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진짜 🤬: 고되고 고된 밥벌이를 버티는 힘
작성자 시계꽃
Dear My Future
아니 근데 진짜 🤬: 고되고 고된 밥벌이를 버티는 힘
바야흐로 1X년 전, 저는 ‘항공사 취업’에 올인했습니다. '외국어를 살릴 수 있겠다'라는 아주 나이브한 이유가 전부였어요. 그땐 스스로 가진 무기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름 기업 정신(?)을 장착한다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취업 캠프에도 참여하고 경력개발센터의 상담 선생님에게 격주로 자소서 첨삭도 받았습니다. 결과는? 네, 서류 광탈…. 쓰읍😑
😣 예견된 취업 실패
한동안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지금 와서 보면 당연합니다. 조종사와 승무원을 제외한 항공사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된 상태였으니까요. 이때부터 멘탈 바사삭! 기준이 없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툭툭 던지는 말에 갈대보다 더 흔들렸어요.
1. “여자가 일하기 편하대!” ▶ 그래?🤔 로펌 비서직 지원 ▶ 면접 탈락
2. “XX 선배가 취업 특강 한대!” ▶ 그래?🙄 그 선배 어디 다녀? ▶ 면접 탈락
수십 개의 서류와 몇 번의 면접 전형을 거치고 나니 상반기 취업 시즌은 순식간에 끝이 났고, 저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완전히 방향을 잃은 상태였죠.
🍀 모든 가.능.성. 열어 둬! (워우워어어~)
지금부터 하반기를 준비해야 한다, 토스와 토익 점수를 더 올려라 등 여러 말들이 오갔지만 도저히, 정말 도저히 더는 할 수 없었어요. 지긋지긋한 토익, 토스, 오픽, SSAT(현재 GSAT) 등 다 때려 치우고 충동적으로 종로의 대형 학원에 영어 작문 강의를 등록했습니다. 취업과 아무 관련 없는 수업이다 보니 수강생은 5명도 채 되지 않았고, 한여름 뙤약볕을 뚫고 오로지 이 수업을 듣기 위해 집에서 종로까지 왕복 2시간을 왔다 갔다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채용 사이트에서 공고를 봤어요. 모집 직무는 영어 교육 콘텐츠 개발. 채용 과정에 영어 에세이 쓰기가 있었고 배운 것도 있는데 한번 해볼까 싶어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있는 힘 없는 힘 다 쥐어 짜며 취업 준비를 하던 시간이 허무할 정도로 모든 과정이 너무 순탄해서 처음에는 얼떨떨했어요. 이제 맞나? 싶기도 했고요. 초봉 2,000. 반지하 사무실. 추가 복지 혜택 전무. 그럼에도 저는 출근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 열악한 직무 환경을 버티게 하는 힘
저는 돈에 초월한 사람이 아닙니다. 돈 많이 벌고 싶어요! 당연히 제시된 연봉이 달갑지 않았죠. 그런데도 가겠다고 선택한 건 무수한 (대)기업에 지원했을 때 느끼지 못했던 뭔가를 느꼈던 것 같아요.
“이거 재밌겠다!”
외국어를 살릴 수 있는 직무 환경(영어 교육 콘텐츠 개발), 자율성(커리큘럼 및 교재 내용 구상), 성장(퇴근 후 동료들과 영어 스터디), 성취(월 단위 마감),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직주 근접까지. 운 좋게도 지금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 가치관을 모두 만족시켜 주었어요. 어쩌면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직업 가치관을 형성했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수 있겠네요.
야근을 해도, 갑자기 마감 스케줄이 바뀌어서 밤 12시가 넘도록 교정을 봐도 퇴근 길 발걸음이 가벼웠어요. 일요일 저녁이 되어도 심신이 평온한, 그런 호사를 누렸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조직 생활에서 이런 느낌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 가치가 있기에 ‘기꺼이‘ 경험할 수 있었다
만족도가 높으니 저절로 열심히 하게 되고 그게 연봉 상승으로 이어지는, 정말 교과서에 나올 법한 상황이 펼쳐졌죠. (다시 말하지만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그렇게 2년을 꽉 채워 다녔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이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겨 가고 몇 개월 뒤 사직서를 제출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든 잘하는 일을 하든, 좌우지간 일이 되면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고되고 고되고 고되고 고된 밥벌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저는 내재적 동기가 아주 명확해야 하고, 이는 가치관과 직결된다고 생각해요. 뉴니커분들은 지금 무엇으로 직장 생활의 무게를 버티고 계신가요?
🔎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