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은 왜 기사식당 전단지를 만들었을까
"버거킹에 붙어 있는 저 전단지, 이거 진짜야?"
우연히 버거킹 매장 사진을 본 순간 머릿속을 스친 첫 마디였다. 손글씨풍 파란 글씨로 "아침 식사 됩니다"라고 적힌 입간판. 그 옆에는 "신속"이라는 문구가 붙은 노란 풍선 인형. 패스트푸드 매장이 아니라 딱 기사식당 앞에 서 있을 법한 물건들이다.
버거킹은 지난달 30일부터 아침 메뉴 판매 매장을 기존 58개에서 120개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대표 신메뉴는 크루아상과 샌드위치를 결합한 '크루아상위치'. 이 확장을 알리기 위해 버거킹이 꺼낸 카드가 바로 한국 아침식당의 대표격인 '기사식당' 이미지였다. 매장 현수막, 입간판, 종이가방까지. 디지털 콘텐츠에 국한하지 않고 오프라인에도 같은 세계관을 관통시켰다.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폰트까지 기사식당 스타일이다", "국밥집에서 훔쳐 온 줄 알았다", "버거킹 코리아의 존재 이유를 알았다"는 반응이 SNS를 타고 번져 나갔다.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한국 로컬 정서를 이렇게까지 밀도 있게 차용한 사례가 드물었기에 신선함은 배가됐다. 광고 매체나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매장에 붙은 종이 한 장이,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인 "버거킹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다"를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시킨 셈이다.
결과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 컨셉을 잡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사식당 정서가 우리 브랜드와 맞나?", "우리 타깃에 적합한가?", "너무 촌스럽지 않나?" 내부 격론이 없었을 리 없다. 그 의견들을 절충했다면 결과물은 뭉툭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버거킹은 타협하지 않았다. 그 결과 뾰족한 아이디어가 자발적 바이럴을 만들어냈다.
버거킹의 파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4월, 버거킹은 대표 메뉴 '와퍼' 판매를 40년 만에 종료한다고 공식 채널을 통해 발표했다. 실은 뉴와퍼 리뉴얼을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낚시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지만 "이 변화를 전 국민이 알게 한다"는 캠페인 목표는 확실히 달성했다. 파격을 무기로 삼는 브랜드의 문법이 이번 기사식당 캠페인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기사식당 컨셉이 모두를 만족시킬 아이디어는 아니다. 그러나 '버거킹=아침식사'라는 등식을 소비자 맥락 안에서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 뾰족해 보일수록, 소비자 머릿속에 파문을 일으키며 더 멀리 퍼져 나간다. 컨셉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힘은 부드럽게 다듬는 데 있지 않다. 날카롭게 꽂히는 한 점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최근의 마케팅은 AI와 파편화된 맥락 속에서 착해졌다. 논란을 피하려는 브랜드가 늘었다. 사회적 맥락을 놓쳐 이슈를 만든 브랜드가 많았던 만큼, 브랜드도 대행사도 자꾸 몸을 사린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서는, 모두가 공유하던 사회적 컨센서스도 함께 사라졌다. 모두의 관심을 한 번에 불러 세우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 이유다.
나 역시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하다 보면 논란 없는 안부터 정렬해 올린다. 사소한 실수로 만들어진 부정 이슈를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 브랜드도 대행사도 자연스럽게 안전한 쪽으로 기울고, 무난하게 지나쳐 가는 콘텐츠가 남발된다. 부정 이슈 위험을 안으면서까지 이슈몰이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평범함만 지키면 브랜드에 대한 진짜 관심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콘텐츠든 협업이든,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가 갈 수 있는 최대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눈길이 머문다.
박웅현 TBWA KOREA 조직문화연구소 소장이 낸 책 베스트셀러《책은 도끼다》의 제목은 카프카의 문장에서 왔다. "책이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 한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콘텐츠와 파편화된 관심사 속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단 1초라도 사로잡으려면, 얼어붙은 관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우리 브랜드의 마케팅은 지금 파문을 일으키는 스페셜 원인가. 아니면 조용히 지나쳐 가는 원 오브 뎀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