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K팝 기강을 책임지는 3가지 요소, 정리해드립니다.
작성자 쑨디
케이팝은재미있습니다
#13. K팝 기강을 책임지는 3가지 요소, 정리해드립니다.

한국 사람들만큼 오리지널리티나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어떤 음식점을 가도 자신들이 '원조'임을 당당하게 내세우고, 조금만 짜쳐도 '짭' 취급을 하는 대단한 나라. 싫다거나 좋다는 것이 아니라 참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싶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그래서인지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일명 '사이버 회초리'를 들고 호통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런 사람이 많아서 이렇게나 빨리 경제, 문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복잡한 마음도 든다.
당연히 한국 문화의 최정점을 달리는 K팝 또한 이런 호통을 피해갈 순 없다.

최근 들어 '케이팝이 시시해졌다.'라던지, '케이팝 추억팔이'와 같은 키워드가 여기저기서 쉽게 목격되고 있는건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불만인지 나도 정말 궁금해서 알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수치화 해서 나타내기에는 각자의 불만이 모두 달라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요즘 케이팝'에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하지만 불만을 내뱉는 것은 매우 쉬운 일.
역시 글로 쓰는 것은 '니들 지금 뭐하니?'라는 불만 보다는 '이런 게 좋다.'는 긍정적인 주제가 좋을 것 같아 오늘의 주제는 '케이팝에 필요한 3가지 요소'로 결정했다.

K팝이란 무엇인가?
K팝의 성공과 예술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것 역시 각자 주장하기 나름이지만, 나는 꾸준히 아래 3가지를 K팝의 3요소로 지정해 왔다.
서정적인 가사
구슬픈 멜로디 ('감미로운'보다는 이쪽이 맞는 것 같다.)
강렬한 비트
여기까지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하겠지만, 역시 예시가 있어야 머릿속에 쏙쏙 박히는 법이기 때문에 각 요소를 설명하며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려고 한다.
아마 아래 예시로 드는 노래들은 K팝의 3요소를 모두 갖춘 완성형 노래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한 마디로 '띵곡'만 골라보았으니 오랜 시간 주장해 왔던 나의 이론을 모두가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
1. What is 서정적인 가사 ?
서정적인 가사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감정이 잘 살아있는,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쉽게 말해 '시' 같은 가사를 뜻한다.
노래라는 것이 원래 시를 읽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노래에는 가사가 매우 중요하고 어떠한 감정에 푹 젖어 들게 만드는 가사가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샤이니 - View의 가사는 공감각적 심상을 잘 보여준 예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2. What is 구슬픈 멜로디 ?
자, 그렇다면 구슬픈 멜로디가 중요하다는 건 뭘까?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구슬픈 멜로디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뽕삘' 또는 '한의 정서'를 나타내는 요소이다.
한국인이라면 특정 나이부터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는 전설의 장르, '트로트'는 왜 이렇게 슬픈 것이고, 왜 어떤 계절에도 발라드가 한국의 스트리밍 사이트 상위 랭크를 차지할까?
이게 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구슬픈 멜로디'에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누구나 각자의 '한'이 있고, 이걸 노래로 풀어내는 것에 익숙한 민족이니까.
당연하게도 구슬픈 멜로디의 노래는 위에 언급한 '서정적인 가사'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그래야 명곡이 탄생하니까.
구슬픈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가 매력적인 노래를 가져와 봤다.
이 노래들에서 심장이 찢어지는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나는 이 노래들을 들으면 전생의 인연까지 생각나면서 눈물이 주륵주륵 흐른다.
너무 구슬프다.
21세기의 판소리 그 자체다.
3. What is 강렬한 비트 ?
강렬한 비트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느끼면 된다.
이 모든 슬픔의 감정을 멜로디에 집중하면 K발라드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K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바로바로, 강렬한 비트.
서정적인 가사로 잡아 둔 분위기에 구슬픈 멜로디로 슬픔을 증폭시키고, 이걸 강렬한 비트로 날려 보내는 행위가 바로 K팝 무대다. 거의 굿이나 다름없다.
이 멋지고 강렬한 굿판 중에서도 위의 3요소를 두루 갖춘 노래들을 뽑아보았다.
이렇게 오늘은 내가 생각하는 K팝의 3가지 요소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아마도, 요즘 K팝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이 3가지 요소 중 일부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나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K팝도 충분히 이 3가지 요소를 담아낸 멋진 노래와 무대들을 하고 있다.
오히려 취향껏 고를 수 있는 스펙트럼 자체가 넓어졌다는 느낌도 든다.
요즘 K팝에 불만이 많고 들을 노래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취향이 맞는 그룹을 찾아 그들의 전곡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최근에는 정규 앨범보다 미니, 싱글 앨범을 내는 것이 대세라서 곡 수 자체도 많지 않다.)
그래도, 위에 언급된 노래들이 나왔던 시절을 잊을 수는 없겠지.
평생 그리워하고 싶은 노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생각하면서 이번 아티클을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