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코노미 시대, 감정은 ‘팔지 말고 설계'해야한다.

필코노미 시대, 감정은 ‘팔지 말고 설계'해야한다.

작성자 브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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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코노미 시대, 감정은 ‘팔지 말고 설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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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행했던 표현 중에 ‘우울해서 빵 샀어’라는 말이 있었다. MBTI의 T와 F의 반응 차이를 묻는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을 꽤 정확하게 보여주는 문장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제 필요를 채우는 소비를 넘어,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무언가를 사기 시작했다.

이 흐름을 ‘필코노미’라고 부를 수 있다. 필코노미는 결국 ‘기분(Feel)’을 중심에 둔 소비, 즉 기능적 효용만큼이나 감정적 효용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물론 기분을 위한 소비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해처럼 불황이 짙어질수록, 국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동시에 그 반작용으로 ‘작은 감정의 구멍’을 찾는다. 이전에 트렌드코리아가 제시한 ‘소확행’이라는 개념이 확장되어, ‘나의 기분을 설계하기 위한 소비’로 자리 잡은 것이다. 기분 관리와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소비에 본격적으로 스며들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감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소비 여정에는 AI 추천과 큐레이션이 깊숙이 들어왔다. AI의 핵심은 최적화와 효율화다. 대부분의 쇼핑 플랫폼은 사용자의 취향과 구매 이력, 가격 민감도에 따라 제품을 추천해 주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 이런 큐레이션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실패 확률이 낮은 스테디셀러 중심의 구매를 유도한다. 즉, 소비가 더 합리적으로 정리되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필코노미가 더 선명해진다. AI가 ‘실패 없는 소비’를 앞당길수록, 사람은 오히려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의 일탈’을 찾는다. 필코노미 소비의 핵심은 단순하다. “이 소비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 브랜드는 제품을 판매할 때 기능이나 효과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소비자에게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는 포인트를 설계해야 한다.

대표적인 장치가 오프라인 체험, 특히 팝업스토어다. 팝업스토어에서의 소비는 단순히 일회성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팝업 자체가 경험이 되고, 소비자들은 ‘즐거운 감정’을 선행으로 가진 상태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의 구매는 제품의 첫인상을 바꾸고, 재구매 이유를 감정으로 남긴다.

필코노미의 또 다른 축은 ‘위로와 공감’이다. 뷰티와 건강기능식품을 지배하는 키워드인 웰니스 역시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제품을 찾는다. 수면 관리 제품, 무카페인 티, 영양제처럼 몸을 ‘정돈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기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 케어 콘셉트의 세럼, 향수나 아로마처럼 ‘감정을 다루는’ 제품이 더해지면서, 웰니스는 기능을 넘어 기분 관리의 언어가 된다.

‘무해력’으로 불렸던 귀여운 제품들도 필코노미와 연결된다. 사람은 귀여운 것을 보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Z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키링이 대표적이다. 키링이 다시 유행이 된 데에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보며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 가방에 여러 키링을 달고 다니는 이유는 개성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작은 안심’을 꺼내 보고 싶은 욕구에 가깝다.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어떤 상황과 감정 속에서 소비하도록 만들 것인가”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제품의 성분이나 내용은 기본이다. 그 위에 제품이 소개되는 ‘감정 맥락’을 콘텐츠로 풀어내야 한다. 똑같은 영양제나 음료라도, 이 제품을 먹는 순간의 맥락을 보여 줄 때 소비자는 사용 장면을 상상하고, 그때의 감정을 먼저 구매한다. 기능 설명이 아니라 감정의 장면을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필코노미는 ‘한 번의 기분’에서 끝나지 않는다. 특정 감정이 필요한 순간마다 우리 제품을 떠올리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감정의 트리거를 명확히 한다. (퇴근 후 지침, 주말의 허무함, 월요일 아침의 불안 같은 순간)
둘째, 그 순간에 제품이 등장하는 장면을 콘텐츠로 반복 노출한다. (누가, 언제, 왜, 어떻게 쓰는지의 감정 서사)
셋째, 제품 사용 후 얻는 감정 보상을 한 문장으로 고정한다. (‘편안함’, ‘정돈됨’, ‘쉼’, ‘안심’ 같은 단어로)

결국 필코노미 시대의 소비는 ‘나’를 위한 소비다. 다만 이제 소비자는 신체뿐 아니라 감정까지 함께 다루길 원한다. 인지 단계부터 재구매까지, 기능 중심의 메시지 위에 감정 중심의 이미지와 루틴을 얹어야 한다.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제품을 더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떠오르는 감정의 순간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제품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으로 기억되는가. 그리고 그 감정을 반복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장면을 설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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