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휘력] 도시락 싸들고 말린다고? 그 도시락 누가 먹음?
작성자 북렌즈
실생활 생존 어휘력 수업
[일상 어휘력] 도시락 싸들고 말린다고? 그 도시락 누가 먹음?
속담 퀴즈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린다'는 말 들어보았나요?
말리긴 말리는데... 도시락을 왜 싸들고 다닐까요? 그건 누가 먹을까요?
첫 번째 해석은 말리는 사람 A가 도시락을 먹는 겁니다. 누군가를 쫓아다니면서 말리는 건 힘이 드는 일이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직접 먹어요.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드러납니다.
두 번째 해석은 말림의 대상인 B가 도시락을 먹는 겁니다. A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B에게 제공하는 것이죠. 맛있는 음식으로 꼬실 수도 있고, 같이 먹으며 대화할 수도 있어요. 화해의 상징으로 유명한 맛집을 예약하는 커플이 떠오르네요.
주로 사용되는 맥락 상 어떤 해석이 적합해 보이나요?
잘 먹어야 잘 말린다
보통 사용되는 맥락 상 말리는 사람이 도시락을 먹습니다.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닌다'는 말 자체가 적극적인 태도를 의미해요. 밥 먹을 시간도 아끼면서 적극적으로 일하거나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나가서 느긋하게 식당 찾아다니고 밥 먹고 후식까지 챙기는 모습과는 차이가 있어요. 여기다 '누군가를 말린다'라는 의미가 더해지면 밥 먹을 시간도 아끼고 에너지도 보충하며 상대방을 끈질기게 말린다는 뜻이에요. 그만큼 상대방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경우가 많고요.
예를 들어 볼게요. 한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겠다고 하는데, 부모님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요. 학생은 결국 집을 나와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부모님은 집을 떠나 도망간 학생을 쫓아다녀요. 학생의 굳은 의지 때문에 이 추격전은 길어집니다. 부모님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밥 먹을 시간을 아끼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학생을 말립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니 왜 말리는 사람이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죠.
물론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준비해서 선물한다는 생각도 그럴듯합니다. 정말 맛있는, 유행이라 구하기 힘든 '두바이 쫀득 쿠키'이나 '성심당 딸기시루', '성수동 소금빵' 등을 구해다 주면 정성스러운 마음에 관계가 좋아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네요. 재밌는 해석이지만 사용하는 맥락상 적절하진 않습니다.
결국은 기초 체력, 기본을 든든하게 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상대를 잘 말리기 위해서도 나의 뱃속을 든든하게 챙기는 것이 우선이에요. 말릴 힘이 있어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말릴 수 있으니까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멋진 풍경이 앞에 있어도 밥을 먹은 후에 구경한다는 의미예요. 정말 급한 상황이더라도, 중요한 문제더라도 나의 건강, 기본 체력을 먼저 챙기세요. 그래야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몸과 마음의 힘이 생깁니다.
더 알아보기_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결국 상대방을 말린다는 의미입니다. 말리는 방법도 다양하고 각오의 깊이도 다릅니다. 조심하라고 살짝 주의를 주기도 하고, 밥을 챙겨 먹으며 장기전을 대비하며 말리거나, 처절하게 동정심에 호소하며 말리거나, 죽을 각오로 말리기도 합니다. 나아가 말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도 있어요. 다양한 관용어를 살펴볼게요.
바짓가랑이 붙잡고 말린다
바짓가랑이는 바지에서 다리를 꿰는 부분으로 바지 끝부분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 바지 끝부분을 붙잡고 말린다는 것은 상대방을 간절하게 말린다는 의미입니다. 이별의 순간, 차갑게 떠나는 사람의 바지 끝을 붙잡고 말리는 절박한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거절하는 사람 입장에서 동정심이 들겠죠.
(예) 학교 자퇴하겠다는 자식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말리다.
결사반대
결사반대는 '결단하다 결(決)', '죽다 사(死)', '돌이키다 반(反)', '대하다 대(對)'가 합쳐진 한자성어로 죽기를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죽기를 마음먹었다면 도시락도 안 챙길 것 같아요. 굶어 죽으나, 반대하지 못해서 죽으나 어차피 죽을 거니까요!
(예) 청소년 흡연 조장하는 담뱃값 인하 정책 결사반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돌다리'하면 튼튼해 보이죠? 하지만 그 돌다리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으니 한번 두들겨 보고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아무리 자신 있는 일이라도 꼼꼼하게 살펴보라는 당부의 의미입니다. 직접적으로 '돌다리 건너지 마!'라고 말리는 것보다는 결정하기 전에 주의하는 말이에요.
(예)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좀 더 알아보고 자퇴해도 늦지 않잖아.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우선 가족 관계를 살펴볼게요. 며느리 입장에서 남편의 어머니인 시어머니는 어려운 관계이기 때문에 혼날 때도 많았어요. 옛날에는 폭력이 있을 정도로 갑을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어요. 거기다 남편의 누나나 여동생인 시누이(반대의 호칭은 올케)도 며느리보다는 혈연관계인 시어머니와 가까운 관계입니다. 그래서 시누이가 갈등을 말린다고 해도, 시어머니의 입장을 더 고려하기 때문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겉치레처럼 느껴집니다. 오히려 더 밉기까지 해요. 여기서 말리는 사람의 바람직한 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의 이익이나 겉치레로 말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해 말린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게 중요해요.
(예)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혼내신 선생님보다 말리는 척하는 회장이 더 미워!
내가 만든 요즘 관용어
에너지 드링크 싸들고 다니며 말린다
학생들은 도시락을 직접 싸기 힘들죠. 그리고 기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필요할 때는 밥보다 단백질바, 에너지 드링크를 더 섭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력 보충에 도움 되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서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말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위치 공유 어플 설치하고 말린다
인공지능 시대, 기술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말릴 수도 있습니다. 직접 쫓아다니며 고생하지 않고, 위치 추적 어플을 설치해서 상대방 동선에 맞추어 말립니다. 상대방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긴박한 상황이니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 1% 될 때까지 말린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생명줄인 시대, 배터리 1%는 그만큼 절박한 상황입니다. 직접 소통보다 스마트폰 소통이 익숙한 학생들에게 배터리 소모는 체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의미죠. 메신저나 전화를 통해 상대방과 대화를 하며 말리다가 배터리가 1%가 될 정도로 몰입하고 애썼다는 의미예요.
SNS에 사연 올리고 응답 결과 보여주며 말린다
상대방을 말리는 데 근거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유명한 방송인에게 사연을 보내거나 SNS에 설문을 올리며 사람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전략적으로 상대방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사연을 보낼 수도 있어요. 'OOO님, 도와주세요!', 'O친들 이거 어떻게 생각해?', '투표 좀 부탁해!' 소중한 지인의 의견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묶어 데이터가 쌓이면 좀 더 객관적인 성격을 띠게 되죠. SNS로 연결된 관계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을 말리는데 설문 결과와 댓글이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어요.
+ 여러분도 만들어 보세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