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사랑을 말하다
작성자 1000mL
글로 연주한 커버곡
낭만, 사랑을 말하다
Fly Me To The Moon (In Other Words) - Nat King Cole & George Shearing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 사람과 나의 발걸음이 맞아가는 것이 왜 이리도 설래일까.
무심한 듯 맞잡은 손은 또 왜 이렇게 포근할까.
쑥스러움에 아래만 보고 걸어가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그 무엇보다 가볍다.
가벼운 이 발걸음이 밤하늘 따스하게 떠 있는 저 달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지 않을까?
이 순간 만큼은 사랑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낭만적인 한 편의 시, 지금 이 순간.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해요" 라는 말을 반드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서로의 손끝이 스치며 전달되는 온기,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살며시 전해지는 서로의 숨소리, 잔잔한 연주 속에서 춤을 추듯 맞춰가는 걸음, 잔잔한 미소를 띠게 하는 그 사람의 향기까지.
지금의 이 시로도 내 마음을 모두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시가 끝나기도 바라지 않는다.
조금은 서툰 표현으로 전하는 나의 마음.
'사랑'이라는 단어는 나의 진심을 모두 담아내질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요, 이 한마디가 더 좋을 것 같아요.
"저 달이 있는 곳까지 나를 바래다주세요."
유명한 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연주하고 노래한 이 곡, 'Fly Me To The Moon'.
개인적으로 냇 킹 콜과 조지 시어링이 함께한 이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Fly Me To The Moon'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이처럼 서정적인 분위기에서 이 곡의 매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서정적인 연주, 잔잔한 리듬, 서툴지만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가사, 게다가 부드러운 냇 킹 콜의 목소리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과연 있을까.
원곡에는 없는 마치 내레이션 같은 파트를 추가한 인트로는 가사 속 고백의 진실성을 더욱 부각해주며, 이 효과는 냇 킹 콜의 나지막한 보컬과 만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벌스가 시작하면 피아노를 제외한 다른 어떤 악기도 없이 냇 킹 콜의 보컬로만 귀를 가득 채운다.
두 번째 벌스가 시작되고 현악기가 들어오면서, 피아노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청아한 사운드로 냇 킹 콜의 목소리를 비춘다.
시어링의 연주가 돋보이는 파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키 체인지가 일어나는 간주도 또한 인상적이다.
*브러쉬 스틱으로 연주되는 드럼 사운드는 수줍은 발걸음처럼 다가오며, 피아노 반주 위로 흐르는 *스트링 사운드는 마치 여성 보컬리스트가 파트를 맡아 부르는 것 같다.
간주가 끝나고 현악과 냇 킹 콜의 목소리가 만나는 때는 마치 듀엣곡을 부르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히 마무리되는 아웃트로.
냇 킹 콜은 누구나 알만한 아티스트이지만, 조지 시어링은 재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생소할 수도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하지만, 50년대부터 당대의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의 반주를 맡으며 인지도를 쌓아갔고, 자신만의 *쿼텟도 이끌 정도로 *프런트맨으로서의 능력도 출중했다.
특히, 재즈 피아니스트지만 팝적인 센스도 탁월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영국이 나은 또 한 명의 레전드 재즈 아티스트로 손색이 없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단어지만, 때로는 너무 단편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순간의 감정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너무나도 낭만적인 순간들을 목소리와 가사 그리고, 연주로 담아내었기에 이 곡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 중에 명곡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저 하늘의 달로 나를 날아가게 해 달라는 어찌 보면 모호하지만, 그만큼 많은 의미를 담아낸 가사의 힘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하고 싶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밤, 꼭 같이했으면 하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