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약한 정신과는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이었기 때문에 진료 의뢰서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정신과에 가는 날 이른 아침에 생각났다. 이렇게나 대책이 없다니... 급하게 동네 근처 정신과에 전화했지만 이미 한 달 전부터 예약이 다 찼기 때문에 간단한 진료 의뢰서 발급도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망했다'는 생각으로 급하게 예약한 정신과에 전화했더니 담당자분께서 정신과 진료 의뢰서를 일반 내과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셨다.

🧐 상급종합병원에 가기 전 진료 의뢰서가 필요한 이유는?
😲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적힌 건강진단·건강검진결과서 또는 요양급여의뢰서(진료의뢰서)를 건강보험증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 서류들 없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엔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내야 한다.
(출처: 한겨레 - 상급종합병원 진료받으려면 의원·병원의 의뢰서 필요해)

나는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깝고 무려 10년 이상 다닌 내과에 일명 오픈런을 했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원장님이 날 잘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괜히 이곳으로 왔다는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원장님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진료 의뢰서를 써주셨다. 컵라면이 끓는 3분 보다도 짧아서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진료 의뢰서를 전달주신 간호사분께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계속 고개를 푹 숙였다. 그곳은 나뿐만 아니라 엄마도 자주 가는 내과였기 때문에 혹시나 '큰 딸이 얼마 전에 정신과 진료 의뢰서 받으신 거 아세요?'라는 말을 엄마가 듣게 될 까봐 괜스레 겁이 났기 때문이다. ( 사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나한테 관심 없다... )

예상외로 5분 만에 초고속으로 받은 정신과 진료 의뢰서를 뿌듯하게 가슴에 품고 드.디.어. 정신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