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Back
작성자 리
레터 한 손
Look Back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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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에 발을 꼼지락대면서 잠 못 이루는 밤들이 늘어난다. 취업이 안 되는 때는 없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모든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눈 앞의 불안은 처음이고 너무 거대하다. 지겨운 여름도 어찌됐든 물러가고, 머지않아 누그러진 가을 햇볕이 내리쬘 텐데도 청년들의 마음은 아직 찐득거리고 불쾌하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턱 막히는 습도로 가득한 것 같다.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영화 <룩 백>은 유난히 인물들의 등을 많이 보여준다. 러닝타임 58분 중 꽤 많은 시간 동안, 관객들은 책상에서 덤덤하고 치열하게 스스로를 이겨내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나온다.
노력, 정열, 꿈, 의지, 향상심, 욕망.
극이 후반부로 갈 수록 한 인간의 커다란 나이테가 선명해지는 그 뒷모습에 여러 사람들의 눈물이 일렁이는 까닭은, 이루고픈 꿈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던 관객 스스로의 뒷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분명 내 것인데, 정량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노력의 유일한 형체는 영영 볼 수 없는 내 뒷모습 뿐이다. 그래서 항상 내 노력은 뿌옇고 허무하고 밉다.
일본 밴드 백넘버의<수평선>에서 퍽 인상적이었던 가사를 다시 보면서, 내가 지켜왔고 지키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본다. 난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지난한 노력의 뒷태를 본 누군가는 아름답다고 할 지.
그때는 오아시스도 Look back하라고 가사를 바꿔 부를 지도 모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