드는 이미 익숙한 모습으로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시작된 MBTI가 대표적인 셀프 분석 트렌드라고 볼 수 있는데요. 16개 유형 중 내가 속한 유형의 특징을 자세히 공부하는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되는 것. 올해 불붙기 시작한 사주·타로·운세 유행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사주·타로 하면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불안을 달래기 위한 행위로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많은 전문가들은 사주·타로 유행에도 셀프 분석 트렌드가 반영되어 있다고 분석해요.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싶은 MZ세대의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는 거예요. 

셀프 분석에 대한 열망은 성격테스트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요소에 대한 관심으로도 드러나요. 금융관리앱 뱅크샐러드는 2021년 10월부터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진행했어요. 회사에서 보내준 유전자 검사 키트로 조직을 채취한 뒤 제출하면 내가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그중 ‘슈퍼파워 유전자’와 ‘하찮파워 유전자’는 뭔지 유형화해서 알려주는 서비스인데요. 작년 8월 기준 총검사 신청 인원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이중 절반이 넘는 55%가 20대였고요. 

전문가들은 MZ세대가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는 과정 자체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분석해요. 그 이유는 ‘구체화’와 ‘심화’, ‘개별화’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데요. 내가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인지 자세히 알고 싶고(구체화),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더욱 깊숙이 알고 싶고(심화), 남과 다른 나만의 특징은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는 것(개별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에 기반해 타인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MBTI 유행이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나와 다른 MBTI를 가진 사람들이 ‘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듯이, 셀프 분석 트렌드 역시 나와 다른 특성·기질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사실 MBTI나 HSP 같은 성격테스트의 가장 큰 재미는 주위 사람에게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고, 우리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왜 그런 특징을 갖게 되었는지 얘기를 나누는 데에 있잖아요. 그만큼 셀프 분석 트렌드의 핵심에는 타인에게 나를 공유하고, 이해받고/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해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젊은 세대의 셀프 분석 트렌드를 ‘불안한 현대 사회에서 자기 자신에게로만 침잠하는 행위’로만 보는 시선에는 아쉬움이 남아요. 나 자신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나’의 경계를 확실히 다지고, 이에 기반해 타인과 더 효율적으로, 상처 주지 않는 방식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셀프 분석 트렌드를 바라본다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지점이 보이게 될 테니까요. 예를 들면 쉽사리 ‘고립’과 ‘불안’의 세대로 얘기되는 MZ세대가 실은 타인과 관계, 소통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는지 같은 것들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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