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겁니다”라는 스티커의 가격
작성자 브루스
브루스의 영감노트
“AI가 만든 겁니다”라는 스티커의 가격
오는 1월 22일, AI 기본법이 시행된다. 핵심은 AI 사용 금지가 아니다. AI를 활용한 광고물 등에 생성형 결과물임을 명시하라는 것이다. 이는 마케팅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AI 제작물에 대해 제작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콘텐츠에 'AI 이름표'가 붙는 순간, 소비자는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
AI 라벨링은 콘텐츠 반응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AI 디스클로저(공시)는 콘텐츠의 신뢰도와 호감도, 성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연구 결과에서는 AI 제작 표기를 한 광고가 그렇지 않은 광고에 비해 클릭률(CTR)이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AI 라벨은 소비자에게 광고나 콘텐츠에 대한 의구심을 심어주는 시작점이 된다.
역설적으로 이 지점에서 '휴먼 터치'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이 직접 만든 콘텐츠는 희소해지며 자연스럽게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휴먼 터치 콘텐츠가 프리미엄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사람 냄새' 같은 추상적인 개념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속에 담긴 '비용'과 '책임'의 흔적 때문이다.
휴먼 터치 콘텐츠에는 세 가지 비용이 투입된다.
첫 번째는 시간의 비용이다. AI는 눈 깜짝할 사이 결과물을 만들지만, 인간의 작업은 물리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핸드메이드 제품처럼 제작자가 들인 시간 그 자체가 콘텐츠의 가치를 높여준다.
두 번째는 생각의 비용이다. AI는 데이터의 평균치를 훌륭하게 구현하지만, 고유의 색깔이나 철학을 담아내기는 어렵다. 반면 인간의 콘텐츠는 제작자의 구체적인 의도가 반영되기에 AI와는 다른 차별성을 가진다.
마지막 세 번째는 책임의 비용이다. AI에 비해 인간은 자신의 제작물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진다. 따라서 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안전하고 검증된 콘텐츠를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AI 기본법 시행 이후, 마케팅 시장의 브랜드들은 AI 콘텐츠와 휴먼 터치 콘텐츠를 동시에 운용하게 될 것이다. 빠른 테스트와 효율이 필요한 순간에는 AI로 생산성을 확보하고, 고객의 설득과 신뢰, 구매 전환이 필요한 결정적 순간에는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휴먼 터치 콘텐츠를 활용하는 식이다. 이제는 어느 쪽이 더 낫다를 논하기보다, 상황에 맞춰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사람이 만든 콘텐츠에서 보여줘야 할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바로 '리얼함'이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과정의 서사가 필요하다. 제작 현장의 스틸컷이나 기획자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서사를 콘텐츠에 녹여내고, 필요하다면 이를 추가 콘텐츠로 제작해 AI와 확실한 격차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실무의 핵심은 AI와 휴먼 터치 콘텐츠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설계 능력이 될 것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단계와 비용 효율성을 고려해 AI와 인간 제작자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을 끝까지 사람이 책임질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