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매장 여는 미국 ‘Gen Z 픽’ 패션 브랜드, 브랜디 멜빌의 (거의) 모든 것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한국에 매장 여는 미국 ‘Gen Z 픽’ 패션 브랜드, 브랜디 멜빌의 (거의) 모든 것
뉴니커, 얼마 전에 ‘브랜디 멜빌(Brandy Melville)’이 우리나라에도 매장을 연다는 소식이 화제였잖아요. 브랜디 멜빌은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인데요. 몇 년 전 블랙핑크 제니가 이 브랜드 옷을 입은 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고, 브랜디 멜빌 옷을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으로 판매하는 곳도 등장했어요.
한국 진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중이에요. 소셜미디어 등에서 키워드 검색이 치솟고 있는 것. 어떤 브랜드길래 이렇게 화제인지, 미국에서 인기인 이유는 뭔지, 우리나라에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까지 살펴봤어요.
훑어보기 👀: Gen Z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옷, 브랜디 멜빌
브랜디 멜빌은 199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처음 설립된 걸로 알려져 있어요. 미국에는 2009년에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우드에 첫 매장을 냈는데요. 미국에 가장 많은 40여 개 매장이 있고, 유럽과 호주 등에도 매장이 있어요. 아시아에는 일본·중국·홍콩 등에 매장을 운영 중이고요.
브랜디 멜빌 옷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우선 캐주얼하고 트렌디하다는 점이에요. ‘캘리포니아 해변 바이브’를 담은 디자인으로도 알려져 있고요. 브랜드 로고 없는 크롭티나 탱크탑, 드레스, 진, 스커트, 스웨터 등 다양한 제품이 있는데, 가격은 대체로 몇십 달러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에요.
미국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브랜디 멜빌은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로 꼽혀요. 모두가 브랜디 멜빌 옷을 입고 학교에 가기 때문에, 무리에 끼려면 여기 옷을 입어야 할 정도라고.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에는 10대 소녀들이 올린 ‘브랜디 멜빌 착장’ 영상이 넘쳐나고요.
이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브랜디 멜빌의 ‘원사이즈’ 정책이에요. 거의 대부분의 옷이 단일 사이즈로 나오는데요. 그 사이즈는 일반 브랜드의 ‘S’나 ‘XS’ 정도로 매우 작아요. 브랜디 멜빌 공식 인스타그램 피드만 봐도 모델들이 거의 똑같은 체형이라는 걸 알 수 있고요. SNS에서는 브랜디 멜빌 옷을 입으려고 살을 뺐다는 얘기도 흔하게 접할 수 있어요.
다른 한편으로 브랜디 멜빌은 베일에 싸인 브랜드이기도 해요. 세계 곳곳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10대 소녀들의 SNS 피드를 뒤덮은 회사치고는 경영진 등 회사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 CEO가 언론 인터뷰에 나선 적도 없고, 구글에서 검색되는 CEO 사진도 딱 2장 뿐이라고.
사실 저는 브랜디 멜빌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는데요. 자료를 찾다 보니,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요.
자세히 보기 🔎: 브랜디 멜빌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브랜디 멜빌은 TV·신문광고 등 일반적인 광고를 하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대신 SNS를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에 집중해왔는데요. 이 때문에 10대 소녀이거나 가족 등 주변에 10대 소녀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브랜드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브랜디 멜빌이 지금처럼 유명해진 건 거의 전적으로 SNS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011년부터 일찌감치 공식 인스타그램을 운영해왔는데, 2014년 블룸버그는 ‘인스타그램으로 성공한 첫 번째 리테일 브랜드’라며 이를 조명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어요. 2010년대 중반에야 널리 퍼진 ‘SNS 바이럴 마케팅’을 훨씬 예전부터 해왔던 것.
켄달 제너나 카이아 거버 같은 모델들이 이 브랜드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이 바이럴을 타기도 했는데요. SNS에는 10대 소녀들이 브랜디 멜빌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어요. 틱톡에도 브랜디 멜빌 태그를 단 언박싱 영상, 매장 영상, 제품별 리뷰 영상 등이 넘쳐나고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관련 사진과 영상이 끊임 없이 피드를 채우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홍보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브랜디 멜빌의 원사이즈 정책도 인기 이유로 꼽혀요. 브랜디 멜빌을 입는다는 게 곧 날씬한 체형을 가진 사람이라는 ‘지위의 상징(status symbol)’이 됐다는 것. 옷이 너무 작아서 입지 못하는 사람은 배제될 수밖에 없지만, 입을 수 있는 사람들은 ‘아무나 못 입는 옷’을 입는다는 만족감과 ‘입을 수 있는 그룹’에 속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거예요. 브랜디 멜빌이 일부 제품에서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옷을 내놓자 SNS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온라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자연스레 비판도 뒤따라요. 10대 청소년들에게 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거예요. 자신의 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불필요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고, 심한 경우에는 거식증 등 섭식장애를 유발한다는 것. 이런 비판을 의식해 브랜디 멜빌은 ‘one size fits all(원사이즈는 모든 사람에게 맞다)’는 브랜드 슬로건을 ‘one size fits most(원사이즈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맞다)’로 슬쩍 바꾸기도 했다고.
지난 4월 미국에서 공개된 브랜디 멜빌 관련 다큐멘터리에는 훨씬 심각한 얘기도 등장해요. 키 크고 날씬한 금발의 백인 여성, 즉 ‘브랜디 걸’ 이미지에 맞는 사람을 위주로 매장 직원을 뽑는다는 것. 유색인종이나 날씬하지 않은 직원은 고객을 마주할 일이 없는 창고 정리 등의 업무에만 배치되고요.
매장 직원들은 매일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전신사진을 찍어서 보고해야 했다는 증언도 있어요. 외모가 브랜드 이미지와 안 맞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이 때문에 매장 직원들은 날씬한 체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하고요.
이런 고발과 비판에도 브랜디 멜빌의 인기는 계속 이어지는 중이에요. 구글에 연관 검색어로 ‘브랜디 멜빌이 어떻게 아직도 안 망하고 있는지(How is Brandy Melville still in business)’가 뜰 정도인데요. 타겟 고객층인 10대 소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브랜디 멜빌 옷의 디자인과 스타일,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논란이 있다는 건 알지만,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브랜드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요.
우리나라에는 이미 다양한 ‘브랜디 멜빌 st.’의 옷이 유행해왔는데요. 브랜디 멜빌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마케팅을 펼칠지, 또 얼마나 인기를 모을지 궁금해져요.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힙한’ 브랜드였던 아베크롬비 앤 피치는 외모·인종 차별 논란 등을 겪으며 몰락의 길을 걷기도 했는데요. ‘레트로’ 붐을 타고 요즘 해외에서 부활하는 중이라는 얘기도 있는 걸 보면, 한 브랜드가 뜨고 지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우리의 마음 안에도 다양한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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