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요즘 다 디카 쓴다고? 오래된 디카가 다시 유행하는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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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요즘 다 디카 쓴다고? 오래된 디카가 다시 유행하는 이유 📸

뉴니커는 ‘사진’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인스타그램이나 필터, 폰카 같은 키워드들이 있을 텐데요. 저는 카메라가 첫 번째로 생각나요.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가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디카)요. 아이폰을 쓰기 전까지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게 취미였거든요. AA 건전지 2개를 사서 넣어줘야 하고, 화면은 애플워치 울트라보다 살짝 큰 정도였지만, 저에게는 첨단 카메라였답니다. 나름 화소도 300만 픽셀이었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이돌 뮤직비디오부터 패션화보까지, 정말 다양한 곳에서 등장한 것. 디카와 캠코더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어요. 2023년 기준 번개장터에서 ‘디카’ 검색량은 94%, ‘캠코더’ 검색량은 81%나 증가했을 정도라는데요. 왜 사람들은 굳이 따로 들고 다녀야 하고, 화질도 떨어지고, 기능도 별로 없는 오래된 카메라를 다시 찾는 걸까요?
훑어보기 👀: 오래된 디카 구합니다. 화질 낮은 걸로요. 📷

2017년 갑자기 등장해 큰 화제가 된 앱이 있어요. 스마트폰을 일회용 카메라처럼 만들어주는 구닥(Gudak)이죠. 한 번에 필름 한 롤 분량인 24장만 찍을 수 있고, 결과물을 확인하려면 필름을 현상하듯 사흘을 기다려야 했어요. 무료 앱도 아니었고요. ‘누가 쓸까’ 싶었던 이 앱, 등장하자마자 애플과 구글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히트했어요. 비슷한 컨셉의 앱들도 등장하면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꾸준히 늘어났죠.
이렇게 ‘손때묻은’ 감성은 2020년대 들어 대세가 됐어요. 2022년 뉴진스가 발표한 디토(Ditto) 뮤직비디오의 아련한 감성, 멤버들이 사용한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가 큰 주목을 받았거든요. 이후에도 에스파 지젤, 블랙핑크 제니, 트와이스 나연 등 셀럽들이 다양하게 디카를 사용하고 꾸미는 모습을 보여주며, 디카는 새로운 레트로 아이템으로 떠올랐어요.
브랜드들도 이런 흐름에 호응하고 있어요. 중고나라는 2004년 이전 출시된 디카나 캠코더를 등록하면 최대 100만 원에 매입하는 ‘추억 소환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카메라 회사 니콘(Nikon)은 아날로그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신제품을 출시했고요. 후지필름 X100 시리즈는 레트로한 디자인과 감성으로 몇 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며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캐논(Canon) 등 다른 브랜드들도 레트로 디카를 준비 중이죠.
오래된 디카를 취급하는 서울 세운상가, 동묘, 남대문시장 가게들도 전성기를 맞았어요. 중고 카메라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인터뷰에서 “젊은 친구들이 사진 찍는 손맛을 나보다 잘 안다. 서로 찍어보면서 고르는 걸 보면 참 신기하고 재밌다”고 말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한국 문화에 관심 많은 외국인도 찾아온다고 해요. 화질이 낮고, 초점이 잘 안 맞을수록 오히려 더 인기가 많은 점도 포인트죠.
해외 Z세대도 디지털카메라를 다시 찾고 있어요.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Z세대를 위한 빈티지 디카 추천’ 특집 기사로 이 현상에 주목했어요. 전 세계 공예품과 빈티지 제품을 거래하는 플랫폼 엣시(Etsy)에서는 1만 9000개 이상의 디카가 등록돼 있죠. 일본 닛케이는 2010년 이후 줄어들던 디지털카메라 시장 규모가 작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어요.
이런 열풍은 소셜미디어에서도 나타나요. 틱톡에서는 반짝이 스티커와 비즈 등으로 디카를 꾸미는 게 유행이에요. 디카 추천 쇼츠가 조회수 24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죠. 인스타그램에서도 #digitalcamera 해시태그 게시물이 올해 5월 기준 50만 개를 넘어섰고요.
자세히 보기 🔎: 낡은 디카가 우리에게 선물한 새로운 경험 🤳

디카 열풍이 부는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레트로 유행’이에요. 레트로는 벌써 몇 년째 대중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트렌드죠. 디카를 경험해본 적 없이 바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Z세대에게 디카는 2000년대 초반 감성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사진이든 영상이든 초고화질이 너무 당연한 시대에 어딘지 낡아보이는 디카 사진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는 거죠.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해 얘기해볼 수도 있어요. 카메라는 스마트폰의 핵심 중 하나잖아요.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카메라 성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가장 먼저 내세울 정도죠.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무섭게 발전하고 있어요.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게 된 것. 필름 한 통, 고작 몇 GB짜리 메모리 카드보다 용량도 훨씬 커졌죠.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변화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더 이상 사진 찍는 행위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게 됐다는 거예요. 카메라는 일부러 들고 다녀야 해요. 사진을 찍으려고 마음을 먹고 찍는 거죠. 하지만 스마트폰은 24시간 내내 우리 곁에 있어요.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거예요. 게다가 필름을 현상할 필요도, 메모리 카드를 빼서 컴퓨터로 사진을 옮길 필요도 없죠.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바로 인터넷에 올리면 되니까요.
스마트폰이 대중화될 때 사진 중심 SNS인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것도 사진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꿔놨어요. 인스타그램이 초기에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바로 필터 기능이었어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사진도 단숨에 그럴듯하게 만들어주죠. 이렇게 필터를 입혀 ‘꾸민’ 사진을 피드에 가지런히 모아 ‘전시’하는 게 사람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어요. ‘인증샷’ 문화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났고요. 요즘 뜨는 ‘핫플’을 나도 가봤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이때부터 사진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이 된 거예요.
디카는 달라요. 오로지 사진만 찍을 수 있으니까요. 디카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옮겨서 인스타그램이나 인터넷에 올릴 수도 있지만, 훨씬 번거롭죠. 그러니 사진과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자체에 좀 더 집중하게 돼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사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거예요. 따로 필터를 입혀 꾸미지 않아도 ‘감성 사진’이 나오는 건 덤이고요.
사람마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다양할 텐데요. 그중에는 오래 기억하고 싶은 나만의 순간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그리고 디카는 바로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이 보기에 덜 멋져도 상관없어요. 애써 꾸미지 않아도, 어쩌면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매력적일 수 있고요. 바로 그 점이 사람들을 디카의 매력에 다시 빠져들게 만든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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