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그 위대한 순간
작성자 1000mL
글로 연주한 커버곡
한 걸음, 그 위대한 순간
Colors - Black Pumas
두려움이 주변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아침의 안개처럼 서 있는 사람들의 발과 발 사이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다들 초초한 눈빛으로 앞열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자신들의 손목,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숨죽이며 가고 있는 시계로 눈길을 돌렸다.
이 숨 막히는 긴장감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두려움만이 커져갔다.
성공에 대한 일말의 확신도, 현실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어느 것 하나 알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적막감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던 순간, 어느덧 모여있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내딛을수록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새로운 감정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옆에 함께 걸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두의 눈에서 아까는 찾아보지 못했던 희망과 열정, 그리고 뜨거운 각오가 들어차 있었다.
우리의 이 걸음걸음이 자유라는 녹색의 초원으로 이끌어 준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너무나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색, 그것이 검정이든 갈색이든 오늘의 이 한걸음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꿔줄 것이다.
우리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 나의 옆에 함께 있기에 우리는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다.
세상이 이 순간을, 1963년 8월 28일을 기억할 것이다.
위의 글은 '*직업과 자유를 위한 워싱턴 대행진' 일명 '워싱턴 대행진'으로 일컬어지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위대한 연설이 있었던 그 날의 행진에 참가한 한 명의 인물의 감정과 그 변화를 상상해 본 것이다.
오늘 들어볼 곡 블랙 퓨마스(Black Pumas)의 'Colors'속 가사를 보자마자 이 위대한 역사적 순간이 떠올랐다.
블랙 퓨마스는 텍사스 출신의 펑크, 소울 듀오로 2019년 6월 데뷔 앨범을 발매한 아티스트이다.
게다가 데뷔와 함께 *그레미 어워즈(62nd Grammy Awards)의 신인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들 스스로의 이름을 내건 데뷔 앨범 속 모든 곡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지만, 오늘의 곡 'Colors'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인트로부터 깔리는 기타 *리프, 펑키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베이스 기타, *브릿지와 *코러스에서 귀를 간지럽히는 가성, 간주의 현란한 *신스 사운드까지 요소 하나하나씩 뜯어놓으면 경쾌하기 그지없는 노래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모아놓으면 묘한 긴장감과 비장함이 느껴진다.
이 곡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구성적으로 보더라도 현재의 대중음악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일반적으로 2절은 1절보다는 더 많은 사운드를 활용하며 힘을 주는데 반해, 이 곡에서의 1절과 2절의 사운드는 거의 변화가 없다.
사운드 적으로 악기를 더 추가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보다는 1절에서는 볼 수 없는 브릿지 파트를 추가하면서 변화를 가져간 것이 인상적이다.
위의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화자의 감정의 변화를 느끼셨을 것이다.
그러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는 부분이 이 곡에서는 2절이 끝나고 이어지는 간주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란하게 귀를 춤추게 만드는 신스의 사운드는 이 곡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다.
자신감과 희망으로 점점 차오르는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부분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간주에서 이렇게 분위기를 끌어올리면 후반 하이라이트에서 곡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버리는 모습들이 흔하지만, 이 곡은 오히려 이전의 코러스 부분과 똑같은 사운드를 가져가면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파트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그나마 다른 것이라곤 간주에서 이어져 온 신스의 현란한 사운드가 더해지는 것인데, 이마저도 다른 사운드들 보다 한참 뒤에 배치하여 들릴 듯 말 듯 다가오도록 만들었다.
우리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사운드 구성을 교묘하게 비틀어 낸 수작이라 평가하고 싶다.
필자는 이 곡을 통해 다른 블랙 퓨마스의 곡들까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해당 앨범 속 전곡을 들어보며 왜 그들이 그레미 어워즈에서 신인상 후보에 당당하게 선정되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독자분들에게도 이 곡, 거기에 해당 앨범 자체를 추천드리는 이유이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고, 도전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더해 그 도전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것이라면 그 두려움과 긴장감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란히 서서 함께 걸어가는 동지들이 있다면 두려움과 긴장감은 곧 자신감과 기대감으로 바뀔 것이다.
자신들의 발걸음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킬 힘이 있음을 깨닫고.
그 역사적 순간을 조금이나마 떠올려 볼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곡이었다.
아티스트는 차별과 갈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오늘날 다시 한번 위대한 행진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