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는 그린란드
작성자 주간미래소년
사물 제국의 역습
판도라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는 그린란드
판도라
영화 <아바타>는 자원고갈로 붕괴할 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살길을 찾기 위해 우주로 눈을 돌리게 되고, 마침내 전인미답의 행성 판도라를 발견합니다. 지구와 흡사한 외형을 지닌 이 행성은 울림으로 뒤덮여 있으며, 생명체는 저마다 형광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판도라는 전체가 생명력을 갖고 약동하며 유기체 같은 행성이었습니다. 판도라에는 나비(Na’vi)’족이라는 선주민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원시부족형태의 생활양식을 영위하고 있으며, ‘에이와(Eywa)’라는 모신을 중심으로 하나 된 생명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판도라에는 기이한 풍경이 있습니다.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기암들입니다. 거대한 암석이 떠있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언옵테늄 때문입니다. 언옵테늄은 온 우주에서 유일하게 판도라에만 잠들어있는 상온 초전도체 물질입니다. 초광속통신과 컴퓨터 하이퍼칩 생산을 위해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한 희토류이기도 했습니다. 언옵테늄은 킬로그램당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가치로 환산되었고, 인류는 우주에서 가장 값진 물질을 채굴하기 위해 군사·기업 복합체 ‘RDA’를 파견하기에 이릅니다.
그린란드
가상에 판도라가 있다면 현실에는 그린란드가 있습니다. 그린란드 역시 희소자원의 보고이며, 아늑히 먼 옛날부터 선주민이 터전을 이루고 있었고, 황홀경의 오로라가 하늘을 수놓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린란드의 역사는 반 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무도 찾지 않던 대지에 최초로 발 디딘 이들은 그린란드 이누이트의 조상이 되는 툴레인이었습니다. 이들은 기원전 2,500년경에 그린란드를 발견하고 이주해 온 부족이었습니다. 이들은 지구상 가장 혹독한 땅 위에 터전을 만들어 수천 년 간 살아왔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 그린란드 선주민은 나비족처럼 중대한 위기에 직면합니다. 당시 열강의 팽창으로 식민질서에 편입된 것입니다. 덴마크는 보호와 관리라는 명목 아래 그린란드를 통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주민은 교화와 말살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툴레인 출신의 어린 자녀들은 교육을 통한 교화의 목적으로 덴마크로 강제 이주 당해(리틀 데인 실험, Little Dane Experiment) 야만 했으며, 선주민을 멸절시키기 위해 여성의 몸속에 피임기구를 강제로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허구적 상품
비참한 통치가 이어지고 있던 후에, 그린란드는 오늘날 다시 한번 세계정치의 중심으로 소환되었습니다. 그린란드 국가 전체를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는 패권국들 간의 야욕 때문입니다. 그린란드 빙하 아래에는 희토류를 비롯한 희소 광물자원이 잠들어 있으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해빙이 진행되고 자원 채굴이 더욱 용이해지고 있습니다. 국제정세가 다극체제로 접어들면서 유럽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천혜의 요충지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주로 사용되는 언어는 ‘구매’, ‘확보’입니다. 모든 것을 금전 가치로 환원하고 거래하는 시대에서, 거래는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구 일부를 뚝 떼어 거래한다는 개념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칼 폴라니는 저서 「거대한 전환(1944)」에서 거래할 수 없는 것에 가격을 매기고 상품화하는 행위를 ‘허구적 상품(fictitious commodities, 또는 거짓 상품)’이라고 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작동을 위해 마치 상품인 것처럼 취급되는 요소들을 의미합니다.
가치를 매긴다 해도 살 수 없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원하는 조건으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시 힘의 논리를 운운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아바타에서 RDA가 판도라를 무력으로 침략하듯이, 미국이 강한 충동을 드러내며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력이 개입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형국입니다.
타나토스
이러한 충동은 ‘죽음으로 향하는 본능’이자 ‘파괴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려는 타나토스적(Thanatos) 성향으로 나아갑니다. 「통섭의 기술(2010)」의 저자 최민자는, “공존의 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에 입각하여 죽음을 향해 치닫는 타나토스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오늘의 지구경영법은 지구생명공동체를 꿈꾸는 생명과 평화의 길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라며 우려스러운 현시대를 조망했습니다. 자원과 영토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될수록, 세상은 불신으로 팽배해지고 분열의 길로 들어설 것입니다.
끝으로, 한때는 인간으로 RDA 소속이었지만 나비족이 되어 판도라를 지키려고 하는 주인공 설리는 불행한 사고로 자녀를 잃게 됩니다. 그리고 추모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린 것이며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
설리는 가족을 잃은 비극 앞에서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고 세상과 공존하겠다는 의지를 초연히 다짐합니다. 과거 자신은 파괴로 질서를 유지하는 자들의 편이었지만, 마침내 공존의 질서를 선택하고 체현해 내는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멈출 줄 모르는 인간의 욕심으로 만물을 허구적 상품으로 취급하고 독점하는 타나토스적 운명으로 강하게 이끌려가고 있습니다. 종국에는 지구상 모든 것들은 황폐화되어 먼 미래 아바타 세계관의 시작이 되는 몰락한 지구로 변모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란드를 둘러싼 작금의 상황은 먼 미래 판도라의 예고편과도 같습니다. 인류가 지구를 버리고 판도라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면, 지금 그린란드가 처한 상황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물 제국의 역습》의 두 번째 콘텐츠였습니다.
꾸준히 발행할 예정이니 관심과 애정을 갖고 구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엔 더욱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오겠습니다.
※ 이 글은 「영화 ‘아바타’에 나타난 생태환경윤리적 함의와 그 성찰: Holism을 중심으로(유문무, 2010)」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