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 역사
작성자 피그원
테크 히스토리
기계식 키보드 역사

Fig.1
기계식 키보드 그 시끄러운 거 왜 써요?
소위 손맛 좋다는 이유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 생각해보면 키감 좋은 것 말고는 굳이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어보이는 데 왜 생겼을까요? 실제로 기계식 키보드가 등장한 이유는 키감 때문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전자식 타자기에서 기계식 타자기의 키감을 재현하기 위함이었죠.
초기 기계식 타자기는 자판을 손으로 누르면 그 힘이 해당 자판의 활자 해머에 전달되어 종이를 때리는 형태였습니다. 기계식 타자기는 펜으로 쓰는 것보다 빠르고 필체가 일정해 모두가 알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널리 쓰이게 됩니다. 타이피스트typist 라는 전문 직업도 생겨났죠.

20세기 초, 전자 공학의 발전에 따라 타자기도 전자식으로 발전합니다. 기계식 타자기는 기계적 매커니즘으로 인해 무겁고 내구성이 떨어졌거든요. 전자식 타자기는 자판마다 활자 해머가 있는 기계식 타자기와 달리 자판에서는 전기 신호만 발생시키고 그 전기 신호가 인쇄 헤드에 전달되어 그 자판에 해당되는 문자가 찍히게 헤드가 조정되는 형태였죠.
문제는 자판을 누르고 헤드에 전기 신호가 전달되어 글씨가 써지기 까지 지연 시간이 생기면서 자판이 눌린 건지, 안 눌린 건지 구분하기 힘들어졌죠. 이는 전문 타이피스트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1년 IBM에서는 자판을 누리고 활자 인쇄까지 지연시간이 거의 없는 전자식 타자기, 셀렉트릭Selectric 을 개발합니다. 셀레트릭은 인쇄 헤드가 자판이 겉에 표시되어 있는 볼 형태로 되어있는데요. 볼 헤드를 회전하고 기울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인쇄 헤드의 특정 문자가 인쇄 위치에 도달해야 하는 기존의 전자식 타자기에 비해 빨랐습니다. 셀렉트릭은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전자식 타자기의 표준이 되었죠.
하지만 70년대 워드프로세서의 등장으로 키보드와 인쇄장치가 분리되면서 인쇄장치에서 소리를 내는 셀렉트릭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키보드 자판에 소리를 내는 장치를 추가하게 되었고, 이게 바로 기계식 키보드입니다.
Fig.2
청축, 갈축, 적축? 정리해드림!

가장 유명한 기계식 키보드 업체는 체리Cherry 입니다. 1953년 월터 체리Walter Cherry 가 설립한 곳으로 원래 기계용 스위치를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였습니다. 기계용 스위치를 만들던 노하우를 가지고 60년대 말부터 기업용, 대중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1967년부터는 키보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984년부터는 뒤에 이야기할 IBM의 기계식 키보드가 잘나가자 기계식 키보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를 ‘축’이라고 부르는데요. 축의 색상에 따라 특징이 달라지죠.
⚫️흑축
체리에서 최초로 출시한 기계식 키보드인 메커니컬 X-포인트 스위치는 흑축입니다. 나중에 등장할 청축, 갈축과 비교해 보면 걸쇠 부분에 걸리는 것이 없죠. 이렇게 걸쇠가 없는 것을 리니어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걸쇠가 없어서 구분감이 없지만 내구성이 좋고 연타에는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청축
흑축이 출시되고 3년 뒤에는 청축이 등장합니다. 청축은 걸쇠 부분이 클릭하듯이 내려가기 때문에 클릭 방식이라고도 불립니다. 클릭 방식은 흑축과 반대로 연타에는 불리하지만 구분감이 좋아 타자의 정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죠.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정확한 타이밍에 키를 눌러야 하는 리듬 게임 및 격투 게임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갈축
갈축은 인체공학 키보드 제조사 키네시스Kinesis 의 요청으로 1992년 에르고 소프트Ergo Soft 란 이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갈축은 흑축과 청축을 적절히 혼합한 축이에요. 걸쇠가 있기 때문에 흑축처럼 구분감이 없지 않았고, 청축처럼 클릭하지 않아 소리가 요란하지 않았죠.
🔴적축
기계식 키보드는 타자기 타자기의 키감을 익숙해하는 수요층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점차 타자기에 익숙한 사람들도 줄어들고, 멤브레인Membrane 방식이라고 불리는 저렴한 일반 키보드들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기계식 키보드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말부터 컴퓨터 게임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수요가 다시 늘어났습니다. 게임에서는 키가 제대로 눌렸는지 알 수 있는 구분감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체리는 발 빠르게 이들의 수요에 맞춘 적축을 출시합니다. 적축은 연타에 적합하도록 걸쇠를 없앴고, 스프링을 약하게 설정해 누르는 피로감을 줄였죠. 체리의 예상은 적중했고 적축은 가장 잘 팔리는 축이 되었습니다.
Fig.3
기계식 키보드의 원조, 버클링 스프링 스위치


기계식 키보드하면 체리사가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먼저 기계식 키보드를 선보인 곳은 IBM입니다. IBM의 기계식 키보드는 키가 수직으로 눌리는 구조가 아닌, 스프링이 구부러지면서 키가 눌리는 버클링 스프링 스위치이죠. 요즘 출시되는 제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키감으로 매니아들이 찾고 있지만, 소리가 커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제품입니다. 참고로 이 축을 사용해 보려면 IBM Model F나 Model M을 구입해야 하는데요. 지금은 생산을 멈췄기 때문에 중고로 구입해야 합니다.
Fig.4
적축보다 오렌지축이 먼저!

1983년에는 알파스 알파인Alps Alpine 에서 ALPS 스위치 방식의 키보드를 선보입니다. 역시 체리보다 앞서 기계식 키보드를 선보였죠. 체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압력 변화를 만드는 스프링이 2개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키압도 체리보다 강하고 키압 변화가 심해 구분감도 컸어요. 즉, 손맛이 더 좋다는 뜻이죠.
ALPS 스위치도 클릭, 논클릭, 리니어가 존재하는데요. 그 안에서도 종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논클릭 오렌지축과 논클릭 핑크축입니다. 논클릭 오렌지축은 애플 키보드에 사용된 적이 있고, 논클릭 핑크축은 델의 AT101 구형 키보드에 사용되었죠. 하지만 멤브레인 키보드가 시장을 장악하자 알파스 알파인은 키보드 사업을 철수합니다.
클릭 - 청축, 백축, 호박축
넌클릭 - 갈축, 오렌지축, 핑크축, 흑축, 녹축, 크림축, 백축
리니어 - 갈축, 녹축, 황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