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장기자랑 때 부를 노래 딱 정해드립니다 (feat. 9n년생)
작성자 쑨디
케이팝 덕후의 플레이리스트
#16. 장기자랑 때 부를 노래 딱 정해드립니다 (feat. 9n년생)
인간이 가장 극한의 공포를 느낀다는 바로 그 장소는 11미터 상공이 아닌 수련회 대강당 무대가 아닐까 합니다.
적당히 묻어가는 게 최선인 정글 같은 학교생활에서 이만큼 큰 용기를 필요로하는 일이 또 있었을까요? 저처럼 나서기를 좋아하던 청소년도 수련회 때 불려 나가는 것은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이렇게 웬만한 간 크기로는 쳐다보는 것조차 힘든 이 무대에 자진해서 올라가는 멋진 청소년들이 있었죠.
각 학교에 제일 잘나가는 친구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치던 우리만의 슈퍼스타K. 춤과 노래의 실력 같은 건 크게 중요하지 않고, 그 위에 올라갔다는 것 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던 소년소녀들이 아직도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나름 그럴듯하게 해냈던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창시절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던 남자 애들이 수련회에서 선보였던 비스트 - 픽션 무대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지만, 시크릿 - 마돈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던 기억이 있네요. (고통)
이렇게 기억을 꺼내보다 보니, 이때 장기자랑 무대에 주로 쓰였던 노래들을 아직까지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하고, 저와 같은 9n년생 뉴니커분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좋을 것 같더라고요.
무엇보다, 장기자랑에 쓰였을 만큼 명곡들이기도 하니 언젠가 꼭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주제는 '학창시절 장기자랑 필수곡'으로 선정되었습니다. 9n년생 분들이라면 얼추 공감하실거고 그보다 많거나 적은 분들은 적당히(?) 공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 레인보우 - A!
각 학교에 제일 잘나가는 여자애들만 감당할 수 있었던 무대.
춤의 난이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난 진짜 멋지고 잘나가'라는 직접적인 가사 없이도 무대로 그런 분위기를 보여줘야 했던 노래라서 섣불리 도전할 수 없었던 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청소년들이 하면 안될것 같은 안무인데, 다들 적당히 순화해서 멋지게 무대에 임했던것 같네요.
🎵 비스트 - 픽션
레인보우의 A!가 잘나가는 여자애들의 무대 였다면, 비스트의 픽션은 잘나가는 남자 애들의 무대 였습니다.
픽션은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을만큼 멜로디가 세련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안무로 잘 알려져 있죠.
특히, 후렴부의 걷는 듯한 포인트 안무는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에 견줄 만 한 zi존간ㅈi 안무의 절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
비슷한 종류의 노래로는 엑소 - 으르렁(Growl)이 있습니다.
조금만 실수해도 바로 어색해보이는 어려운 안무 인데도, 왜 그렇게 멋있었을까요? 노래의 힘이 이토록 대단한 것 같습니다.
🎵 시크릿 - 샤이보이
이제 '진짜'들이 나올 차례입니다.
시크릿 노래는 왠지 안무가 쉬워보인다는 이유로 수 많은 학교에서 장기자랑 노래로 픽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춰보고 다들 말을 바꿨지만요.
어쨌든 동작들이 크고 박자가 어렵지 않아서 장기자랑 노래로 선택하기 매우 좋은 노래 였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멋진척을 해야 하거나, 너무 귀여운 척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기에 조금 덜 부담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청소년기에는 '~척'하는걸 경계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저는 학창시절에 이 노래로 무대를 했습니다.
이 충격으로 한동안 마돈나를 듣지 못했고, 사실 아직도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나서 좀 힘듭니다. 하지만 명곡이니 참고 끝까지 듣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노래도 장기자랑 국룰이었습니다. 여러모로 고마운 그룹이 아닐 수 없네요.
🎵 방탄소년단 - 상남자
이 시기 쯤 부터, 남자 애들이 커버할만한 남자 아이돌노래가 멸종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민이 아는 '남자아이돌'노래가 없어지던 시기이기도 했고, 쇼미더머니의 흥행으로 장기자랑에 랩 무대를 하는 남자 애들이 늘어 났거든요.
그래도 공석이 될 뻔한 K-POP 남자아이돌 장기자랑 계보를 방탄소년단이 잘 메꿔주었습니다. (감사)
마침 무대 의상도 교복이라 같은 반 여자 애들이 약간의 메이크업만 해주고 곧바로 무대에 올려보냈다는 소소한 일화도 함께 전합니다.
춤에 좀 자신 있었던 애들은 이 노래를 커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를 선택한 아이들은 관객석에서 '와... 이걸 한다고?'라는 눈빛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트러블 메이커 - Trouble Maker
'이 안무를 미성년자들이...?'
노래 제목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만, 남자애들 2명이서 하는게 보통이었습니다.
이때는 현아 역할의 남자애가 얼마나 연기를 탁월하게 하는지에 따라서 무대의 퀄리티가 좌우 되었는데요. 대부분 정말 잘했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무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정말 가끔 혼성 무대로 펼쳐지기도 했는데 당사자들은 그 다음날 부터 학교에서 가장 핫한 스캔들의 주인공들이 되곤 했죠. 그때는 그런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가끔 전설의 듀엣곡 내 귀에 캔디가 수련회에 울려퍼지곤 했는데, 수련회 조교님들이나 선생님들이 준비한 특별무대로 선보여졌습니다.
🎵 오렌지 캬라멜 - 상하이 로맨스
사실 오렌지 캬라멜의 경우, 모든 노래가 언급되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장기자랑 노래는 역시 상하이 로맨스가 아닐까요?
아무래도 위에도 언급 했던 '멋진 척, 귀여운 척'을 굳이 할 필요 없는 노래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시절에는 장기자랑 무대에서 의상까지 따로 맞추는 팀이 많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오렌지 캬라멜 노래는 거의 90% 이상 무대 의상을 따로 준비해왔던 기억이 있네요.
이 외에도 아잉, 마법소녀 등 많은 노래가 청소년 수련관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 2PM - 하트비트
끝판왕입니다.
장기자랑으로 이 노래가 나오면 그날 다른 팀은 장사 접어야 했습니다. 만약 후반부에 인간탑 쌓는 부분까지 커버 하면 천장이 날아갈 정도로 큰 함성이 이어졌습니다.
보통 가장 잘생긴 친구가 찬성 역할을 담당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안무가 어렵지 않은데 각을 잘 맞추면 진짜 멋있기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장기자랑 무대로 사랑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래로는 꼭 언급되어야 하는 노래들을 올려 보았으니,
"왜 이 노래가 없어!?" 🤬
하는 분노는 잠시 넣어두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진짜 추억여행을 다녀와봤습니다. 어떠셨나요?
다음번에는 노래 추천 대신에, 오랜만에 K-POP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노래 추천을 좀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긴 하지만요.)
혹시라도 '이 노래가 빠지 다니!' 싶은 노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나름 공정하게 1그룹당 1곡만 선정했습니다.
그럼 다음에도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