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민 블룸’이 한국 출시 3년만에 갑자기 핫해진 이유 🌱

‘피크민 블룸’이 한국 출시 3년만에 갑자기 핫해진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피크민 블룸’이 한국 출시 3년만에 갑자기 핫해진 이유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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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이미지 출처: ⓒ한국닌텐도

뉴니커, 혹시 머리에 싹이 난 작고 귀여운 캐릭터를 본 적 있나요? ‘피크민’이라는 친구들인데, 몇 주 전부터 SNS에서 많이 보이더라고요. 알고보니 이 친구들, ‘포켓몬 GO’로 유명한 회사 나이앤틱(Niantic)이 닌텐도와 함께 개발한 게임인 ‘피크민 블룸(Pikmin Bloom)’의 주인공들이었어요. 포켓몬 GO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산책하면서 피크민을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게임이죠. 

사실 피크민 블룸은 이미 2021년에 우리나라에 출시됐어요. 그러다 최근 들어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 순위도 163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랐죠. 뉴진스, 에스파 등 연예인들도 이 트렌드에 올라탔는데요. 출시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증강현실 게임은 왜 갑자기,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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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THEGAMER

피크민은 ‘동키콩’, ‘슈퍼 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의 게임을 만든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가 2001년 런칭한 시리즈에요. 초기에는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 플레이어가 주변을 탐험하며 피크민을 발견하고, 명령을 내려 우주선을 완성해 탈출하는 게임이었죠. 다른 닌텐도 게임보다 플레이 방식이 낯설고,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해서 처음에는 큰 반응을 얻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닌텐도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후속작들을 출시했어요. 2편에서는 1편의 30일 시간 제한을 없애고, 3편에서는 훨씬 세련된 그래픽을 보여주는 등 게임성도 개선했죠. 비록 마리오나 젤다만큼 흥행하진 못했지만, 독특한 게임성으로 꾸준히 매니아들을 모아왔고요. 

이미지 출처: 피크민 블룸 앱스토어 미리보기

7년 후 2020년, 닌텐도는 피크민 20주년을 맞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크민을 알릴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 과정에서 ‘포켓몬 GO’의 성공에 주목했고, 증강현실 게임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판단했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피크민 블룸’이었어요. 산책하면서 다양한 피크민을 수집하고, 하루를 마칠 때에는 ‘라이프로그’로 그날의 여정과 생각을 기록하는 게임이었죠. 

‘피크민 블룸'은 한국에는 2021년 출시됐지만, 지금처럼 화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급격하게 유저가 늘었죠. QR코드로 친구를 초대하는 기능,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버섯을 파괴하는 미션 등이 추가됐지만 대규모 마케팅이나 업데이트는 없었어요.

이미지 출처: 한국닌텐도주식회사 X

하지만 Z세대에게 ‘피크민 블룸’은 지금 가장 핫한 장난감이에요. X(기존 트위터)에서 피크민 일러스트를 공유하거나, 내가 수집한 피크민의 MBTI를 추리해보기도 하죠. 공식 업데이트 소식부터 웃긴 밈까지 정리해 공유하는 ‘피크민권익협회 지부장'도 있을 정도에요. 한국닌텐도도 피크민 소개 영상, 네컷 만화 등을 올리며 물 들어온 지금 열심히 노를 젓는 중이죠. 

이처럼 ‘피크민 블룸’ 유행에 대해서는 간단한 플레이 방식, 귀여운 캐릭터 등이 주로 언급되는데요. 하지만 분명히 다른 이유도 있을 거예요. ‘포켓몬 GO’가 유행했던 때와 다르게 지금은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되고, 다른 재밌는 게임들도 많으니까요. 왜 사람들은 출시된지 3년이 다 돼가는 게임에 ‘지금’ 빠져드는 걸까요?


자세히 보기 🔎: 피크민과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세상이 1배속이 돼요

이미지 출처: 피크민 블룸

사실 ‘피크민 블룸’은 굉장히 단순한 게임이에요. 앱을 켜고, 스마트폰을 들고 산책을 하면 끝이죠. 더 많은 피크민을 발견하고 싶다면 꾸준히, 자주 걸으면 되지만 필수는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피크민 블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호흡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여행을 하게 돼요. 다른 사람을 경쟁 상대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거죠. 순위나 점수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요. 

이렇게 피크민을 찾아 떠난 시간은 ‘라이프로그’로 차곡차곡 쌓여요. 매일 밤 9시에 오늘의 걸음 수, 지나온 길, 수집한 피크민 등을 알려주죠. 숨가쁜 일상으로 잠깐 운동할 여유를 내기도 힘든 사람들에게는 ‘오늘도 시간을 내서 움직였다’는, 작지만 소중한 성취감으로 다가와요. 간단하게 그 날의 기분이나 생각도 기록할 수 있어서, 그 자체로 일기장이 되기도 하죠. 매일 매순간, 효율과 성과를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유를 선물해주는 거에요.

‘피크민 블룸’을 작업한 존 행키는 피크민 시리즈를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것 이상을 하고 싶었다고 해요. 이전에 히트한 ‘포켓몬 GO’와 다른 게임을 만들길 원했죠. 고민 끝에 그가 정한 방향성은 ‘안티 포켓몬 GO’였어요. 경쟁에서 이기는 게 아닌,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거였죠. 그래서 포켓몬과 다르게 피크민들은 종류는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귀여워요. 스마트폰을 조작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플레이어를 졸졸 따라다니고요. 존은 이런 장치들을 통해 ‘누구나 가볍게 즐기면서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해요.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저는 우리나라가 항상 2배속으로 살아가는 사회라고 생각했어요. 무엇이든 더 빠르게, 더 많이, 효율적으로 해내는 걸 높게 평가하니까요. 다른 사람보다 앞서나가는 게 미덕으로 받아들여져서, 모두가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도 그런 이유일 거에요.

어쩌면 ‘피크민 블룸’은 이런 ‘초고속 사회’를 잠시나마 1배속으로 돌려주는 존재 아닐까요? 피크민들을 위해 산책을 하다 보면 유튜브와 SNS의 파도에 잊혀졌던 것들을 볼 수 있거든요. 맑은 가을 하늘, 그림책에서나 나올 것 같은 색깔의 낙엽 같은 것들요. 그래서 저는 ‘피크민 블룸’ 유행이 반갑고,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뉴니커도 저도, 이미 충분히 빠르게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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