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웃겼는데, 브랜드는 남았나

광고는 웃겼는데, 브랜드는 남았나

브루스
@bruce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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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은 브랜드 이름보다 제작사 이름을 먼저 꺼낸다.

"그거 돌고래 유괴단 아니야?"
"스튜디오 좋이 만든 거 재밌더라."

광고를 만든 브랜드보다, 제작사가 먼저 떠오르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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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고 캠페인은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유명 유튜버의 영상을 보듯 광고를 소비하고, 쇼츠로 다시 확산시키고, 댓글과 밈으로 즐긴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짐빔, 삼양, G마켓 광고가 잇달아 화제를 모았다. 소비자는 광고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꺼이 열광했고, 브랜드는 큰 노출을 얻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몇 년간 국내 광고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돌고래 유괴단, 스튜디오 좋으로 대표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들이 이 변화를 이끌었다. 과거 광고가 제품을 얼마나 잘 보여줄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화제가 될 것인가가 캠페인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하지만 일부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회의론도 나온다. 재미는 있는데, 재미만 남는다는 비판이다. 소비자 사이에서 브랜드가 아니라 '돌고래 유괴단', '스튜디오 좋' 같은 제작사가 먼저 떠오른다. 광고 제작비를 부담한 건 브랜드인데, 소비자 머릿속엔 브랜드가 아니라 제작사와 재밌는 영상만 남는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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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화제성은 정말 매출과 직결될까. 이 질문을 확인해볼 만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일페스타 병맛 광고로 눈길을 사로잡은 G마켓이다. G마켓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36편의 시리즈 광고를 선보였고, 유튜브 누적 2억 1000만 뷰를 기록했다. H.O.T. 완전체 광고는 2주 만에 5300만 뷰를 넘겼고, 등장 상품의 매출은 최대 2.6배, 판매량은 3.3배 증가했다. 스파이크스 아시아 2026 뮤직 부문 동상도 받았다. 3월 총상품거래액은 전년 대비 12% 늘었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는 분명 좋다. 하지만 이 숫자만으로 '화제성이 매출로 직결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G마켓은 오픈마켓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광고에 등장한 상품이 플랫폼 안에서 바로 구매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마케팅 예산 자체도 지난해 1186억 원에서 올해 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캠페인이 실제 재무 효율로 이어졌는지까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판매에는 가격, 시즌, 미디어 집행 등 여러 변수가 함께 작동한다. 결국 화제성이 곧 매출이라는 등식은 숫자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형 캠페인의 진짜 성과는 무엇으로 측정해야 할까.나는 답이 '자산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G마켓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도 단순히 조회수가 높아서가 아니다. G락페, 빅스마일데이, 최근 장항준 감독 캠페인까지 이어지는 톤과 유머의 결이 있다. 병맛 유머, 과장된 연출, B급처럼 보이지만 허술하지 않은 감각이 반복된다. 각 캠페인이 개별 영상으로 소비되는 데서 끝나지 않고, 'G마켓은 요즘 좀 재밌다'는 인식으로 쌓이고 있다.

이게 진짜 성과다. 3년 연속 적자와 매출 하락세 속에서 '올드한 오픈마켓'처럼 보였던 G마켓이 최근에는 '힙한 브랜드'로 다시 해석되고 있다. 단기 매출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여기에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바라보는 감정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빙그레는 이 자산화를 훨씬 오래 쌓아온 사례다. 스튜디오 좋과 함께 2020년부터 3년 넘게 이어온 빙그레우스 세계관은 단발성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았다. 캐릭터, 세계관, 말투, 유머가 꾸준히 이어지며 빙그레만의 브랜드 인격을 만들었다. 그 결과 빙그레는 식품업계 인스타그램 팔로워 1위 수준의 채널을 확보했고, 식품업계 최초로 유튜브 실버버튼도 획득했다. 이 성과가 곧바로 매출을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소비자가 빙그레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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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머니그라피도 같은 결이다. B주류경제학 콘텐츠는 큰 화제를 모으며 도서 출간, 성수동 팝업스토어, 유료 팬미팅까지 이어졌다. 콘텐츠가 한 번의 캠페인으로 소진되지 않고, 브랜드 경험의 결로 확장됐다. 토스가 돈과 소비를 바라보는 방식이 하나의 콘텐츠 자산으로 쌓인 것이다.

나도 클라이언트 캠페인을 진행하며 이 지점을 자주 마주한다. 어떤 캠페인은 조회수와 바이럴 지표가 잘 나온다. 보고서만 보면 성공이다. 숫자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몇 개월 뒤 후속 리서치를 해보면 소비자가 기억하는 건 '재밌는 광고'뿐일 때가 있다. 어느 브랜드 광고였는지는 잘 떠올리지 못한다. 그럴 때가 가장 씁쓸하다. 잘 만든 광고를 했지만, 잘 남은 브랜드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한 편의 광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캠페인이 아무리 크게 터져도, 그다음 캠페인에서 전혀 다른 말을 하고, 다른 태도를 보이고, 다른 감각으로 흩어지면 소비자 인식에는 쌓이지 않는다. 같은 맥락이 여러 캠페인에 걸쳐 반복될 때, 비로소 소비자 인식 위에 우리 브랜드의 색이 덧입혀진다. G마켓의 병맛 유머가 그렇다. 빙그레우스의 세계관이 그렇다. 머니그라피의 시선이 그렇다. 하나의 캠페인이 잘된 게 아니라, 같은 결의 캠페인이 5년, 10년 쌓이면서 브랜드의 인격이 만들어진 것이다.

화제성은 이제 대형 캠페인이라면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는 목표가 됐다. 좋은 제작사, 충분한 예산, 적절한 미디어 집행이 있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가능성은 높아졌다. 정말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화제성으로 시선을 잡았다면, 그 시선을 우리 브랜드의 색으로 유입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색은 다음 캠페인, 그다음 캠페인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맥락이 쌓일 때만 광고비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 된다.

화제성은 시작이지, 결과가 아니다. 조회수는 지나가고, 밈은 낡고, 유행은 빠르게 교체된다. 하지만 어떤 캠페인은 브랜드에 감각을 남긴다. 어떤 캠페인은 브랜드의 말투를 만들고, 어떤 캠페인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다시 보게 만든다.

광고가 잊혀도 브랜드가 남는가. 그게 진짜 성적표다.우리 브랜드는 지금, 광고를 남기고 있는가. 아니면 브랜드를 남기고 있는가.

사진= G마켓, 배달의민족, 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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