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릴스에 잡아먹히게 될까? 뮤지컬 숏폼 트렌드의 모든 것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뮤지컬은 릴스에 잡아먹히게 될까? 뮤지컬 숏폼 트렌드의 모든 것 💃🕺
뉴니커는 뮤지컬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저는 아주 헤비한 뮤지컬 덕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애정하는 작품 몇 개를 맘속 깊이 품고 있는 ‘세미 뮤덕’ 정도는 되는데요. 뮤지컬은 너무 좋지만, 주위에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가 없어서 외롭기도 했어요. 선뜻 보러 가자고 하기엔 너무 장벽이 높은 취미라 “너 혹시 뮤지컬... 아 아니다! 😣” 하고 뒤돌아설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평소 뮤지컬은 물론 공연 자체에 관심 없던 친구들이 뜬금없이 뮤지컬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더니(🗣️: “난 대학 시절 묵찌빠를 전공했단 사아실~”), 뮤지컬에 관심이 생겼다며 어떻게 하면 보러 갈 수 있냐고 묻는 일이 생긴 것.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늘 비욘드 콘텐츠는 최근 뮤지컬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뮤지컬 숏폼 트렌드’ 현상을 분석해봤어요.
훑어보기 👀: “무엇을 상상하든지 난 그 이상이지 💃”
최근 화제가 된 뮤지컬 ‘킹키부츠’ 영상 봤나요? 코미디언 이창호 씨가 뮤지컬 배우 이호광이라는 부캐로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노래를 재현하는 영상인데요. 생각보다 고퀄인 무대 세트와 의상, 모르는 사람이면 “뮤지컬 배우인가 보네” 하고 넘어갈 만큼 뻔뻔한 연기로 SNS에서 바이럴을 탔어요. 심지어는 “이제 쥐롤라(쥐상 얼굴 + 작중 인물 ‘롤라’를 합친 표현) 아니면 못 보겠다”, “쥐롤라가 내 정품이다” 하는 댓글까지 등장했는데요. 이 영상 때문에 ‘정품’ 킹키부츠 영상의 조회수가 느는 등, ‘역 바이럴’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뮤지컬 작품이 이렇게 이상한 경로(?)로 유명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공연 시기나 장르와 관계없이 불특정 다수의 뮤지컬이 SNS에서 끌올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거든요.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는 올해 초 혜성처럼 나타난 한 릴스가 있었는데요. “난 대학 시절 묵찌빠를 전공했단 사실”, “난 묵찌빠로 유학까지 다녀왔단 사실”이라는 뭔가 이상하지만 웃긴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밈화되어 SNS에서 엄청나게 퍼지기 시작한 거예요.
묵찌빠의 난이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뮤지컬 ‘시카고’가 그 흐름을 이어가기 시작했어요. 시카고의 대표 넘버 중 하나가 ‘복화술 노래’라는 이름의 릴스로 빵 뜨더니, 이어서 시카고의 메인 인물인 빌리 플린의 주제곡(“비싼 자동차!! 관심 없어!! 최고급!!! 시가도!!!!”)이 사람들의 피드를 점령한 것. 시카고는 이미 몇십 년째 국내에서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클래식’ 뮤지컬인데요. 관련 숏폼 영상이 유행하면서 대부분의 회차 티켓이 매진되는 등, 새로운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어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은 한참 전에 예매를 한 뒤 시간 맞춰 공연장에 직접 가야 한다는 허들이 있는데요. 이 때문에 오랫동안 소수의 ‘연뮤덕(연극·뮤지컬 덕후)’ 사이에서만 소비되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몇몇 영상들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더니, 뮤지컬에 아무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것도 짧으면 30초, 길어야 1분짜리인 숏폼이라는 형식을 통해서요.
자세히 보기 🔎: 성공하는 뮤지컬 숏폼의 비결 🎪💰
SNS에서 바이럴된 뮤지컬 숏폼의 공통점을 꼽기는 어려워요. 각 영상의 시기도, 종류도 천차만별이기 때문.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특징은 있는데요. 바로 기존의 뮤지컬에 비해 파격적이고, 예능 요소가 강한 노래라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웃긴 노래’들이 뜬다는 것.
앞에서 얘기한 ‘오페라 리타’의 ‘묵찌빠 노래’, 그리고 올해 초 기괴한 왕자님들 등장 영상(“뜨그덕... 뜨그덕...”)으로 화제가 됐던 뮤지컬 ‘난쟁이들’이 대표적인데요. 둘 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극임에도 불구하고 몇백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확실한 ‘대중 픽’을 받았거든요.
이는 뮤지컬 숏폼이 일종의 ‘개그 밈’처럼 소비되는 현상과 관련 있어요. 바이럴되는 영상의 댓글 창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게 대체 무슨 노래냐”, “너무 웃겨서 계속 보게 된다”고 반응하는 걸 볼 수 있거든요. 이에 따라 숏폼 속 노래를 밈처럼 여기저기에 사용하거나, ‘현생이 힘들 때 듣는 노래’처럼 일상에서 사용하기 좋은 컨셉의 뮤지컬 숏폼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진짜 힘! 들어! 나 XX 힘들어!”). 완결성을 가진 하나의 작품이기보단, 짧은 호흡으로 가볍게 즐기는 코미디 영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뮤지컬 숏폼의 인기와는 별개로 요즘 뮤지컬 시장 자체의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이 많아요. 작년 뮤지컬 시장은 약 4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20% 가까이 성장했지만, 막상 업계 상황은 더욱 불안해졌다는 것.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요. 우선 대극장 기준 VIP석 티켓 한 장에 20만 원 가까이 할 만큼 훌쩍 오른 티켓값이 주된 원인으로 꼽혀요. 공연 한 번 보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커지자, 한 작품을 몇십 번 관람할 만큼 충성도가 높았던 ‘회전문’ 관객들이 부담을 이기지 못해 떠나고 있다는 거예요.
소수의 스타 배우에만 의존하는 업계 분위기 또한 중요한 원인으로 꼽혀요.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발굴하거나 신인 배우를 키워내는 대신, 이미 인기가 검증된 해외 대극장 뮤지컬 + 엄청난 팬덤을 보유한 스타 배우에 기대 매년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마케팅 또한 “우리가 이렇게 엄청난 배우를 섭외했습니다!” 홍보할 뿐, 각 작품에 어울리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전문가들은 이런 면에서 뮤지컬 숏폼 마케팅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해요. 공연의 규모나 배우에 대한 인지도가 인기를 결정했던 기존의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것. 뮤지컬에 관심 없었던 사람들을 새로운 관객으로 끌어들이거나, 중소극장 규모 뮤지컬을 홍보하는 데에도 훨씬 유리하고요. 뮤지컬 숏폼 유행이 실제 관객 증가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오자, 공연기획사들도 최근에는 더 적극적으로 숏폼을 통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이런 현상에 대해 “숏폼으로만 뮤지컬을 보다가 예술성이 흐려지면 어떡해?”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오랜 시간 뮤지컬을 사랑해 온 팬으로서, 저는 뮤지컬 관객층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한 장르가 건강하게 계속 성장하려면 취향과 관심사, 소비 습관이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꾸준히 들어와야 하기 때문.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그편이 훨씬 시끌벅적하고 재밌기도 하고요 😉.
뮤지컬 숏폼 트렌드가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현상이 아닌 더 깊은 변화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면서, 오늘 비욘드 트렌드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뉴니커들은 어떤 영상을 좋아하는지, 새로 관심 갖게 된 뮤지컬은 없는지 궁금해요. 댓글 많이 달아주면 심심할 때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추천도 슬쩍 던져두고 갈게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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