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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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다닌 지 '벌써 일 년'

내 상태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구
@g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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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참.내! 정신과로 가는 길! 병원으로 가는 지하철에서도 끊임없이 정신과에 관한 글을 찾아보며 고민에 빠졌다. '잠깐... 보험 처리를 해야 하나? 나중에 다른 보험 가입할 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 약 부작용이 크면 어떡하지?'라는 온갖 현실적인 문제들이 떠올랐다. 계속 회피하다가 발등에 불, 아니 용암이 떨어져서야 찾아보는 내 회피 성향이 짜증 났다.

정신과 진료, 치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이 어려워질까

😮 원칙적으로 자살시도 또는 입원병력이 없으면 보험 가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2016년 이후, F코드(우울증, 불면증,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일컫는 상병코드)를 받더라도 보험에 가입이 가능하다.
(출처: 경향신문 - 사람의 마음을 약으로 조절하냐고요? 됩니다, 되고 말고요)

그런데 아직도 보험사가 정진실환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보험 가입 신청을 거부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정신과 진료를 이유로 보험 가입 제한을 해서는 안 되지만, 일단 '가입 거부'를 행하는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 ‘정신과 진단 이력, 보험 가입 거절’…차별 여전한 보험사들)

병원에 도착하고서 먼저 수납을 하러 갔다. 키오스크 앞에 내 예약 번호를 입력하고 카드 결제를 기다리는데 모니터에 아주 크게 '정신과 진료'라는 글자가 뜨며 내 예약 현황을 보여줬다. 내 뒤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정신과'라는 글자를 보았을까 봐 빠르게 '수납하기' 버튼을 찾으려고 했는데, 알다시피 그렇게 마음이 급하면 원래 그런 버튼은 더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키오스크 옆에 계시던 자원봉사자분께 도움을 받아 수납을 할 수 있었다.

예약자 이름을 말하고 동네 내과에서 받은 진단서를 제출하고 의자에 앉으니 간호사분이 나에게 다가와 질문지와 볼펜을 전해주시고 모두 체크가 끝나면 먼저 다른 선생님과 상담한 후 교수님을 만날 것이라 알려주었다.

질문지를 보며 하나씩 체크를 하는데 '매번 그러함'이라는 답변을 체크하는 데 주저하게 됐다. 실제 매번 그러한 경우가 많았는데 모두 그렇게 체크했다가는 "구 씨는 입원해야 합니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을까 봐 나의 증상을 완화해 답변했다. 그러다 질문이 50개 넘어가면서부터는 머리를 쓸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 '그냥 될 대로 돼라~'라는 마음으로 직관적으로 답을 표시했다.

답변을 제출하고 상담 선생님과 방에 들어가 무려 1시간 동안 상담을 했다. 인상적인 건 대부분 구체적인 숫자로 답변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나의 증상을 숫자로 말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

🤓 제한된 시간 내에 환자의 문제점을 빠르게 찾고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은 약을 처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진 때 명확하고 구조가 있게 의사와 대화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도 이점이 있다.
(출처: 정신의학신문 - 정신과에 대해 환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 4가지)

특히 급성 질환은 증상이 언제 처음 시작되었는지 아는 것이 진단을 하는 데 중요하므로 가급적 숫자로 알려주는 것이 좋다.
(출처: 헬스조선 - '3분 진료' 알차게 쓰려면… 질문은 적어가고, 숫자 넣어 말하세요)

예를 들면 내가 "잠을 자기 전 갑자기 아파트가 무너질 것 같다는 두려움에 숨이 쉬어지지 않고 구토를 한다."라고 했을 때 선생님은 "어머... 왜 그런 생각이 드셨을까...?"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그럼 숨이 몇 분 정도 안 쉬어지셨어요? 그 증상은 며칠에 한 번씩 발생했어요? 몇 분 지나니까 괜찮아졌어요?"라는 질문을 하셨다. 그런 질문은 받아본 적이 없어 당황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을 때 '음... 오늘은 약 3분가량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군. 저번 보다 약 45초 더 길어졌군.'이라며 시간을 체크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정확하게 대답하려고 애쓰다 보니 교수님과 진료를 하기 전부터 진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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