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브랜드가 걸그룹의 가면을 쓴 이유

뷰티 브랜드가 걸그룹의 가면을 쓴 이유

브루스
@bruce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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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걸그룹인가? 이미지가 신선하네.'

최근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티저가 있었다. 'Easea'라는 이름의 걸그룹 데뷔 티저였다. 지난 4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하고 데뷔 단독 앨범 티저를 올리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실제 아이돌로 보이는 멤버들의 컨셉 포토, 프로모션 일정, MV 티저까지. 어도어 출신 CD가 만드는 그룹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케이팝 씬에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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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asea의 정체에는 반전이 있었다. 약속된 앨범 공개일에 올라온 건 걸그룹 MV가 아니라 스킨케어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아이돌로 보였던 사람들은 브랜드 모델이었고, 티저 콘텐츠들은 모두 브랜드 필름이었다. 엔터 출신 CD가 아이돌 런칭 문법을 브랜드 런칭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이 마케팅을 이질적으로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케이팝 씬의 문법을 그대로 스킨케어 브랜드에 옮겼는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다. 소비자들은 은연중에 브랜드를 사람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글에서 다룬 스크럽대디의 출산 캠페인도 같은 원리였다. 브랜드 제품 라인을 가족처럼 의인화한 순간, 캠페인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브랜딩이란 결국 우리 브랜드를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실존 인물처럼 인식하고 소통한다면, 마케팅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처음 만난 사람을 외모, 말투, 옷차림으로 판단하듯, 소비자는 브랜드의 디자인, 메시지, 모델, 톤앤매너로 그 브랜드를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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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일관성이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그 사람과 반복적으로 소통하며 학습한 패턴의 합이다. 브랜드도 똑같다. 매장의 인테리어, 상세 페이지, 소셜 미디어, 패키지 디자인까지 동일한 결의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소비자의 머릿속에 사람으로 자리 잡는다.

실제로 클라이언트 브랜드를 다루다 보면 이 지점에서 가장 자주 흔들린다. 시즌마다 다른 모델, 다른 톤, 다른 캠페인 컨셉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브랜드의 얼굴이 흐려진다. 한 캠페인이 잘된다고 그쪽으로 방향을 틀고, 다음 시즌에 또 트렌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소비자는 그 브랜드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일관성은 지키기 어렵다. 그래서 일관성을 지킨 브랜드가 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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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ea처럼 대놓고 가면을 쓰는 사례는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인격체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시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직원을 캐릭터로 내세우는 기업, 자체 캐릭터 IP를 키우는 브랜드, 브랜드 페르소나를 콘텐츠 화자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다.

브랜드가 사람처럼 인식되는 순간, 가격은 두 번째 문제가 된다. 우리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딱딱한 회사인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인가.

사진=Ea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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