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쓰비’ vs ‘조정석’, 신인 대중가수 데뷔 리포트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재쓰비’ vs ‘조정석’, 신인 대중가수 데뷔 리포트 📑

두 팀의 쟁쟁한 신인가수가 데뷔했습니다. 조정석과 재쓰비(재재, 승헌쓰, 가비.). 이들은 연기, 진행, 라이브 방송, 댄스까지 각자의 분야에서는 경력직이지만, 가요계에는 첫발을 내디딘 것인데요. 오늘은 조정석과 재쓰비가 대중 가수가 되기 위해 어떻게 서사를 쌓아왔는지 나란히 살펴보려고 해요. 이 아티클이 여러분의 새로운 ‘최애’를 발견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요!
최강의 팀워크를 선보인 가성비 코요태, ‘위대한 재쓰비’
SBS 직원이었다가 지난해 프리랜서 시장의 ‘FA 대어’가 된 방송인 ‘재재’, 아리아나 그란데 버전으로 군가를 재해석하는 크리에이터 ‘승헌쓰’, 댄스 크루 라치카의 댄서이자 페이크 다큐멘터리 시리즈 ‘디바마을 퀸가비'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온 셀럽 캐릭터로 활약중인 ‘가비’. 개개인의 프로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이들의 데뷔 소식은 8월 4일 유튜브 ‘MMTG - 문명특급’(이하 문특)의 티저 영상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팀 결성 직후 “가성비 코요태”라는 한 네티즌의 반응이 큰 공감을 샀는데요. ‘가성비’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이들이 신곡 발표를 위해 쓸 수 있는 초기 제작비가 단 300만 원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국내 대중가요 씬에서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혼성 그룹의 부활에 반가운 기색이 담긴 반응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은 “혼성 그룹에 비해 동일 성별 그룹의 성공 사례가 훨씬 많다는 데이터적 접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죠.
첫 합동 모임에서 가비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고 싶어하는 걸 해야 한다”라며 세 사람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를 무대에서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둡니다. 데뷔까지 주어진 시간은 30일. 케이팝 대표 댄스송인 시크릿의 ‘마돈나’와 오렌지 캬라멜의 ‘까탈레나’ 커버 무대를 선보이는 것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예정됩니다. 이들은 고전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패러디해 ‘재쓰비’라는 팀명을 짓고, 남은 세 글자 ‘위대한’은 팬클럽 이름으로 활용합니다. 이들의 데뷔무대를 지켜보는 이들은 누구라도 ‘위대한 관객 SBN(선배님)’이 될 수 있습니다.
개성 강한 세 사람이 한 팀을 이루는 과정을 담은 문특 시리즈는 ‘무도 가요제’(MBC ‘무한도전’)와 비슷한 문법을 따랐는데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즌성 콘텐츠로 가요제를 제작한 ‘무한도전’은 코미디언과 뮤지션의 조합을 통해 ‘노래는 가수만 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나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취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뮤지션이 아닌 이들은 무대에 서기까지 전 과정에 진지하게 임했고, 그러는 동안 시청자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이들의 서사를 따라가면서 결국 그들의 첫 무대를 응원하는 관객이 될 준비를 하게 됐죠.
재쓰비의 성장기는 문특 팀이 잃었다가 되찾은 기획의 방향 또한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문특 팀은 지난 5월, 열심히 했는데도 성과가 안 나오는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위기 진단 콘텐츠를 제작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요즘 대학 축제 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10학번 재재’가 모교에 방문한 기록을 담은 ‘이대 축제 쇼츠’가 정규 콘텐츠보다도 반응이 좋았고, 이것이 바로 문특만이 할 수 있는 기획거리라는 점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러니, 행사 자체가 가진 인지도는 작을지라도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이어져온 지역 축제인 ‘괴산팔루자(괴산+롤라팔루자, 괴산 고추축제)’가 재쓰비의 데뷔 무대가 된 건 제법 자연스러운 그림입니다.
‘납득’이 가는 정규 앨범 퀄리티, 신인가수 조정석
2024년 여름, 조정석의 연관검색어는 ‘파일럿’, ‘행복의 나라’, 그리고 ‘신인가수 조정석’이었습니다. 개봉 일자가 맞물린 두 편의 영화에 8월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음악 예능 시리즈 ‘신인가수 조정석’이 더해진 결과였죠. tvN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의 촬영 종료일부터 뮤지컬 ‘헤드윅’의 개막일 사이, 약 100일간의 조정석 정규 1집 제작 프로젝트가 펼쳐집니다. 이 프로젝트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OST ‘아로하’로 입증된 조정석의 가창력에만 기대어가지는 않습니다. 목표는 8곡의 자작곡을 눌러 담은 정규 앨범을 만드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제작비 규모는 공개 되지 않았으나, 넷플릭스 측의 작업실 지원 외 모든 제작 비용은 아티스트의 자비 지출을 원칙으로 두었습니다. 그가 머무르는 작업실은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너른 마당을 가진 집인데요. 이미 음악을 통해 자신의 입체적인 정체성을 노래하는 역할로 뮤지컬 ‘헤드윅’ 무대에 오른 바 있지만, 오히려 ‘신인가수 조정석’에서의 모습은 영화 ‘틱, 틱… 붐!’ 속 ‘존’(앤드류 가필드)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전기를 담은 영화에서 존은 뮤지컬계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을 쓰겠다는 꿈을 가지고 골방에서 작곡에 매진하는데요. 이는, 작업실에서 조정석이 통과하는 고독한 창작의 시간을 닮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걸 조정석이 혼자 해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는 ‘온 우주가 돕는 가수 데뷔 프로젝트’거든요. 먼저, 배우 정상훈과 크리에이터 문상훈이 ‘정상 기획’이라는 이름의 소속사를 세워 각각 대표와 홍보실장으로 음악 창작 외 모든 활동을 도맡고요. 타이틀곡 ‘Champagne(샴페인)’ MV 작업에는 그간 조정석이 작품 활동을 함께 해왔던 동료 배우들인 ‘슬의생’의 김대명, 정경호,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공효진이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자신이 만든 데모곡에 관해서라면 어떠한 피드백이든 경청하고 흡수하려 하는 조정석의 자세입니다.
이렇게 진짜 가수가 된 조정석은 KBS ‘더 시즌즈-지코의 아티스트’, 유튜브 ‘아이유의 팔레트’ 등 각종 음악 토크쇼에 출연하며 앨범 프로모션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조정석의 새로운 챕터는 지표상으로도 순조로웠습니다. ‘신인가수 조정석’은 넷플릭스 대한민국 TOP10 시리즈에서 8위까지 올랐고, 타이틀곡은 멜론 HOT100 25위에 진입했고요.
조정석과 재쓰비. 이들의 가수 데뷔는 대중음악계에 작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먼저, 조정석의 ‘정규 앨범’ 발매가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요. 이 앨범은 수십 곡의 데모곡을 후보로 남겨두고 그중 최선의 곡을 셀렉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어도 현재의 조정석이 보컬리스트로서 해낼 수 있는 음악을 모두 다 꺼내놓기를 택한 결과처럼 보입니다. 이는 동시대의 아티스트들이 싱글곡과 미니 앨범 발표 후 특정곡에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집중하는 경향과 달리, 조정석은 여전히 ‘앨범’ 단위로 음악을 만들고 또 들어야 하는 이유를 제안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다인원으로 구성된 케이팝 그룹이 팀으로서의 전체 그림 즉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것과 달리, 재쓰비는 그룹 활동을 하면서도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를 희생시키지 않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댄서이지만 노래를 하게 되면서 바로 자신감 부족의 문제를 마주하게 된 가비, 유려한 보컬리스트이지만 내향인이라 자꾸만 집에 가고 싶어하는 승헌쓰는 그 자체로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팀으로 빌보드뮤직어워즈까지 가겠다는 재재의 패기가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팀워크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케이팝 감상자로서의 정체성을 오래 유지했던 이들이 플레이어가 되면서, 팬의 니즈를 면밀하게 읽어내는 팬잘알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두 팀의 행보를 모두 응원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비욘드 트렌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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