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휘력] 혼밥 vs 혼숙, 따로 또 같이
작성자 북렌즈
실생활 생존 어휘력 수업
[일상 어휘력] 혼밥 vs 혼숙, 따로 또 같이
혼자가 익숙한 세상
거리를 지나다 보면 식당 앞에 붙여져 있는 '혼밥 환영'이라는 글자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1인 식사도 환영한다는 의미의 줄임말입니다. 저도 혼자서 맛집을 찾아 갔다가 '2인 이상 주문 가능'이란 안내 문구를 보고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어요. 혼자 출장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정말 반가운 말이에요. 마찬가지로 술집은 '혼술 환영'이라는 안내판도 많아요. 예전에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가 있을 정도로 혼자 술 먹는 모습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혼자 공부한다는 의미로 '혼공'이라 말하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고 '혼영'이라고 합니다. 줄임말이 일상이 된 요즘, '혼자'를 줄여서 '혼'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어요. 개인주의 시대에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점점 늘어나고, 더 이상 민망해 하지도 않아요. 앞으로 '혼'자가 붙은 말들은 더 많아질 겁니다.
따로? 또 같이?
이러한 '혼'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여행을 갔다가 숙소에 적힌 안내판을 보았습니다. '혼숙 환영' 그러면 혼자 자도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비슷한 실제 사례도 많이 있어요. 숙소에서 아래와 같은 '혼숙 금지' 안내판을 보았다면, 무슨 뜻일까요?
같은 맥락에서 위 안내를 보면, '미성년자는 혼자 자면 안 된다는 뜻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숙소의 '혼숙 금지' 안내를 보고 숙소에 따로 문의를 하거나, 숙소 리뷰 사이트에 악플을 단 실제 경우도 볼 수 있어요.
나름 합리적인 생각 같지만 완전 다른 의미입니다. 여기서 혼숙(混宿)은 '섞이다 혼(混)'과 '자다 숙(宿)'이 합쳐진 말로 남녀가 여럿이 한데 섞이어 자는 것을 의미합니다. 차라리 혼자 자면 다행인 상황이니, 혼자 자면 안 된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죠. 결국 한자를 함께 적지 않는 상황에서는 맥락에 맞게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다양한 사례를 살펴볼게요.
이것저것 섞어라
여기서의 '혼성(混性)'은 남자와 여자의 성별이 섞여 있는 그룹이란 의미입니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으로 같은 비율일 수도 있고, 남자 두 명의 여자 한 명 등 다른 비율일 수도 있어요. 섞여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SNS 콘텐츠를 자주 볼 수 있어요. 여기서도 문득 글자만 보면 혼자 목욕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데, 여기서 혼욕(混浴), 혼탕(混湯)은 남녀 함께 하는 목욕탕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외국의 문화를 경험한 콘텐츠라는 의미죠.
스포츠 기사 제목이에요. 여기서는 '개인'과 결합해서 '혼영'이 혼자 수영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어요. 여기서 혼영(混泳)도 '섞이다 혼(混)'과 '수영 영(泳)'이 결합한 단어입니다. 그럼 무엇을 섞을까요? 남성과 여성이 섞여서 서로 경쟁하며 수영을 할까요? 아니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할까요? 아쉽지만 여기서 섞는 것은 다양한 수영 방식이에요. 그래서 혼영은 일정한 거리를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수영 방법으로 헤엄치는 일을 의미합니다.
그 외에도 과학 시간에 자주 마주하는 여러 가지가 뒤섞인 '혼합물(混合物)', 서로 인종이 다른 혈통이 섞인 '혼혈인(混血人)' 등 '섞이다 혼(混)'이 들어간 단어를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뒤죽박죽, 어지러운 것들이 모여 참 혼란(混亂)스럽죠? 상황과 맥락에 맞게 여러 의미를 고민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