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으세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최근 논란이 된 스타벅스 프로모션을 보며 든 생각이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5월 18일에 '탱크 텀블러'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날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겹쳤고, '탱크'라는 단어가 5·18을 조롱하는 의미로 읽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정용진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섰고, 여름 e-프리퀀시를 포함한 마케팅 행사 전반이 잠정 중단됐다. 협력업체 피해까지 이어졌다.
프로모션 기획을 하는 인하우스 마케터는 아니지만, 마케팅 프로모션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이 사태는 담당자들의 무책임함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이런 사고는 더 자주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요즘 마케팅 씬의 화두는 자동화다.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해주고 있고, 업무 범위가 넓은 마케터들에게 이 변화는 환영할 일이다. 데이터 정리, 분석, 콘텐츠 제작의 상당 부분이 AI로 대체되고 있다. 자동화 프로세스가 정착되면 마케터들은 반복 업무에서 해방되어 진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자동화에는 사각지대가 있다. 콘텐츠를 자동화한다는 건 검수 단계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사람과 협업할 때는 구성안 하나를 만들어도 여러 사람의 컨펌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어떤 표현이 문제 될지, 어떤 날짜가 민감한지 누군가는 짚어낸다. 반면 AI 협업은 '일단 만들어보자'로 시작된다. 짧은 프롬프트로 결과물을 뽑고 수정하는 방식이 빠르긴 하지만, 기획의 밀도는 떨어진다. 밀도가 떨어진 기획은 가능성을 좁게 본다. 좁게 본 결과가 사고로 이어진다.
나도 캠페인 구성할 때마다 확인하는 게 있다. 사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나 워딩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다. 이건 기술이 아니라 감각이다. AI는 이걸 모른다. AI에게 "프로모션 카피 써줘"라고 하면 효율적인 카피를 뽑아주지만, 어떤 맥락으로 읽히는지는 짚지 않는다. 짚을 수 있는 건 사람뿐이다.
AI 시대 마케터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휴먼 센스다. AI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워딩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다시 읽어내는 능력. 틀린 건 아니지만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을 짚어내는 감각. 이건 데이터로 학습되는 게 아니다. 역사를 읽고, 사람의 정서를 관찰하고, 사회적 가치 충돌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거창한 심리학 이론보다, 우리 주변 사람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일이다. 일상의 친구들, 취향 커뮤니티의 멤버들, 직장 동료들. 그들의 관심사와 생활 패턴, 소비 습관을 관찰하고 공감하는 것. 결국 마케터의 진짜 자산은 데이터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이다.
모든 마케팅은 사람을 위한 것이 될 때 의미가 있다. 마케팅이 세일즈를 위한 판촉으로만 머물 때, 브랜드는 힘을 잃고 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사고가 반복된다.
AI는 빠르다. 하지만 빠른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눈앞에 펼쳐진 AI 시대, 당신은 어떤 마케터로 남고 싶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