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담담하게 구성하고 있는 것들, 엄유정 전시 추천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트 큐레이션
삶을 담담하게 구성하고 있는 것들, 엄유정 전시 추천 🌿
뉴니커, 담담하다는 말 좋아하나요? 사실 담담하다는 거... 제 추구미이기도 해요.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에 갔다가 ‘나는 때로 한 인물의 동작에서 커다란 나무와 작은 풀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형상들. 삶을 담담하게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란 문장을 읽고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던 기억이 나요. 유난한 세상이지만,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각자의 삶을 담담히 지탱하는 존재들을 발견하고 또 그려내는 작가라니. 늘 담담하게 살고 싶은 사람의 심장을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 수 없잖아요.
소개한 문장은 엄유정 작가의 노트 일부예요. 엄유정 작가는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대상의 형태 이면에 숨겨진 고유한 특성에 주목해요. 식물의 모습, 사람의 사소한 표정이나 몸짓 등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관찰하고, 특유의 대담한 선으로 표현하죠. 투박한 듯 보여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대상을 관찰한 긴 시간과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요. 잎사귀란 뜻의 작품집 ‘푀유 FEUILLES’는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꼽히기도 했고요.
이런 엄유정 작가가 10월 29일부터 2025년 2월 9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모레이의 부피들’이란 전시를 열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2019년에 작업했던 ‘아우리카리아’와 함께 스코틀랜드 모레이 지역의 식물을 다룬 신작들을 볼 수 있다고. 재밌는 사실, 담담하다의 담(淡)은 물과 불꽃으로 이뤄진 ‘맑을 담’자를 써요. 물을 두 번이나 끓여 맑은 물을 만드는 건데요. 엄유정 작가가 담담히 바라본 세상을 보고 싶다면 이번 전시에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해요. 뉴니커 마음에도 맑은 물 한 접시가 생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