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라이브에 돈을 쏟는 진짜 이유
작성자 브루스
브루스의 영감노트
넷플릭스가 라이브에 돈을 쏟는 진짜 이유
얼마 전 출근길에 MLB 경기를 넷플릭스로 시청했다. 국내에서는 SPOTV라는 스포츠 전문 OTT를 구독해야 했지만, MLB 사무국과 넷플릭스의 제휴로 개막전 라이브 중계를 시도한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미국 야구 개막전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 넷플릭스는 라이브 콘텐츠 확보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MLB 중계부터 BTS 컴백 라이브, SAG 시상식까지 단순한 콘텐츠 플랫폼을 넘어 라이브 콘텐츠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국내 OTT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쿠팡플레이와 티빙은 프리미어리그, K리그, F1, KBO 리그 등의 중계권을 경쟁적으로 확보하며 가입자와 시청시간을 늘리는 주요 동력으로 삼고 있다.

콘텐츠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라이브 스트리밍에 쏟는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의 가장 희소한 자원인 시간을 사기 위해서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시대에, 유일하게 누구에게도 더 살 수 없는 게 시간이다. 라이브 콘텐츠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희소성이 부각되며 더욱 매력적인 콘텐츠가 된다.
마케팅 업계에서도 희소성을 강조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제철코어' 트렌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젊은 세대들이 제철 음식을 찾고 즐기는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이 아니다.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다는 희소성이 음식을 더 특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성수를 중심으로 브랜드가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도 같은 원리다. 한정된 기간 동안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소비자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팝업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 포토존 같은 콘텐츠를 배치해 그 공간에 있는 시간 자체를 한정판으로 느끼게 만든다.

나도 클라이언트 팝업스토어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이 점을 직접 체감했다. 시장조사를 하면서 타사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조사하다보니 흥미로운 지점이 생겼다. 오픈 첫날 줄이 100미터 넘게 놀랐는데, 다음날 SNS에 올라온 후기들을 보니 분위기가 달랐다. "줄 서서 들어갔는데 별거 없다", "1시간 기다린 게 아깝다"는 반응이 섞여 있었다. 희소성으로 끌어들인 기대치를 경험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 경험을 토대로 팝업스토어 기획 때 이런 질문을 클라이언트와 계속했다. "우리 팝업스토어가 이 만큼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가."
희소성을 강조한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실망감도 크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줄 서서 팝업스토어에 들어갔는데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브랜드 신뢰도는 오히려 더 떨어진다. 2~3시간을 투자해 콘텐츠를 시청했는데 재미가 없으면, 더 강한 부정적 평가가 남는다. 희소성이라는 기회를 잡았을 때일수록, 섬세한 브랜드 경험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현대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가 보내는 24시간을 어떻게 점유할 것인지의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간에 우리 브랜드를 선택했을 때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다음 시간을 얻을 기회가 생긴다. 소비자는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브랜드가 경쟁해야 할 곳은 소비자의 지갑이 아니라 시간이다. 소비자의 시간을 얼마나 점유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시간이 다시 선택받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다음 시대를 가져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