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지구 종말이 찾아온다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속 세계관에선 미지의 행성이 지구로 다가오고 있고, 남은 시간은 7개월 남짓이에요.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 지구인들은 모두 각자의 욕망에 충실하죠. 주식 시장은 문을 닫고, 거리는 폐허가 되고, 옷도 걸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어요. 주인공인 ‘캐럴’도 어쩐지 배낭 하나 메고 세계여행이라도 떠나야 할 것 같지만, (스포주의) 놀랍게도 가짜 회사의 가짜 직원으로 다니는 길을 선택하죠. 캐럴의 부모님도, 언니도, 몇 안 되는 친구들도 모두 기함할 만한 이 재미없고 시시한 선택을 한 캐럴은 가짜 업무를 하며 작은 일에도 큰 성취를 느끼고, 동료들과 하나의 커뮤니티를 생성하게 되는데요. 평상시 루틴 한 일상이 좋다고 말하는 저에게 친구가 ‘네가 그럴 리가 없는데?’라고 반문하더라고요. 제가 말한 루틴은 일정한 시간대(8~10시)에 출근을 해서 일정한 시간(12~13시)에 밥을 먹는 것에 대한 말이었는데, 친구는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걸 상상했나 봐요. ‘성장’과 ‘미래’를 생각하면 루틴 한 일상이 좋지만, 저도 막상 지구 종말이 다가온다고 하면 해보고 싶었던 모든 일을 해볼 것 같아요.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같은 경우엔 저와 같은 사람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1% 남짓한 사람들이 할법한 선택을 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인 게 흥미로웠어요. 지구 종말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평생소원이던 과감한 선택을 하는 인물은 다소 뻔하잖아요? 만약 7개월 뒤에 지구 종말이 다가온다면 어떤 일을 가장 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