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역' '신한카드역' 브랜드가 억을 주고 역명을 구매하는 이유는?
작성자 디깅빌보
핫이슈 심층분석
'올리브영역' '신한카드역' 브랜드가 억을 주고 역명을 구매하는 이유는?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핫플 중 하나인 성수역의 역명이 판매되었습니다!
금액은 무려 10억, 주인공은 올리브영 이었죠. 이번 성수역 역명 경매는 올리브영 VS 무신사의 대결 구도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성수역에 이미 자리 잡은 무신사였지만, 새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는 올리브영의 의지를 이기진 못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성수역은 올리브영역으로 아예 개명하게 되는 것일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사진의 종각역처럼 을지로3가라는 본 역명은 바뀌지 않고 부역명에 “(올리브영)”가 추가됩니다. 계약은 24년 10월부터 시작으로 이후부터 성수역에 도착하면 “이번 역은 성수, 올리브영역입니다.”라는 안내 멘트를 듣게 될 겁니다. 해당 계약은 1회차에 3년 계약으로, 한 번 더 연장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왜 기업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역명을 구입할까요? 역명 구입 효과는 정말 존재할까요? 역명을 사고팔다. '역명병기 사업'에 대해 같이 알아보시죠!
01. 역명병기 사업이란?
한국의 역명병기 사업은 2013년 지하철 운행 적자를 거듭하던 서울시가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맥킨지&컴퍼니에 적자 개선 자문을 맡기면서 시작됐습니다.
맥킨지는 스페인 마드리드가 ‘솔 광장역’을 ‘보다폰(이동통신업체)-솔역’으로 개명하고 약 46억 원을 벌어들인 일을 사례로 이와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도록 권고했죠. 이후 구체화, 입찰을 진행하여 2016년부터 정식으로 서울시의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그렇다면 저 같은 개인도 돈만 있다면 ‘디깅빌보역’을 만들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불가능합니다.
역명 병기를 신청할 수 있는 기관 핵심 기준은 총 3가지가 있기 때문이에요.
1. 기관이 역 반경 1~2km 이내에 있어야 함
2. 인지도가 높아야 함
3. 공사 이미지를 저해하지 않아야 함
이외에도 표에 나타난 것처럼 각 기관별로 세분화된 까다로운 기준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우측 현황에 나타난 것처럼 대부분 유명하거나 공익적인 성향을 띠는 기관들이 부역명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기업은 까다로운 기준과 억이 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부역명에 이름을 추가하는 역명병기 사업에 참여할까요?
02. 기업이 역명병기에 뛰어드는 이유
✅ 높은 노출도
올리브영이 부역명이 된 성수역은 일일 평균 무려 8.5만 명이 승하차합니다. (24년 1~5월 기준) 단순하게 계산하면 매일 8.5명에게 계약 기간인 3년 동안 노출되기에 대략 9300만 회가 넘는 브랜드 노출수를 기록할 수 있는 셈이죠. 이런 높은 노출도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종각역에 이름을 병기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습니다. 은행 측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브랜드 인지도는 최초 계약 시점인 2017년 6월보다 3% 포인트 상승했다고 하죠.
✅ 여전한 매스미디어로서의 영향력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TV를 필수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은 27.1%로 10년 전에 비해 무려 절반 이상이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기업이 대중에게 다가갈 창구가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전체의 70%에 달하는 스마트폰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접하는 콘텐츠, 광고가 매우 다르기에 매스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따라서 최근 기업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옥외광고(OOH)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요. 옥외광고는 지역이라는 제한적 요소가 있지만 지역 안의 성별, 연령, 나이대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기에 매스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 대중의 인식을 전체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기업의 리브랜딩 캠페인,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스타트업과 같은 경우에 옥외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역명병기도 하나의 교통시설 옥외광고이기 때문에 매스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죠.
03. 앞으로의 역명병기
서울 지하철 역명병기 현황에서 흥미로운 점은 금융사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은행, 카드사의 경우 소비자가 상품의 스펙을 비교하며 구매하기보단 브랜드 인지도, 신뢰도와 같은 이미지를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금융사 높은 노출도를 통해 인지도를, 서울시와의 협업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자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물론, 이번 성수역처럼 금융사가 아닌 곳이 신규 거점을 오픈하며 매우 높은 금액으로 역명을 사수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서울의 역명병기는 크게 '금융사 VS 신규 오프라인 거점 오픈 업체' 2파전으로 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