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어휘] 기안, 품의: 기존 형식을 참고하라

[비즈니스 어휘] 기안, 품의: 기존 형식을 참고하라

작성자 북렌즈

일잘러를 위한 문해력, 어휘력 처방전

[비즈니스 어휘] 기안, 품의: 기존 형식을 참고하라

북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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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le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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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오늘 회의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매니저: 감사합니다..

팀장: 회의 내용 바탕으로 A 프로젝트 진행하죠.

매니저: 알겠습니다.

팀장: 그럼 정리해서 기안서 작성해 주세요.

매니저: 네? 기안84요?


기안서(起案書)는 시작하다 ‘기(起)’, 안건 ‘안(案)’, 문서 ‘서(書)’가 결합된 말이에요. 업무를 진행할 때 사전에 동의를 구하는 문서, 업무의 틀과 계획을 담은 문서를 의미해요. ‘기안을 상신한다’는 표현도 쓰는데 상신(上申)은 윗사람에 의견을 보고하는 과정을 포괄적으로 뜻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상사에게 업무를 진행하기 전 동의를 받는 과정으로 품의(稟議)가 있어요. 여쭙다 ‘품(稟)’, 의논하다 ‘의(議)’가 결합된 말로 회사마다 다르게 활용됩니다. 보통 기안서가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품의서가 세부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그래서 품의서는 물품 구매나 예산 처리와 관련된 세부 실행 내용이 담겨요. 하지만 기안서와 품의서 모두 사전 동의의 과정으로 구분 없이 쓰이는 곳도 있으니 조직 문화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 기안서 올려주세요.

*기안서 작성하면 확인 부탁드려요.

잡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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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형식을 참고하라

tvN 드라마 <미생>에서 뜻깊게 본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 신입 사원 장그래의 출근 첫날에 상사는 기존 제안서, 기안서, 매출현황 등의 자료들이 가득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를 줍니다. 그리고 새로운 파일들을 그 지정된 폴더들에 문서를 옮겨서 정리하는 업무를 지시해요. 장그래는 폴더를 정리하면서 좀 더 효율적인 틀을 생각하며 새롭게 분류합니다. 그때 상사는 “너 친구 없지?, 혼자 쓴 일기 보는 느낌이다”라고 핀잔을 줘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회사라는 조직 내에는 통용되는 커뮤니케이션 형식이 있습니다. 그 조직원들이 공유하는 이해의 틀이에요. 나라마다 문화 차이가 있듯이, 회사 내에서도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업무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도 조직원들의 이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어요. 외부에서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나름의 체계가 있습니다. 우선 이런 관점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상사의 말은 결국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죠.

그래서 초기에는 우선 기존의 형식을 참고해야 합니다. 기안서, 품의서, 기획안 등등을 작성할 때, 이전에 통과되었던 문서들을 참고해요. 지금 내가 작성하려는 문서와 최대한 비슷한 과거의 문서들을 찾습니다. 아니면 나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작성한 문서의 히스토리를 찾아요. 못 찾겠으면 공유를 요청하여 형식을 탐구합니다. 승인하는 사람이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기존 형식을 절대적으로 따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더 효율적인 형식을 새로 만들 수 있고, 창의적인 틀을 구성할 수도 있어요. 그건 시간이 조금 지나서 여러 조직원들의 동의하에 차근차근 수정해 나가면 됩니다. 그때까지는 기존 형식을 참고하며 개선 방안을 조금씩 정리해 두세요. 그리고 때가 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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