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붙일 수 없는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트 큐레이션
이름 붙일 수 없는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
흔히 사람들은 관계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잖아요. 친구, 연인, 선후배 이런 식으로 관계를 정의하고 규정하려는 것처럼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모든 관계가 손쉽게 규정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세상에는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수없이 다양한 종류의 관계들이 있으니까요. 동명 소설집 속 단편 ‘재희’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두 주인공,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의 관계도 그래요. 영화 예고편만 봤을 땐 이성애자 남녀 커플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라고 오해하기 쉬운데요. 영화는 이성애자인 재희와 동성애자인 흥수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다치고, 의지하고, 상처받고, 위로하는 이야기를 다뤄요.
스무 살 때 대학에서 만나 단숨에 ‘찐친’이 된 두 사람은 현실적인 이유로 동거를 시작하는데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거야”라며 오늘만 사는 것처럼 사는 재희는 사람과 사랑에 자주 상처받아요. “연애는 무슨 연애야, 피곤하게”라고 말하는 흥수는 진심을 꺼내는 걸 두려워하고요. 결국 둘은 서로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사이가 돼요.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
재희와 흥수는 분명 ‘연인 사이’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구 사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해요. 어쩌면 각자의 연인보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삶의 동반자 같은 관계이기 때문.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할 이유는 또 뭘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김고은과 노상현 배우가 생생하게 살려낸 캐릭터 덕분이기도 할 텐데요. 소설은 8부작 드라마로도 만들어져서 21일 티빙에서 공개돼요. 4명의 감독들이 소설집의 단편 4편을 각각 2부작 드라마로 만들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