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가기 하루 전 '예약 취소'를 누르다.
작성자 구
정신과 다닌 지 '벌써 일 년'
정신과 가기 하루 전 '예약 취소'를 누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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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싸우던 어느 날, 엄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족들은 네가 언제 기분이 확 바뀔지 몰라서 매일 불안해하는 거 모르니?"
놀라운 건 엄마의 그 말이 나에겐 상처가 되지 않았다. 그 순간 잠시 차분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민함, 불안, 우울, 간헐적인 공황상태와 불면증. 나와 함께 지내던 가족들이 나 때문에 굉장히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더 이상 정신과 치료를 미룰 수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가 2023년 7월이었다.
'감기가 걸렸을 때 내과에 가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를 가야 한다'는 말도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했었지만 막상 내가 진짜 정신과에 가게 된다니 너무 무서웠다. 막상 정신과에 관해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글은 대부분 의사, 병원의 입장에서 작성된 것이라 환자인 내가 정신과를 갔을 때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정신과에 가야 하는 날,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정신과'에 관한 글을 찾아보다가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정신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취소'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예약 취소는 24시간 전까지만 가능하다는 팝업창이 떴다. '아... 어쩔 수 없네. 이제 진짜 정신과에 가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잠을 청했고 드디어 정신과에 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