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주제를 들고 왔습니다.

드디어 이 녀석을 꺼내게 되었네요. 바로, K-POP 세대론입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주제라서, 정말 밤새 한숨도 쉬지 않고 관련 내용으로 떠들 자신이 있는데요. 참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 간의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걸지도..)

정말 몇 달 전에 K-POP 3세대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봤던 것 같은데, 발 빠르게 5세대가 등장해 버렸습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세대론이고 뭣이고 간에 기준이 뭐가 중요하나 싶겠지만 무한 경쟁 시대의 K-POP에서 타이틀을 쟁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없거든요. 그래서인지 팬덤 안팎으로 누가 4세대고 언제부터 5세대인지 관련해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K-POP에 관심 없는 분들은 어디서 누가 그런 논의를 하고 있는지 의아해하시겠지만... 그런 게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뭘 모르는 것도 축복이니 그냥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드디어, 감히, 세대론을 정식으로 구축하여 땅땅 결론을 내리겠다는 것일까?

그건 아닙니다.

K-POP 세대론에 대한 저의 의견은 '이 주제로 밥 벌어먹고 사시는 분들이 정하게 일단 냅두자.'이기 때문에 오늘 뭘 결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 : K-POP 세대는 무엇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을까?

말 그대로, 기준에 대한 이야기로 K-POP 세대론 한판 정리를 해볼 예정입니다. 과연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K-POP 세대론을 펼쳐가고 있는지 알아볼 예정이니, 각자 제일 그럴듯하다고 생각되는 기준에 고개를 끄덕거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1, 2세대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겠습니다. 이 세대는 기준이 나름 명확하기도 하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던 시대라서 그런지 관련한 글들이 참 많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3세대 이후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지네요. 빠르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1️⃣ 데뷔 년도를 기준으로 나눠보자

우선 K-POP 세대론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바로 '데뷔 년도'를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 짓는 것 입니다. 실제로 덕후들의 도서관인 나무위키에서는 년도를 기준으로 나름대로 아이돌 세대를 나눠 둔 문서가 있습니다.

출처 - https://namu.wiki/w/%ED%95%9C%EA%B5%AD%20%EC%95%84%EC%9D%B4%EB%8F%8C/%EC%97%AD%EC%82%AC#s-8

하지만 데뷔 년도로 아이돌 세대를 구분 짓는 것은 참 무모한 일인 것이, 3~4세대를 이끌었던 몇몇 아이돌만 떠올려봐도 데뷔와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소속사들이 년도를 딱딱 맞춰서 아이돌을 만들지도 않을뿐더러, 팬덤도 년도를 지켜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예외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2.5세대니 3.5세대니 하면서 일명 '끼인 세대'를 언급하는 세대론도 함께 등장하게 되죠.

그리고 케이팝 팬의 입장에서 년도로 구분 짓는 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느낌'에 있는데요.

위의 구분법에 따르면 2012년에 데뷔한 VIXX와 2016년에 데뷔한 블랙핑크는 같은 3세대가 됩니다. K-POP의 팬이라면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묘한 이질감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분명 이 두 그룹의 탄생 사이에 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말이죠.

이처럼 3세대 이후로 워낙 K-POP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년도로 구분 짓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2️⃣ 팬덤을 기준으로 나눠보자

자, 그럼 이번에는 숫자가 아닌 추상적인 기준으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K-POP을 이끄는 거대한 손, 하지만 좀처럼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존재, 바로 '팬덤'입니다. K-POP과 팬덤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자 영혼의 동반자, 말 그대로 한 세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조건을 다 생각하면서 세대를 나누면 끝도 없으니, 각 세대를 대표할 만큼의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들만 추려서 나눠보자는 의견도 많죠.

거대 팬덤을 보유하며 대세로 떠오른 아이돌들을 세트로 묶어 '카.트.엘.빂.샤'(카시오페아/트리플에스/엘프/V.I.P/샤이니월드의 약자로 각각 동방신기/SS501/슈퍼주니어/빅뱅/샤이니의 팬덤을 뜻한다.), '원.카.소'(원더걸스/카라/소녀시대)로 부르던 것의 연장선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득 '카트엘 족보'가 생각나네요. 자료 사진은 이 글자만 봐도 충분히 고통스러우실 분들이 꽤 있으실 것 같아서 올리지 않겠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3세대 = 엑.방.셉(EXO,방탄소년단,세븐틴), 트.레.블(트와이스,레드벨벳,BLACKPINK)

📍4세대 = 즈.즈.즈(더보이즈,스트레이키즈,에이티즈) , 뉴.아.르.에(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에스파)

이런 방식으로 정리가 되겠습니다.

3️⃣ 특정 소속사를 기준으로 나누자

이번에는 이것저것 모두 복잡하니 간단하게 생각하고 싶을 때 제안드리고 싶은 기준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바로 K-POP의 모든 시대에 걸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특정 소속사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인데요. 사실, 역사 시대 구분법은 이렇게 나누면 문제가 생깁니다만(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은 '승자의 역사'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죠.) 이런 방법도 있다고 소개드리는 취지에서 작성해 보겠습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세대론을 정리하면 엄청 간편하긴 합니다. (다수의 아이돌이 있지만 편의상 세대별로 남녀 그룹 하나씩만 뽑았습니다.)

📍1세대 = H.O.T, S.E.S

📍2세대 = 소녀시대, 동방신기

📍3세대 = EXO, 레드벨벳

📍4세대 = NCT(체제가 어느정도 정리 된 이후를 기준으로 함), 에스파

📍5세대 = RIIZE

이렇게 기준을 나누고 보면 자체 컨텐츠의 변화라든지, 소통 플랫폼의 진화라든지 K-POP 변천사를 설명하기에도 나름 딱 들어맞습니다. 해당 그룹을 바탕으로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었던 팀을 묶어서 세대를 정리할 수도 있죠.

반론의 여지는 충분하지만, 확실히 간편한 구분법이긴 합니다.

4️⃣ 세계화를 기준으로 나누자

이번에는 글로벌 진출, 세계화를 기준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한류' 열풍을 몰고온 1,2세대가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을 바탕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고, 동시에 많은 나라의 음원 차트를 정복하며 다양한 신드롬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3세대 부터는 본격적으로 북미, 남미, 유럽 지역까지 진출하여 일면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의 팬덤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를 갖춘 상태로 데뷔한 그룹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소속사에서는 콘텐츠와 투어의 범위를 아시아에서 전 세계 시장으로 확장했죠.

일명 'K-POP의 탄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4세대 부터는 '글로벌 팬덤'이 국내 팬덤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해졌습니다. 심지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 K-POP 그룹도 생겨나기 시작했죠.

'빌보드'를 공략하기 위한 영어 앨범과 K-POP 행사의 글로벌화가 당연시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K-POP은 한국어로 된 노래나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 한국에서 활동하는 그룹을 뜻하지 않게 되었죠.

5세대 부터는 본격적으로 K-POP의 'K'가 흐려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다른 아티클에서도 다뤄보았으니,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https://app.newneek.co/community/articles/110

재미있는 것은, 이런 방식의 K-POP의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K-POP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들까지 '옛 K-POP'을 추억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 유명한 '정반합' 논리가 이번에도 적용되는 듯합니다. (이미지 출처 - 유퀴즈)

일명 '2세대 맛'을 그리워하며 'K-POP 기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리스너들과 그들의 입맛에 맞춘 콘텐츠, 노래, 퍼포먼스가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앞으로의 K-POP이 어떻게 진행될지 정말 기대되네요.

5️⃣ 사건을 기준으로 나누자

시대를 구분하는 방법 중, 특정한 '사건'을 기준으로 나누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를 K-POP에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K-POP에서 시대를 뒤흔들 만큼 크고 굵직한 사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역시 '아이돌 서바이벌'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시작으로 K-POP 자체가 서바이벌 출신 아이돌 중심으로 돌아갔던 시대가 있었고, 자세하게 서술하기는 힘들지만, 팬덤 내부의 변화도 분명히 존재했죠.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3세대 = 여러 소속사가 참여하는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의 등장

📍4세대 =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출신' 아이돌의 대거 데뷔

📍5세대 = 서바이벌 열풍 이후, 각 소속사에서 오리지널로 제작한 아이돌의 데뷔

로 나눌 수 있겠네요.

이런 세대 구분법이라면, 5세대 아이돌의 열풍을 각 소속사에서 본인들의 색깔을 확실하게 입혀서 내보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케이팝 팬들이 5세대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로 '컨셉이 확실하기 때문'을 뽑기도 하죠.

자, 이렇게 여러 기준으로 나뉜 K-POP 세대론을 알아봤습니다.

위에 언급한 기준들은 여러 K-POP 팬들과 전문가분들의 의견에 저의 생각을 조금 더해서 정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닌데...' 싶으시면 편하게 의견 남겨주세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 주제로 밤을 지새울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당연히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방식의 세대론이 존재할 수 있고, 그게 더 설득력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세대 구분법이 있다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저도 궁금하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남기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Q. K-POP 5세대는 이미 시작되었을까요? 아니면 아직 오지 않았을까요?

(저의 의견은, '5세대는 시작 되었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