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진다
작성자 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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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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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언멧'을 시청했다.
'언멧'이라는 단어가 생소해 의문을 가지고 시청하기 시작했는데, 이 드라마는 한 뇌외과 의사의 기억상실증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를 극복해나가며 발생하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옴니버스식 구성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매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일본 드라마는 특히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매니아층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언멧'은 단연코 내가 본 드라마 중 최상위 부류이다. 처음엔 단순히 뇌외과의 일상을 보여주는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눈물을 많이 흘리게 되었다.
주인공 미야비는 뇌외과 의사이자, 기억장애를 앓고 있다. 그녀는 2년 전부터 매일 기억을 잃는다. 그래서 매일 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기를 쓴다.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였던 산페이는 미야비의 기억장애 원인을 찾고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사랑한다" 혹은 직접적인 스킨십 없이 눈빛, 대사를 이끌어가는 힘만으로 사랑을 가시화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 '이런 게 사랑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의학에 비중을 크게 둔 드라마가 아니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풀어나가는 드라마라서 좋았다. 수술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 나오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녀가 기억장애를 앓으며 처음으로 한 수술은 바로 일본의 유명 배우였다. 그녀는 장기간의 무명을 딛고 첫 주연의 대본을 받았지만, 실어증에 걸리게 된다. 그녀의 뇌혈관을 봉합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산페이가 수술을 하라고 강하게 어필한다. 미야비는 수락했고 수술을 위해 연습을 반복한다. 머리는 잊어버리지만 몸은 기억한다. 끊임없이 연습을 한 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이 끝난 후 산페이가 미야비에게 이 수술실의 광경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이 장면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어떤 의사에겐 그저 평범한 수술 중 하나였을 수도 있지만, 미야비는 이 수술을 통해 갇혀있던 스스로를 조금씩 세상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술을 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미야비는 일기에 다음과 같은 대사를 제목으로 적는다.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진다."
또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어떤 화가가 뇌종양을 앓고 있는데 수술도 하지 못하고, 그저 늦게 진행되기만을 바라야 했다. 그의 종양은 크기가 커지면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을 누르게 되어 아무도 기억을 못하게 되었는데, 첫눈에 반해서 모델을 부탁했던 그의 아내만을 어렴풋이 마음에 담고 있었다. 그는 "나의 모델이 되어 줄래요?"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이를 보면서 강렬한 마음은 기억을 하지 못해도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 와닿았다.
산페이는 결국 미야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녀가 기억을 되찾은 모습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과거를 보여주는데, 1화에서 미야비가 처음 말을 건 대사였다. 수미상관의 구조로 되어 있는 게 좋았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스기사키 하나의 연기를 나는 참 좋아한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똑부러지는 발음으로 모든 사람에게 신뢰를 주고, 왠지 모를 따스함도 느껴진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정말로 모든 일이 순조로워질 것 같고, '말의 힘'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일본 드라마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언멧'이라는 드라마를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