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휘력] 밥 먹을 때는 누가 누굴 건드리나?
작성자 북렌즈
실생활 생존 어휘력 수업
[일상 어휘력] 밥 먹을 때는 누가 누굴 건드리나?
개 vs 사람
SNS에서 화제가 된 관용어가 있습니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속담이에요. 여기서 해석이 크게 둘로 갈리고 토론의 장이 만들어졌어요. 한 크리에이터의 SNS 계정에서는 10만 명 넘게 투표에 참여했는데, 57:43으로 막상막하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요. 뉴스에도 보도되고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사이트에도 올라왔습니다. 실제 이 내용으로 청소년들 수업을 하면, 많은 학생들의 의견이 나뉩니다.

누가 밥을 먹는 주체인지, 누가 건드리는 주체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의 차이가 생겨요.
첫 번째는 '개'가 밥을 먹을 때 '사람'이 건드리지 않는다는 해석이에요. 개가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사람이 자꾸 밥그릇 건들고 귀찮게 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두 번째는 '사람'이 밥을 먹을 때 '개'가 건드리지 않는다는 해석이에요. 사람이 밥을 먹고 있는데, 개가 식탁에 자꾸 올라오려고 하고 품에 안기려는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둘 다 넓게는 '밥 먹을 때는 존중해 주자'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잘못 알고 사용한 분들도 많이 있어요. 그래도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게 그거라고, 무엇이 중요하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맥락상 정확한 의미를 알아두는 것은 꼭 필요해요. 두 가지 해석 중에 하나를 골라 보세요.
결국은 존중이다
속담이 관용적으로 사용되어 온 맥락에서 정답은 첫 번째 해석입니다. 밥을 먹는 주체가 '개', 건드리지 않는 주체가 '사람'입니다. 아무리 하찮은 짐승이라도 밥을 먹는 시간에는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이 속담에서 '하찮은 동물'의 대표가 '개'로 표현될 뿐, 어느 동물을 넣어도 가능합니다.
제 기억에도 할머니댁에 가면 넓은 마루에 개집이 덩그러니 있고, 개는 목줄을 한 채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어요. 가족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개밥그릇에 담아주면 와서 먹기도 했고요. 개가 심하게 짖거나 하면 빗자루로 혼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주눅 들어 있는 개에게 밥이라도 편하게 먹게 해 주자는 의미로 많이 사용했어요.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인식의 차이가 생깁니다. 많은 학생들은 개를 '하찮은 짐승'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이해할 수 없다고 해요. 지금은 가족처럼 함께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심지어 잠도 같이 잡니다. 과거에 비해 개의 신분이 상승한 이 시대에 개를 하찮게 대하는 것은 동물학대로 신고당할 일이죠. 그러니 밥 먹을 때 건드는 '개'는 사람보다 인지능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보통의 존재일 뿐이에요. 사람이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을 정도로 당연히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식사 시간의 중요성이 강조되죠.
관용어는 결국 시대를 반영합니다. 만들어진 시대의 의미를 반영하여 맥락을 살펴볼게요. 명절날 가족이 모였어요. 큰 잘못을 한 학생이 밥을 먹고 있는데, 주변 가족들이 식탁에서 잔소리를 합니다. 학생은 스트레스받아서 밥이 잘 안 넘어가요. 그때 할머니께서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밥 좀 편하게 먹게 내버려두어라!"라고 이야기하며 반찬을 더 챙겨줍니다. 밥도 중요하지만 밥을 먹는 대상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시선이 담겨 있죠. 지금은 '개'의 신분이 상승해서 이런 의미는 약해지고 식사 시간의 존중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존중입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챙기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고, 하찮게 생각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과거에는 보신탕, 영양탕이라고 해서 건강을 위해 먹었던 '개고기'는 이제 법적으로 금지되었어요. 그 외에도 수많은 동물들의 권리를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대를 존중해야 존중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잘 챙겨줍시다.
더 알아보기_먹고 합시다!
우리나라에는 밥과 관련된 관용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의. 식. 주 중에서도 이 '식'을 빼놓을 수 없어요. 지금도 사람들이 '맛집' 앞에서 긴 줄을 서고,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챙겨 보고 '먹방' 콘텐츠와 식사를 함께하는 이유는 이 식사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먹거리에 관한 속담 같이 알아볼게요.
금강산도 식후경
: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부르고 난 뒤에야 흥이 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금강산'은 정말 멋진 볼거리를 뜻해요. 지금으로 따지면 아이돌 콘서트라고 할 수 있죠. 식후경은 ' 먹다 식(食)', '뒤 후(後)', '경치 경(景)'이 합쳐진 말로 밥을 먹은 뒤에 구경하는 겁니다. 즉, 아이돌 콘서트 같은 멋진 구경도 밥을 먹은 후에 해야 한다는 의미니, 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죠.
(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밥 먼저 먹고 공연장가자!
밥이 보약이다
: 건강한 평소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에요. 보약은 우리의 기력을 보충해 주는 약입니다. 우리 체력이 떨어지고, 몸에 기운이 없을 때 한의원에서 보약을 지어먹곤 하죠. 각종 희귀한 재료들이 들어가고 독특한 냄새를 풍기기도 합니다. 밥에서 이런 한약 냄새가 난다면 먹기 힘들겠죠? 밥이 보약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먹는 밥이 이 보약들처럼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예) 밥이 보약이라는데. 건강한 밥상 차려줄 테니 패스트푸드 그만 먹자!.
한솥밥을 먹다
: 함께 생활하며 가깝게 지낸다는 의미입니다. '한솥밥'은 같은 솥에서 푼 밥을 말해요. 그래서 같은 솥에서 푼 밥을 같이 먹는 사이는 굉장히 가까운 가족이나 직장 동료를 의미합니다. 가족을 뜻하는 식구(食口)라는 표현도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요즘은 점심시간에 따로따로 밥을 먹는 경우도 많지만, 밥의 상징적인 의미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예) 이 계약서에 서명하면, 우리는 이제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되는 겁니다.
밥줄이 끊어지다
: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돈을 벌 방법이 없어진다는 뜻이에요. '밥줄'은 돈을 벌어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을 뜻합니다. 돈을 벌어서 챙겨야 할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밥'이라는 의미죠. 이 밥을 구할 수 있는 줄은 대표적으로 직장이나 사업장이 됩니다. 직장에서 그만두거나 사업이 망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상황은 정말 위급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밥줄'은 곧 '돈줄'입니다.
(예) 밥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회사에서 잘 버텨야지.
내가 만든 요즘 관용어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관용어를 요즘 학생들의 시선으로 재구성해 봅니다.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밥 먹는 시간을 존중해라'입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하찮은 존재를 의미하는 '개'를 어떤 존재로 바꿀 것이냐와 '건드린다'는 표현을 어떻게 다르게 나타낼 수 있느냐입니다.
밥 먹을 때는 악플러도 안 때린다
: 더 이상 '하찮은 짐승'이 개가 아닌 시대에, 하찮은 존재를 생각했을 때 여러 가지가 떠오를 수 있어요. 음주운전을 한 범죄자, 보이스피싱을 한 사기꾼, SNS마다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악플러 등등. 하찮은 악플러란 존재도 밥 먹을 때는 최소한의 예의를 챙겨주자는 의미입니다.
밥 먹을 때는 스마트폰 꺼라!
: 밥 먹을 때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심심해서 이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오히려 식사를 방해하기도 해요. 음식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입안으로 쑤셔 넣기 일쑤이고, 여럿이 먹을 때 대화도 단절합니다. 스마트폰의 방해에서 벗어나 진정한 식사 시간을 되찾는 것이, 식사 시간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급식실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 공부를 잘하거나 못 하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못 하거나, 게임을 잘하거나 못 하거나 모두 급식실에서 같은 음식을, 같은 시간에 먹습니다. 공부 못 한다고 맛없는 음식을 주고, 양을 조금 주고 그런 차별이 없죠. '하찮은 존재'에게도 평등한 식사 시간의 존엄성을 학생의 입장에서 멋지게 표현한 말이에요.
+ 여러분도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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