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름다운 과거 혹시 못 보셨나요? 노스탤지어의 음악, ‘시티팝’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제 아름다운 과거 혹시 못 보셨나요? 노스탤지어의 음악, ‘시티팝’ 🌃
뉴니커, 얼마 전 SNS를 휩쓸었던 뉴진스 하니의 ‘푸른산호초(青い珊瑚礁)’ 무대 봤나요? 단발머리에 흰 스커트, 레트로 감성 제대로 살린 분위기에 K-pop 덕후 아닌 사람들까지 심장 부여잡고 난리였는데요. 온갖 기사며 칼럼에서도 “시티팝 감성을 완벽히 소화한 무대였다!”며 호평 일색이었다고.
“그런데 시티팝이라는 게 정확히 뭐지 🤔?” 궁금했던 뉴니커들도 있었을 텐데요. 그런 뉴니커들을 위해 오늘은 50년의 세월을 되돌아온 시티팝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훑어보기 👀: 우리가 ‘시티팝 감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
누가 “나 요즘 시티팝 자주 들어” 하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뉴니커가 많을 거예요. 시티팝이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시티팝’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화려한 대도시의 스카이라인, 반짝이는 네온사인, ‘세일러문’을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일러스트, 그리고 한여름 도로 위를 달리는 스포츠카 같은 것들.
시티팝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크게는 1970~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음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장르적으로는 재즈, 펑크, 디스코, 보사노바 등 여러 장르의 영향을 받은 퓨전 음악인데, 그중에서도 미국 서부 AOR(Adult Oriented Rock) 음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나른한 보컬과 리드미컬한 베이스, 태평양 어딘가의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멜로디 등의 요소를 물려받았거든요.
AOR은 미국에서는 그냥 저냥 듣기 좋은 음악으로 취급받았는데요. 1970년대 일본으로 건너와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팝 음악의 형식 안에 당시 유행하던 여러 서양 음악의 장르들을 결합하고, 여기에 대도시 특유의 세련되고 나른한 감성을 섞은 음악이 탄생한 것.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시티팝, 정확히는 ‘재패니스 시티팝(Japanese City Pop)’이에요.
시티팝의 원류는 미국이지만, 이후 일본에서 유행이 너무 커지자 2010년대에 미국으로 다시 역수입되는 일도 일어났어요. 이때 특히 주목받았던 노래가 바로 다케우치 마리야의 ‘플라스틱 러브’였는데요. 세련되고 모던한 멜로디, 절절한 사랑 가사의 조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때부터 시티팝이라는 장르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자세히 보기 🔎: 우리는 왜 경험한 적 없는 과거를 그리워할까 ?
시티팝은 이후 2020년대에 또 한 번의 황금기를 맞이해요. 세계적인 레트로 열풍을 타고 시티팝의 인기도 다시 급부상했거든요. 1980~90년대 스타일의 음악이나 패션, 브랜드들의 감성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시티팝도 덩달아 ‘힙한’ 장르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
SNS 자주 하는 뉴니커라면 최근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마츠바라 미키의 ‘스테이 위드 미’ 영상을 본 적 있을 텐데요. 1979년에 나온 노래가 최근 다시 주목받으면서 몇십 년 전 무대 영상이 끌어올려지거나, 커버 영상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뉴진스 하니가 시티팝의 대표 가수인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산호초’를 부르고, 이어서 혜인이 ‘플라스틱 러브’를 커버한 것처럼요.
이쯤에서 “시티팝은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걸까?”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레트로가 유행이라는 건 알겠는데, 몇십 년 전의 음악 유행이 그 모습 그대로 계속 되돌아온다는 건 신기한 일이잖아요. 그 시대를 전혀 경험한 적 없는 젊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죠.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시티팝을 좋아하는 배경에는 ‘경험해본 적 없는 풍요’에 대한 선망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해요. 1970~80년대 일본은 전에 없던 경제 호황기를 누렸는데요. 국민총생산(GNP)이 세계 2위에 이를 만큼 국민 개개인의 생활 수준도 높았고, 대중문화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이 이루어졌어요. 최고의 프로듀서와 최신 음향장비, 세계적 연주자 등에 막대한 돈을 들인 것. 시티팝은 이런 경제적인 풍요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탄생한 음악 장르였고요.
하지만 찬란하던 시기는 금방 막을 내리고, 이후 일본은 기나긴 경제 불황기에 접어들게 돼요. 갑작스럽게 닥쳐온 불황과 함께 시티팝 유행도 사그라들었고요. 결국 시티팝은 이제는 없는, 눈부시게 화려했던 과거의 한 토막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남게 됐는데요. 전문가들은 바로 이런 점에서 시티팝이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거라고 말해요. 무한 경쟁과 고용 불안정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시티팝은 풍요와 희망으로 가득했던 시대와 정서를 상징한다는 것.
하지만 시티팝이라는 장르를 꼭 ‘과거에 갇힌 음악’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시티팝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변주해 나갈 것인지는 지금의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 시티팝 감성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들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고요.
오늘은 일본 시티팝 트렌드와 그 안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다뤄봤는데요. 글을 쓰다 보니 이제까지의 시티팝이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를 상징하는 음악이었다면, 앞으로 만들어질 ‘한국적 시티팝’은 어떤 정서를 담게 될지 궁금해졌어요. 뉴니커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댓글 많이 남겨주고, 저는 다음 주에 다른 주제로 다시 돌아올게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