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너 과몰입 해봤어? 이게 과몰입 케이팝이야🔥
작성자 쑨디
케이팝 덕후의 플레이리스트
#10. 너 과몰입 해봤어? 이게 과몰입 케이팝이야🔥

K-POP을 탐구하다 보면 유독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과몰입'이죠.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진 않지만, K-POP 세계관 속에서는 '과몰입 유발하는 플레이리스트', "와 00 이번 노래 완전 과몰입 레전드다...", '과몰입 대박인 아이돌 명곡 모음' 등등 어디서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문장에 다수 포함되어 있는 꽤나 친근한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과몰입이란 무엇일까요?

우선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과몰입이란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 또는 그런 상태.'라고 하는데요. 내가 직접 겪지 않은 이야기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마치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과몰입 K-POP'이란 '지나치게 깊게 몰입하도록 만들어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유발하거나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노래나 뮤직비디오 또는 앨범의 컨셉'을 뜻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덕후적으로 표현하면 '크윽...' 하게 만드는 노래인 것이죠.

그렇다면 이제 어떤 노래가 덕후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심장을 아프게 하며, 과몰입을 유발하는지 궁금해지실 텐데요.
몇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과몰입'은 덕후와 머글(덕후가 아닌 일반인)을 나누는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과몰입을 유발하는 노래의 대다수는 머글의 입장에서 들으면 약간의 오글거림을 동반할 수 있으며 다소 감성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감정이 메말랐다는 평가를 자주 받으시거나 "너 T야?"라는 말을 자주 들으시는 분이라면 마음의 방을 조금 넓힌 상태로 아래 예시들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머글들이 덕후의 감성을 오글거리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과몰입 상태인 덕후들도 머글을 '알못' 취급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동점입니다.)
그럼 K-POP 덕후들은 어떤 노래들을 '레전드 과몰입 K-POP'이라 생각하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이름조차 없어져버린
전혀 다른 별에서
잃어버린 너를 찾아
긴 여행을 온 기분
덕후의 심금을 울리는 '과몰입 세계관'의 대표주자인 온앤오프의 '사랑하게 될거야'입니다.
온앤오프의 멤버들은 모두 휴머노이드, 즉 로봇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세계관을 쌓아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Complete', 'Moscow Moscow' 그리고 '사랑하게 될거야' 이 3곡이 오타쿠의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과몰입 감성으로 유명합니다.
나는 분명 지구에 살고 있는 평범한 인간인데, 왠지 먼 우주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아프게 헤어진 기억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노래라고 할까요?
온앤오프의 이번 신곡도 과몰입 유발 레전드 곡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너를 탐한 죄로 나 저주에 빠진다면...한 찰나라도 좋으니 널 가지고 싶었는데... 세상에 이런 가사가 또 어디 있을까요. 아... 나 또 왜 울어....
(만약, 당신이 이 감성을 이해하신다면 덕후가 될 충분한 가능성이 있거나 이미 덕후이신 것이 확실합니다.)
🎵
잊지 마
우리가 우리였던 날의 눈부심과
그 안에 그림처럼 나란했던 두 사람
정말 꿈보다 꿈같잖아
그 시절의 너와 나
그룹 러블리즈의 노래는 서정적인 가사와 동화같은 멜로디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의 모든 노래가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주는 매력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이 노래가 저를 끝없는 과몰입에 늪에 빠트리곤 합니다.
낡은 앨범을 뒤적이며 과거를 떠올리다가 문득, '우리가 그때처럼 지금도 함께 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된 기분이랄까요.
(사실 그런 기억같은건 없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스포일러 : 주인공 커플이 우연히 재회한 뒤, 만약 우리의 이야기가 달라졌다면 어땠을까?하며 상상해보는 장면)이 떠오르는 가사가 일품입니다.
과몰입 장전 완료.
러블리즈의 모든 노래가 '과몰입 유발곡'이지만, 그 중에서도 'Cameo'는 K-POP 과몰입 곡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원히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씬 밖의 '카메오'인 화자가 주인공을 짝사랑하게 되며 겪게되는 감정을 그려낸 이 노래는 짝사랑을 겪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계속 NG가 날 수 밖에 없는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크윽..." 하고 마는 것이 바로 덕후의 마음...
🎵
숨을 죽이고 너의 대답을 기다릴게
턴을 너에게 넘긴 채로
만약 아니라 하더라도 말해 줘
Baby love me or leave me tonight
사실 데이식스의 과몰입 노래 중에서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예뻤어'가 가장 유명하지만, 너무 유명하면 소개하고 싶지 않아지는 것이 덕후의 마음이라 어쩔수가 없네요.
그리고 이 곡은 실제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데이식스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데이식스는 밴드인 만큼 강렬한 사운드로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큰 특징인데, 그 중에서도 이 노래는 끝날듯 끝나지 않는 연인 관계나 권태기의 아슬아슬한 심정을 잘 표현해서 몰입도를 끌어올려주고 있죠.
마치 서로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누가 먼저 당길지 각을 재고 있는 듯한... 글을 쓰는 와중에도 과몰입이 훅 올라와 감정이 요동치네요.
'데이식스 + 총' 하니까 어쩐지 이 노래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Shoot me'에서 결국 헤어지지 못한 연인이 'Love me or Leave me'의 상황까지 간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이렇게 마치 세계관이 연결되는 듯한 노래들이 더 큰 과몰입을 유발하곤 합니다.
🎵
벗어나리오
끝없이 펼쳐진 기약 없는 계절을
지워내리오
뜨겁지 못한 날들에 홀로 데인 흉터를
그룹 자체가 과몰입 케이팝 그 자체인 팀, (여자)아이들입니다.
매번 색다른 컨셉과 그에 맞는 가사와 멜로디로 덕후의 심장을 후벼파는 아이들의 노래 중에서도, 이 노래가 가장 과몰입 유발곡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지고 왔습니다.
마치 몰락한 귀족 가문의 자제인 내가, 가문의 몰락을 주도한 것이 약혼자였다는 것을 알게되고 배신당한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그런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과몰입 시뮬레이터, 발동.
(여자)아이들의 역대급 과몰입 노래들도 함께 들고왔으니 함께 과몰입의 세계로 고고 해봅시다.
🎵
It's you and me in this world
내게로 다시 와, tie me
날 구원할 거라면
just come kiss me and bite me
과몰입 세계관 대표 주자 '엔하이픈'입니다.
이들은 멤버 전원이 '뱀파이어'라는 컨셉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냥 적당히 '우리는 뱀파이어입니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을 탄탄하게 다져둔 웹툰과 웹소설 까지 있는 그야말로 과몰입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노래는 뱀파이어 컨셉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명곡이죠.
앉아서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도 뱀파이어와의 이룰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는 주인공에 빙의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K-POP은 아직 그 어떤 과학 기술로도 이뤄내지 못한 가성비 4차원 시뮬레이터 그 자체가 아닐까 합니다.
이 외에도,
나를 한 순간에 로맨스 판타지 세계관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인피니트의 노래,
누군가의 소중한 일기를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주는 여자친구의 노래들,
역대급 과몰입 사운드와 퍼포먼스로 K-POP 덕후들을 사로잡은 에이티즈의 노래들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두서없이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었네요.
'과몰입'이라는 소재는 언젠가 꼭 글로 남겨보고 싶었는데 소원풀이를 하게 된 것 같아 기쁜 마음입니다.
여러분만의 소중한 '과몰입 유발 노래'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정말 많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