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1년차 여행기자, 기자 지망생들을 만나다!

7화: 1년차 여행기자, 기자 지망생들을 만나다!

작성자 에디터솔솔

일이 된 여행, 여행이 된 일

7화: 1년차 여행기자, 기자 지망생들을 만나다!

에디터솔솔
에디터솔솔
@editorsolsol
읽음 1,961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얼마 전 저희 회사에서 여행 매거진 기자가 되고 싶은 분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열었어요.

예전의 저처럼 여행기자라는 직업이 궁금한데, 답을 들을 수 없어 고민인 분들이 많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기획했답니다.

평일 낮에 진행했음에도 30명 넘게 신청해 주셔서 선배들과 기쁜 마음으로 임했었어요. 참여자 연령대도 다양하고, 평소 저희 매거진을 읽는 독자분과 다른 언론사의 기자님들까지 오셨더라고요. 서로 다른 시각에서 많은 질문들을 나눠 주셨어요.

저도 답변을 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제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정리하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또 뉴닉에도 여행기자라는 직업을 궁금해하는 뉴니커가 분명히 있겠다는 생각에 실제로 오간 여행기자 관련 질문들을 저만의 답변으로 정리해 봤어요.


무조건 글쓰기가 1번입니다. 너무 뻔한가요? 그렇지만 글 쓰는 일이 업인 '기자'니까요! 물론 이렇게만 말하고 끝낼 건 아닙니다. 좋은 디자인을 보고 구분하는 능력, 사진 실력도 갖추면 좋겠지만, 가장 기본이자 필수인 '글쓰기'에만 초점을 두고 말씀드릴게요.

기자로서의 글은 단순히 재밌는 글, 쉽게 읽히는 글을 뜻하지 않아요.

  • 맞춤법, 띄어쓰기 규칙을 정확히 지키기

  • 독자가 필요로 하거나, 궁금해하는 것을 예측하고 정확하게 답을 전달하는 능력

  • 하나의 글을 한 덩어리로 보이게끔 이야기를 쌓아가는 능력(하나의 글 안에서 산으로 갔다 바다로 갔다 하면 안 되겠죠.)

  • 다음 문장을 읽고 또 다음 문장을 읽고 싶게 하는 장치를 넣는 능력('호기심 유발' 같은 게 있어요!)

  • 한정된 시간 내 마감하기(보도자료를 나의 문체로 다시 적어(rewriting) 기사화한다면 30분~1시간 내로 작성하는 걸 예로 들 수 있죠.)

  • 취재/자료 조사한 정보를, 사실을 기반으로 흥미롭게 전달하기

  • 같은 뜻을 가진 단어를 반복하지 않고 다른 표현과 단어로 바꾸어 쓰는 능력(선보였다, 소개했다, 내놓았다 등 처럼요.)

위의 모든 것+α를 뜻합니다.

어우, 너무 복잡하다고요. 어느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두 가지만 먼저 추천해요!

첫째, 헷갈리는 맞춤법 익히기
둘째, 여행 기사 많이 읽고 배우기

사실 기자들도 다 맞춤법을 잘 아는 건 아니에요(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헷갈리기 쉬운 건 짚고 가면 좋죠. 누군가는 맞게 쓰고, 누군가는 틀리게 쓴다면 아는 사람은 확실하게 아는 거라, 내가 기자인데 이걸 틀린다? 너~무 창피하니까요.

예) 나중에 뵈요(X) 나중에 뵈어요, 봬요(O)
염치 불구하고(X) 염치 불고하고(O)


그런데, 여행 기사는 왜 많이 보아야 하느냐?

  • 우선 여행 업계에 대해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고요.

  • '이런 주제는 이런 식으로 쓰는구나~' 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기자는 관광청 세미나나 축제, 여행 관련 회사와 지자체 간의 업무 협약식(MOU) 등의 각종 행사는 물론 업계 인물을 인터뷰하거나, 여행 상품 취재 등등 다양한 주제를 기사화해야 합니다. 각 기사에 따라 형식과 내용이 달라지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미리 훈련해 두면 나중이 편하겠죠?

(물론 말이 쉽지..사실 실천하기 어렵다는 걸 저도 느낍니다..하지만 시간이 쌓이면 분명 빛을 발할 것!)

네이버 뉴스 생활/문화(+여행) 코너
여행 업계 뉴스를 카테고리별로 볼 수 있는 여행 신문
여행 매거진 트래비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국내 여행 정보 누리집 대한민국 구석구석

아니요! 단호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유를 알려드리려면 우선 여행기자의 출장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 특정 국가의 관광청이 관광지를 홍보하고자 취재 요청

  • 여행사가 새로 나온 여행 상품을 알리기 위해 취재 요청

  • 관광청, 관광업체, 각국의 바이어들이 만나는 행사에 취재 요청 등

보통은 이처럼 여행 업계에서 취재 요청이 오면 달려 나가는 게 여행기자의 일이에요! 물론 직접 여행지를 기획해서 숙소와 컨택하고 항공권을 구해서 다녀오는 기획 취재도 있긴 하지만, 저희 같은 매거진 여행기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드문 일이랍니다.

원하는 곳에 못 간다고 '에이 별로네.' 할 건 또 없어요. 직접 돈 들여 시간 쏟아 가는 여행이라면 내게 최대한 좋은 선택을 해야 하므로 취향 따라 떠나게 되기 마련인데요. 출장은 취향과는 전혀 관계없다 보니 오히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새롭게 좋아하는 걸 발견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여행으로는 한 번도 가 볼 생각 안 해 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 에디터솔솔
홍콩의 숨겨진 해변, 마완퉁완 비치. 현지 주민들이 일광욕을 즐긴다 / 에디터솔솔
오사카 현지인들이 마실 나오는 센난린쿠공원 / 에디터솔솔
지상낙원 그 자체였던 북마리아나 제도의 로타섬 테테토비치 / 에디터솔솔

얼마 전에 저는 사이판으로 출장을 다녀왔어요. 원래 물 위에 튜브 타고 둥둥 떠 있는 건 좋아하지만, 잠수는 질색했었죠. 수중 촬영을 하며 잠깐 물속 세상에서 눈을 떴는데요. 온 세상이 필터 씌운 듯 파랗고, 형형색색의 물고기에 아, 감탄했어요. 그날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한국에서 스노클링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찾아봤답니다.

현지인들이 파빌리온이라고 부르는 정자가 해변에 놓여 있어요. 코코넛 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 에디터솔솔

기자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여행지가 가진 고유한 특징이자 차별점을 파악하는 거예요. 같은 치킨집이라도, 취급하는 메뉴마저 비슷해도, 어떤 곳은 해바라기유를 쓰고 어떤 곳은 올리브유를 쓴다는 걸 강조하잖아요?

비슷해 보이는 바다도, 건축물도 분명 구석구석 살펴보면 어딘가에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그걸 파악해서 분석하고, 취재하거나 자료 조사한 정보를 보충하곤 해요. 다른 곳이 아닌 내가 기사로 쓰는 이 여행지에 독자가 오고 싶게끔 쓰는 게 저의 일이니까요.

아직 루틴을 다져 나가는 중이라 정교하게 말씀드릴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만, 소개하자면요.

일단 취재해야 하는 장소 앞에 섭니다. 시각에 온 집중을 다 해 보이는 걸 어떤 구도로 찍어야 가장 예쁠지 고민하고 카메라를 들이대 봅니다(이때 다른 선배들은 멋있는데 저의 자세는 아주 웃기더군요..).

이후 한 자리에서 같은 구도로 3~4장씩 찍습니다. 가끔 초점이 원하는 곳에 안 맞춰져 있을 때도 있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다른 구도나 방향을 달리해서도 여러 장 찍습니다.

사진을 어느 정도 찍고 난 후에는 열심히 온 감각을 이용해 해당 장소를 파악합니다. '해변'이라면 모래사장인지 자갈밭인지부터 시작해서, 주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물 색깔은 어떤지, 사람들은 주로 뭐 하는지, 근처에는 뭐가 있는지, 어떤 나무와 풀이 자라는지, 가게가 있다면 어떤 가게가 있는지 등등을 말이죠.

그리고 휴대폰 메모장이나 수첩에 꼼꼼히 메모합니다. 메모하면서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너무 뻔한 말을 쓰고 있진 않은지(예: 바닷물이 엄청 투명하고 물고기가 많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걸 안 쓰고 있진 않은지(예: 수영금지 팻말, 자갈을 주워가지 마세요 등). 메모는 글로 사진을 찍듯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써야 효과가 있어요(아....뼈아픈 경험담입니다). 하루만 지나도 기억은 휘~~~이 휘발되기 때문이죠. 메모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면, 기사를 쓸 때 사진을 봐도, 메모를 봐도 '내가 여기에 갔었나..' 기억이 전혀 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귀엽다는 것만 기억에 남은 오사카 도톤보리 시바견 카페 '마메시바' /에디터솔솔

우선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오픈 사전, 개인 SNS는 피합니다. 무조건 공식! 관광청의 공식 사이트, 블로그, 가이드북 등을 살펴보아요. 해외라면 현지 언론사 기사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관광지 담당자에게 전화하거나 메일을 보내고, 현장에서는 지나가는 현지인이나 가이드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물론 이 경우 재차 책이나 검색을 통해 2차로 팩트체크를 합니다.


몇 달을 준비한 기자와의 만남이 끝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꿈꾸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그리고 잘 해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선배들이 술술 업계와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멋지게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얼른 압축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이번 콘텐츠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또 여행기자 관련해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 주세요! 향후 콘텐츠에서 다뤄 볼게요.혹시 '사실 나도 기자/에디터다..'하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 인사해 주세요😊 어떻게 일하는지도 이야기 나눠 주시면 너무너무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